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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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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전쟁의 비극성과 분단의 아픔을 담은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가 떠올랐다. 감독 빈벤더스는 이 영화를 통해 그의 반전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베를린 천사의 시>는 독일 분단 이후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며, 당시 베를린 시민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감독이 “베를린”으로 영화 촬영장소를 정한 이유는, 베를린이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하늘에서 시민들의 인생을 관찰하는 한 천사 다미엘의 시점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의 주요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천사 다미엘은 천사가 가진 혜택을 포기하고 인간 세계로 내려가고자 한다.

 

그가 인간 세계로 내려오는 과정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인간 삶의 값어치”보다는 “전쟁의 비극성과 아픔” 주제에 더 주목해 보고자 한다.

 

천사 다미엘과 다른 천사 카시엘은 절대적 위치에서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속마음을 들을 수 있다. 두 천사는 인간의 삶에 크게 개입할 수 없지만 괴로운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는 시민들의 고통을 덜어 주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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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임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모으고 증언하고 지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베를린의 모습에서 과거의 기억을 복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분단의 아픔과 공허함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인(호머)이 사람들이 가득하고 생기 있었던 포츠담 광장을 찾아다닐 때, 천사 카시엘이 합류하면서 옛 포츠담 광장의 모습이 나타난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포츠담 광장은 흑백, 과거의 포츠담 광장은 색감 있는 쇼트로 편집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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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현재 포츠담의 모습, 오른쪽이 과거 포츠담의 모습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연출은 “색”이다. 영화 화면은 흑백으로 시작하고 대부분 흑백으로 연출된다. 하지만 중간 몇 장면에서는 컬러 화면으로 변하고, 스토리의 마지막에서는 아예 컬러 화면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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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장면은 천사 다미엘이 인간 세계로 내려오면서, 흑백이었던 세상이 색감 가득한 세상으로 전환되었음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여기서 화면의 색 연출은 베를린이 겪었던 전쟁의 존재와 그 흔적을 환기하고, 경계(분단) 속에서 치열히 살아가는 인간의 찬란함을 돋보이게 해주기 위한 것이다.

 

즉, 포츠담 광장의 장면을 컬러 화면으로 연출한 이유는, 과거를 기억하는 노인(호머)이 전쟁을 실제로 겪었고, 그에 대해 증언하는 인물의 시선으로 전쟁의 상흔을 재연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전쟁 속에서도 인간이 치열하게 살고자 하는 강인한 면모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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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이외에도 영화 곳곳에서 전쟁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에 등장한다. 서부와 동부를 오가며 일자리를잃어버린 청년의 자살, 자신의 집을 잃어버린 여성 등. 분단이라는 경계로 인해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시민들의 모습을 중간중간에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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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쟁이라는 소재 말고도,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느끼고 경험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찬란함도 잘 담아내고 있다.

 

감독이 고민한 다양한 메시지를 영화를 보며 곱씹어 보면 묘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연출을 통한 표현이나 선텍스트를 먼저 이해하고 영화를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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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텍스트 1: <아이의 노래> - 페터 한트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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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텍스트 2: 책 <앙겔루스 노부스>의 클레 천사

 

 

이 영화가 전한 반전의 메시지처럼, 정치적인 입장과 경제적인 상황을 떠나서, 하루빨리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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