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제가 느낀 예술의 기쁨을 전하고 싶어요" - 이야기로 세상을 펼쳐 나가는 스토리아티스트 박혜랑 PART 1

“저는 동화의 말도 안 되는 선함이 너무 좋아요”
글 입력 2022.02.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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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 때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어요. 지금도 좋아해요!

 

몸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배우로 10년 동안 무대에서 살다보니 문득,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어요.

 

지금은 세상을 무대로 이야기를 활용한 전방위 작업을 하고 있는, 스토리아티스트 박혜랑 입니다.


- 박혜랑 포트폴리오 中

 

 

스토리텔러, 그림책 크리에이터, 연기자, 창작자, 전시해설가, 문화예술교육인, 북클럽 모더레이터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기량을 펼치며 이야기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세상을 열어 살아나가고 있는 스토리아티스트 박혜랑.

 

혜랑 님을 처음 알게 된 건, 먼저 걸어주신 SNS 팔로우 덕분이었다. 더 기막힌 사실은 알고 보니 일전에 진행했던 'ODD EYE'라는 독립잡지 텀블벅 펀딩의 후원자분이셨다는 사실이었다. 과거의 편집장(필자)과 후원자(혜랑 님)의 운명 같은 만남이라니. 아주 지극히 사적이고 신기한 우연의 연결고리를 알고 나서부터 그날의 오묘하고 울렁이는 감정이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당장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나에겐 아주 좋은 핑계가 있었다. 바로, 인터뷰.

 

24시간이 모자라 보이는 혜랑 님이었지만 그래도 용기 내어 인스타그램 DM으로 인터뷰 제안을 말씀드렸다. DM 창을 빠져나오려는 순간 놀랍게도 바로 '읽힘'을 당했다. "오 오 우와...!!!" 하고 생동감 넘치는 감탄사와 함께 "당연하죠!! 영광이에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제안을 수락한 혜랑 님. 순식간에 성사된 첫 만남의 약속이었다.

 

인터뷰 당일. 기막히고 신기한 우연에 서로의 만남을 신기해하면서 금세 서로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누구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혜랑 님과의 대화는 역시나 유쾌하고 활력이 넘쳤다. 사실, 이게 인터뷰인가, 그냥 일상 대화인가 잠깐 망설여질 정도로 인터뷰의 경계가 흐트러지는 순간들도 많았다. 그래서 예상치 못하게 더 좋았던 그날의 기록을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옮겨본다. 분량 조절은 실패한 관계로 PART 1, 2로 나누어 전한다.


 



 

네이버 바이브 파티룸 공식 호스트 되셨다고요. 축하드려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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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이버 VIBE 파티룸 공식 호스트로 선정된 혜랑 님. '랑이언니의 놀아요 동화 시즌 2 - 라이브 콘서트'라는 주제로 동화와 음악의 이색적인 만남을 라이브로 즐길 수 있다. 지난 2월 10일 첫 방송을 진행하였으며, 이후 정규 파티룸은 목요일 5시로 네이버 바이브 앱 내 'VIBE 파티룸'에서 청취 가능하다. 종종 어른이취향의 밤 파티룸도 자주 열 계획이라고 하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주목해 보길!
 

 

이건 어떻게 참여하시게 된 건가요?

 

제가 SKT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활동 중인데, 그곳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저한테 알려주시더라고요. 지금 네이버 바이브 파티룸 공식 호스트를 모집한다고요. 그래서 지원을 했죠. 제 친정이 또 네이버이지 않습니까. (혜랑 님은 현재 네이버 오디오 클립 ‘랑이언니의 잘자요 동화’를 운영 중이다.)

 

그렇죠. 이미 네이버에서 활동하고 계시죠.

 

네. 사실 음악을 소재로 한 작업을 예전부터 하고 싶었은데, 이거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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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자장가 동화 ASMR 콘텐츠 '랑이언니의 잘자요 동화' ⓒ박혜랑

 

 

조금 신선했어요. 어떻게 동화 오디오 콘텐츠와 음악을 함께 하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했거든요.

 

원래 음악회에서 협연을 자주 했어요. 연주자분들께서는 연주를 하시고, 저는 스토리텔링 내지는 해설을 진행했거든요. 그러다 2020년에 코로나가 터졌죠. 그때 오프라인 공연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솔직히 개인적으로 실망했어요. 왜냐하면 현장감 없는 공연예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 찰나에 제가 알던 분들께 온라인 공연을 볼 수 있는 링크를 드렸어요. 그랬더니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의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때 온라인의 순기능을 알았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문화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되게 많아요. 지역적인 거리나 금전적인 문제로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온라인으로 (동화 오디오 콘텐츠를) 풀면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가 재미있는 동화를 읽어주면서 클래식 곡과 함께하면 집에서 아이들과 편하게 음악회를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이미 11월부터 콘텐츠 개발과 실험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하고 있었어요.

 

그때 클래식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저작권 때문이에요. 다양한 영화 음악이나 인스트 음악도 쓰고 싶었는데 굳이 저작권을 어겨가면서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근데 여기서는 (네이버 바이브) 다 가능한 상태였던 거죠.

 

스스로를 ‘슈퍼 N잡러’라고 칭할 정도로 정말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계세요.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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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UP: ART FAIR' 도슨트 현장 ⓒ박혜랑


 

제가 12월까지 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쳤고요. 1월에 'MEET-UP: ART FAIR' 도슨트를 끝마쳤고, 지금은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동화는 운 좋게 출간 제안이 와서 등단했는데, 이상하게 시는 심사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동시로 등단을 하고 싶어서 요즘에는 시 공부를 하고 있어요. 다음 달부터는 그림책 더미북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 일러스트레이션 과정을 하나 등록했고요. 그리고 음악 공부도 할 겸 작곡도 시작했어요. 때마침 4월 대전 신세계 아카데미에서 그림책 '유령 친구' 뮤지컬 공연 제안이 들어와서 작품 준비 중이에요.

 

바쁘시네요.

 

저는 일을 안 할 때는 계속 무언가를 배워요. 역량을 키워 나가는 과정이죠. 그리고 올해는 학교 편입해서 대학도 다녀요.

 

진짜요? 대학에서는 무엇을 배우시려고요?

 

문화 쪽이요. 제가 대학교 때 연극 영화 실기를 했거든요. 그중에서도 연기 공부를 중점적으로 했죠. 그래서 인문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번에 공부를 좀 해 보려고 편입을 결정했죠.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것 같아요.

 

학교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과를 못 정했었어요. 왜냐하면 연극을 공부하면 연극의 스페셜리스트, 음악을 하면 음악의 스페셜리스트, 이렇게 한 분야로 좁혀지는 게 싫었거든요. 그래서 두루두루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문화 전공을 알게 된 거죠. 요즘에는 이렇게 공부하면서 약간 숨 고르기를 하는 중입니다.

 

 

 

“그림책의 세계가 무대 위에 있는 거예요." 5살, 예술 향유의 기쁨을 느끼다



매달 꼭 한 편씩 창작을 하자는 마음으로 꾸준히 작업을 하셨더라고요. 창작과 실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유년기에 사소한 기억들이 지금까지 저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던 것 같아요. 제 인생이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유년기였어요. 그림책 보고 연극 보고 연극하고 딱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그 시기에 예술 향유와 창작의 기쁨을 느꼈고 제 인생을 뒤흔들 만한 일이었죠. 그때 좋아했던 것들을 지금도 하기 위해서 그 향수를 찾아 내가 보고 싶은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제가 만들어 낸 이야기로 기뻐하는 누군가를 보면서 저는 또 다른 기쁨을 느끼고, 그 기쁨을 더 일찍 느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금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죠.

 

유년기에 경험한 향유와 창작의 기쁨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제가 예술을 처음 접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5월 5일 5살 때였어요. 그때 엄마와 tv를 보다가 우연히 mbc 어린이 뮤지컬 광고를 보게 됐어요. 근데 갑자기 엄마가 전화를 해서 티켓 네 장을 예매하는 거예요. 그것도 공연 마지막 날, 5월 5일에.

 

그날 어떤 작품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명작 동화 중에 하나였어요. 저는 매일 그림책을 보는 아이였거든요. 그것도 세계 명작 그림동화. 동화 속 세계가 그대로 여기 (무대 위에) 있는 거예요. 공주님 왕자님이 움직이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는 ‘배우’라는 이름도 몰랐어요. 그래서 그냥 저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때부터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해서 유치원 연극이나 사회를 볼 때 제가 항상 서 있었죠. 그걸 즐기던 아이였고.

 

연기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이었어요. 국어 시간에 ‘쓴 약 단약’이라는 작품으로 연극을 했는데 그때 제 역할이 여우였고 대사가 아직도 기억나요. “호랑이 님이 이걸 드시면 몸이 건강해지실 겁니다.” 이렇게 연기를 했어요. (실제로 눈앞에서 구연동화를 보는 듯 평상시 말투와는 또 다른 혜랑 님의 억양과 말투에 잠시 놀랐다.) 선생님이 조별로 연기를 시키셨거든요. 각 조별로 6명 전부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근데 다 듣고 나서 가장 잘한 역할들을 한 명씩 뽑아서 마지막에 시키신 거예요. 제가 뽑혔죠. 그때 ‘나 재능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에 동화 구연대회에서 1등 수상도 했고. 그러고 나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전학을 가서 연극부를 했어요. 근데 연극반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한테 제가 연극에 재능이 있다는 얘기를 하셨고, 또 담임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애들이 다 있는 데서 또 그 얘기를 하신 거예요.

 

그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좋았죠. 주변에서 ‘잘한다, 재능 있다’라는 칭찬을 받으면서 나도 뭔가 쓸모는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제가 하는 일들에서 계속 보상이 돌아오니 더 재미를 느끼기도 했고요. 연극부에서 “저는 배우랑 성우가 꿈이에요.”라고 자기소개를 했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저는 부모님께도 너무 감사한 게 밀어주지도 않으셨지만 딱히 반대도 안 하셨어요. 하여튼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됐으니까, 길을 빨리 찾은 느낌이라 그건 되게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저는 동화의 말도 안 되는 선함이 너무 좋아요” 상상력과 밤을 먹고 자란 아이가 커서 메르헨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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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동화 공연 현장 ⓒ박혜랑

 

 
"제가 얼마 전에 메르헨(Märchen)이라는 단어를 알고 너무 기뻐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어요. 사실은 최근 고민을 진짜 많이 했거든요. 제가 쓰는 글이 정확히 동화는 아니고. 그렇다고 그림책도 아니거든요. 옛이야기도 아니고 민화도 아닌 것이 되게 애매한 뭔가를 쓰고 있는데 뭉뚱그려 동화라고 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근데 제 이야기를 보면 신, 성(城), 권선징악 그리고 판타지가 되게 강하거든요."
 

 

혜랑 님이 창작하는 동화를 왜 하필 ‘메르헨’이라는 단어로 정의를 내리셨는지 궁금해요.

 

사실 메르헨이라는 단어가 제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었어요. 그 이유가 제가 어렸을 때 무척 좋아했던 그림책 전집 이름이 ‘웅진 메르헨 월드’더라고요. 40권짜리로 그렇게 크지 않은 전집이었는데, 전 세계에 숨어 있는 설화 민화를 아이들의 눈높이로 각색해서 만든 동화였어요. 저는 그 동화가 너무 좋았어요. 어쩌면 그 책 속 이야기들이 거의 제 이야기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메르헨’이라는 단어가 옛이야기에서 온 단어인데 설화나 민담, 그리고 환상성을 담아요. 그런데 제 동화가 딱 그렇거든요. 철학은 어른스러운데 눈높이만 낮춘 이야기. 주변에서도 “엄마인 제가 더 좋아해요.”라는 말을 들으면 분명 공명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해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이야기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무엇보다 제가 쓰는 글은 제가 보고 싶은 세계를 쓰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혜랑 님은 동화의 어떤 부분에서 강렬한 매력을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사실 어렸을 때의 독서 경험은 그림책이 다였어요. 그중 제가 좋아하는 건 판타지와 밤이었어요. 왜냐하면 어렸을 때 저는 동화 테이프를 듣고 자는 아이였거든요. “랑이 언니의 잘 자요 동화” 모티브도 그거였어요. 밤에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하는 어린 시절 저의 모습 그리고 약간은 옛이야기와 닮은 판타지 동화. 그런 것들이 제 이야기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동화 속에는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선함과 선이 악을 이기는 권선징악의 논리, 해피엔딩 같은 ‘상식적인 온당함’이 있어요. 덕분에 계속 동화 속 세상에 머물고 싶게 만들죠. 전 그 환상성이 좋아요. 거기에 자유롭게 상상하고 노는 아이들을 집어넣는 거죠. 그러니까 어렸을 때 동화를 듣고 자란 아이가 그대로 누군가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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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랑 님의 첫 그림책 '유령 친구' ⓒ박혜랑

 

 

이불 속에서 포근하게 듣는 '랑이언니의 잘자요 동화'를 이제 그림책으로 만날 수 있다. 스토리아티스트 랑이언니가 풍부한 표현력으로 다정하고 포근하게 들려주는 목소리와 이길수 작가의 감성적인 일러스트가 만나 탄생한 오감 만족 그림책, '유령 친구'. 랑이 언니가 만들어낸 국내 최조 자장가 동화 콘텐츠이자 첫 그림책, '유령 친구'는 아이들이 종종 마주하는 이야기인 '화장실 유령'이라는 소재를 통해 두려움과 편견을 깨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출처: '유령 친구' 네이버 책소개 中 [예스24 제공]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얘기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줄 수 있는 동화지요.” (이데일리 인터뷰 中) 그림으로만 할 수 있는 이야기의 경지가 있듯이, 혜랑 님이 만들어낸 창작 동화 속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찾는다’라는 의미는 너무 유명하거나 이미 소비가 다 끝난 콘텐츠들보다는 처음 듣는 이야기를 찾고 싶다는 말이었어요. 제 콘텐츠가 다른 콘텐츠와 대비되는 지점은 동화 끝에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에요. 저는 몰랐는데 나중에 독서 교육하시는 분들이 알려주시기를, 그렇게 던지는 질문을 ‘발문’이라고 한대요. 발문을 하나씩 던지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끔 하는 거죠. 제가 ‘꿈속에서 놀아보는 것도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것도 ‘나라면 어땠을까?’를 주체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의미로 던지는 말이거든요. 그런 식으로 상상력의 여지를 열어줄 수 있는 부분들을 남겨두고 싶었어요. 향유자면서 창작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심은 거죠.

 

사실 한국에는 그림책이라는 장르가 없잖아요. 실제로 동화책과 그림책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이 부분에 대한 혜랑 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사실 그림책과 동화책 개념이 헷갈리는 이유가 우리나라의 그림책 역사가 너무 짧아서 오는 혼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동 문학 역사도 짧은데 그림책 역사는 더 짧으니까 같이 편입이 돼 버린 거죠. 하나의 장르처럼. 반면에 외국은 역사가 꽤 길거든요. 그림책과 동화책이 어느 부분에선 합쳐질 수도 있지만 완전히 합쳐지는 건 절대 아니거든요. 늘 얘기해요. 그림책과 동화책은 교집합이지 합집합은 아니라고.

 

그림책은 형태에요. 그림이 들어간 책이면 모두 그림책이죠. 물론 더 들어가면 그 안에서도 세부적인 분류가 나눠지지만. <삼강행실도>도 엄밀히 따지면 그림책이에요. 하지만 동화책은 아니죠. 반대로 동화는 주제에요. 어린이를 위해 만든, 어린이의 삶을 반영한 이야기예요. 그 형태는 그림책뿐만 아니라 그리고 단편, 중편, 장편도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장편동화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 대표적인 그림책 아닌 동화책이죠.

 

정말 좋은 창작자분들이 많고 앞으로 계속해서 그림책에 대한 많은 실험과 시도들이 벌어지면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그림책과 동화책은 다르구나라고 이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도 그렇게 인식을 바꾸는 데에 일조를 하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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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전> 도슨트 ⓒ박혜랑

 


그림책 전시 전문 해설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림책 전시를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지에 대한 방법을 나누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가 도슨트를 시작하게 된 것도 2019년 예술의 전당의 전시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전>부터 였어요. 그때 큐레이터님이 저를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하시고 연락을 주셨어요. 사실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때는 ‘도슨트’라는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어떻게 보면 우연히 제안을 받아서 시작한 일인데 막상 해 보니까 너무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솔직히 처음에는 이미 명화 쪽에는 정통하신 분들이 많아서 이 일을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또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은 아니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그림책 전시 해설’은 내가 정말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전 그림책도 만들고, 많이 읽고, 공부도 했으니 중간에서 설명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해설 중에서도 특정 지어 그림책 전시 해설만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고요.

 

 



 

그는 어떤 마음으로 창작과 실연을 계속 하는 걸까. 스스로의 한계를 부수고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는 박혜랑의 이야기는 PART 2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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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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