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동양화 초심자를 위한, '동양화 도슨트' [도서]

글 입력 2022.02.2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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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전시회를 가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는 그림을 보고 이해할 만한 기본 배경지식이 부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한 작품이 그려졌을 때의 시대적 배경 등을 알면 더 깊숙하게 이해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여기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미술적 지식은 0에 수렴한다고 볼 수 있다. 학창 시절 미술 시간에 배웠던 정도가 다였고, 그마저도 사실 집중해서 듣지 않았기에 아는 배경지식이 거의 없다. 성인이 되고 전시회를 몇 번 방문해 보고 나서 그때 좀 집중해서 배워볼 걸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동양화 도슨트’는 이런 필자의 고민 해결에 도움을 줄 하나의 도구가 되어 주었다. ‘도슨트’라는 단어에서도 느껴지듯 이 책은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지식부터 작품에 대한 설명까지 디테일하게 얘기해 주고 있다. 심지어 ‘청소년을 위한 동양 미술 수업’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래서 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 등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책이라고 느껴졌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동양화의 특징부터 인물화, 화조화, 산수화, 문인화, 사군자, 풍속화, 민화 등을 시대적 배경에 맞춰 그림을 설명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눈길과 마음이 가는 부분은 산수화였다. 책을 읽기 전부터 동양화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은 산수화 같은 그림이었고, 동양만의 독특한 화풍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의 종류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후에도 필자가 선호하는 동양화의 스타일이 산수화구나 다시금 느끼기도 했다.

 

동양화에서 산수화는 서양의 풍경화와 같다고 하는데, 서양과 달리 색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표현했다는 것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비비드한 색감, 파스텔톤의 색감 등 다양한 색의 조화를 사용하고 있는 서양화와는 달리 먹 하나로 풍경을 담았다는 게 인상 깊다. 먹으로만 한 폭의 풍경을 담았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웅장함 마저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또한, 풍경 중 일부를 담는 게 아닌 하나의 큰 풍경을 종이 하나에 다양한 표현법을 통해서 하나에 담았다는 게 흥미로웠다.

 

 

 

#산수화 - 산과 골짜기를 여행함


 

<산과 골짜기를 여행함>이라는 그림은 산수화의 역사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동양화의 시점과 표현법을 잘 볼 수 있다. 먼저 산 정상의 나무와 풀은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인데, 가운데에 있는 낮은 산과 오른쪽 능선에 있는 건물은 맞은편 비슷한 높이에서 본 것이고, 시냇가의 거대한 바위는 평지에서 본 모습이다. 즉, 다양한 시점에서 본 장면들을 모아서 하나로 다시 구성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 시점에서 풍경화를 구성하는 서양화의 방식과 전혀 다른 발성이라는 점에서 동양화와 서양화와의 두드러지는 차이점을 알 수 있다. 동양화에서는 실제 세상에서의 물리적인 크기나 관점보다는 마음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단순히 보이는 그대로를 종이에 담는 것이 아닌, 보이는 것을 마음에 담고 그를 다시 조합하여 그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조합하여 표현하는 방식이 동양화의 신비롭고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법 말고도 산수화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이 산수화라는 장르가 흥하게 된 시대적 배경이었다. 책에서는 산수화가 빛을 보게 된 배경이 ‘세상이 혼란해져서’라고 설명한다. 전쟁과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자연의 평화와 아름다움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고 말을 한다. ‘어지러운 세상과 속세를 벗어나, 심신의 안정을 찾기 위해 자연이 주는 평안함을 찾게 되었다.’,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고 싶은 마음을 산수화로 표현했다.’ 라는 말인데, 이 부분을 읽으니 요새 현대인의 태도도 좀 유사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인적이 드문 산, 캠핑 등 자연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이젠 캠핑이 트렌드로 자리 잡힐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는데, 이 역시 세상이 혼란하기에 평안함을 찾고 싶어서 자연으로 눈길을 돌린 게 아닐까 한다. 예전 시대는 전쟁과 정치적 불안감이었다면, 현대인은 고도화된 디지털 세상과 질병으로부터 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은연중의 마음이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산수화라는 장르 덕분에,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이 불안할 때 자연을 찾게 되는 것을 보면 이것이 인간의 본능인가 하는 철학적인 생각까지 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이 화풍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던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미술에 관심이 있거나, 앞으로 동양화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사람들은 첫 발걸음으로써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청소년을 고려하여 쓰인 책인 만큼 쉽고 재미있게 내용을 풀어내고 있어 막힘없이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장르별로 파트가 나뉘어져 있어 순차적으로 모두 읽을 필요 없이, 내가 원하는 부분만 선택해서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니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접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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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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