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멍든 청춘도 꿈을 말할 때 [드라마/예능]

청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고 꿈에 대해 생각하다
글 입력 2022.02.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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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떠오르는 청춘 드라마가 있다. tvN에서 방영 중인 "스물다섯, 스물하나"다. 현재 4회까지 방영한 이 드라마는 '로맨스'보다는 '청춘'에 방점이 찍혀 있다.


청춘은 아름다운가?


전혀. 청춘은 오히려 괴롭다. 청춘의 상징 푸르름은 사실 여기저기 치이고 맞아 멍이 든 푸르름일지 모른다고, 누군가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1998 IMF 시절, 청춘들은 시대에 꿈을 빼앗겼다. 그리고 2022년 현재, 취직난과 번아웃, 텅 비어 버린 '갓 생 살기' 사이에서 청춘들은 꿈을 빼앗긴다. 불안정에서 오는 불안감은 모든 시절의 청춘들이 공유하는 공통 감각이다. 그래서인지 각색되어 유난히 푸르르고 활기찬 1998년의 청춘들을 보며 요즘의 내가 위로를 받는다.

 

 

 

행복을 추구하는 사이


 

18살 펜싱 신동 나희도, 그리고 스물둘 휴학생 백이진은 서로 행복을 추구하는 사이라 말한다. 드라마의 제목,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았을 때 나희도는 21살, 백이진은 25살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현재 우정인 상태가 사랑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 예측한다. 그러나 나는 둘의 관계가 이렇게, 우정으로만 남아 있길 바라게 된다.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사이라니, 낭만적이고,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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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도는 펜싱 신동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펜싱 순위 26등이다. 어린 시절 금메달을 여럿 목에 걸었으나 지금은 발전이 더딘 상태다.


그래서 나희도는 실패 장인이다. 그녀는 꼭대기에 올랐다가 지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여러 번 추락했다. 그녀는 자신의 진짜 무기를 '실패'라고 말한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나희도는 말한다.

 

 

"난 꿈이 이뤄지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거든. 지고, 실패하는 데 익숙해서."

 

 

이런 나희도를 부러워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백이진이다. 백이진은 잘 놀고, 공부 잘하고, 잘생긴 부잣집 아들이었다. 그의 삶에 실패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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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로 아버지 사업이 망하면서 백이진은 하루아침에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지고, 지하 셋방 신세를 지게 된다. 예상도 하지 못한 커다란 실패였다. 그는 NASA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작은 회사의 면접을 보러 다닌다. 대학 졸업의 꿈도 꾸지 못한 채로. 그는 한순간에 꿈을 빼앗겼다.

 

백이진은 나희도의 실패 내성을 뺏고 싶을 만큼 부러워한다. 그리고 나희도를 한 명의 인간으로 존경한다. 하지만 백이진은 어쩌면 나희도보다 더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다. 동생을 책임지고, 좌절하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백이진이 부러운 건 나희도의 정신력이 아니다. 진정 나희도에게 부러운 건 그녀의 생동한 삶이다. 그녀의 반짝임. 꿈이 있기에 뿜어져 나오는 열정과 에너지다.

 

꿈이 중요한 건 그 자체로 삶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라는 자명한 진실을 목도한다.


나희도가 달리는 장면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펜싱을 그만두지 않기 위해 태양고로 전학 가려고, 올림픽 선발전에 나가기 위해 특급 훈련을 받으며, 그녀는 새벽부터 달리고, 또 달린다. 긴 팔과 다리를 가야 할 곳을 향해 내던지는 또렷한 몸짓은 그녀의 미래를 증명한다.


"넌 잘될 게 뻔하다"는 백이진의 말은 유난하지 않다. 그녀의 표정과 몸짓, 말투, 달리기, 그 모든 것이 꿈을 향해 있으므로. 몰두하는 사람은 행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성장의 동력


 

사랑은 성장의 동력이 된다.

 

어린 시절의 나는 누군가의 재능을 탐내고, 부러워하느라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잊었다. 하지만 나희도는 용감하게 멋진 사람들을 동경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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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금메달리스트인 고유림은 그녀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녀의 거절은 나희도에게 또 다른 힘을 준다.

 

같은 분야에서 나보다 앞서 있는 상대를 사랑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엿보게 되기 때문이다. 나희도는 고유림을 관찰했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해낸다. 그건 우아한 리듬감이다. 펜싱은 예술적 운동이다. 박자 감각이 없다면 결코 상대를 공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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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도의 뻔뻔함도 그녀의 성장 동력이다. 새벽 여섯 시부터 아침 훈련, 그리고 주말 훈련까지 코치인 양찬미에게 부탁한다. 양찬미는 귀찮다며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결국 나희도를 최선을 다해 돕는다. 양찬미에게 지금까지 뻔뻔하게 무언가를 부탁했던 학생은 없었다.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양찬미는 강조한다.


부탁은 염치없고, 어려운 게 아니라 당당한 태도다. 내가 할 수 있으니 기꺼이 도와달라는 용감함 앞에 마다할 교수자는 없다.

 

열정을 더한 사랑과 뻔뻔함은 성장의 동력이 된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낼 수 없는 용기다. 나희도의 성장은 재능이 아니라 용기 덕에 가능했다.

 

 

 

청춘의 모양으로 꿈을 말할 때


 

얼마 전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고등학생 이후로 낯선 사람 앞에서 자기소개를 할 일이 없었다. 나는 학교를 말하고,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을 말하고, 내 나이를 말했다. 일차원적인 것이 심플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검열을 멈추지 못하는 현대인으로서 나는 최대한 나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배웠다.

 

나는 취미를, 꿈을 말하고 싶기도 했다. 동시에 열정적인 사람처럼 보이는 게 유치하고 낯간지럽다고 생각했다. 첫 만남에 과도한 열정을 던져놓는 것은 그들에게 부담스러우리라 생각했다.


'열정'이 아니라 '심플'이 정답이란 생각은 개인의 개성을 묵살하는 사회로부터 습득했는지 모르겠다. 적당히 꿈꾸고, 적당히 노력하고, 적당히 열정을 쏟는 것. 그것만이 정답일까.

 

실패하고, 실망하더라도 나희도처럼 확신에 차 달리고 싶다. 너무 오래 그런 마음을 잃고 살았던 것 같다. 유난스럽게 구는 것, 뻔뻔하게 애걸하는 것, 꿈 앞에 진심밖에 남지 않은 청춘의 모양을 잊고 있었다. 아니, 나는 단 한 번도 꿈 앞에 생생한 인간이었던 적이 없다.

 

나희도는 심플하지 않다. 참 과한 사람이다. 부끄러움은 모르고,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모르는 근거 없는 믿음과 함께 끈질기고 유난스럽다.

 

요즘은 나도 남 보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꿈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당도한 현실도, 불확실한 미래도 제쳐두고, 무모하게 굴고 싶다. 열여덟 나희도만 청춘인가. 나도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이제야 누려보겠다고 다짐한다. 흩어져 있던 낭만을 긁어모은다. 청춘의 모양으로 꿈을 말하겠다.


"나의 꿈은 쓰는 삶입니다."


푸르게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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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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