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의 내가 가장 기다리는 건, 내일의 나 [음악]

밝은 희망을 노래하는, NCT DREAM의 Hello Future
글 입력 2022.02.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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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처음 듣는 노래가 그 해의 운세를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투애니원의 ‘내가 제일 잘 나가’를 들었더니 집을 나가게 됐다는 글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이 속설은, 어느덧 하나의 연례행사가 됐다. 연말이 다가오면 SNS에는 새해 첫 곡으로 추천하는 노래들이 올라오고, 새해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저마다의 염원을 담은 곡들로 가득하다.


‘모두 다 이뤄질 거야’라는 희망찬 가사가 담긴 우주소녀의 이루리, 막연한 가치를 아주 구체적으로 노래하는 레드벨벳의 행복, 이 세상 사람들의 염원이 모두 들어있는 조빈의 ‘듣기만 해도 성공하는 음악’. 제목만 보고 일확천금을 얻게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엑소의 Lotto에 실은 ‘I don’t need no money 너만 있으면 돼‘라는 가사가 나온다는 게 뒤늦게 알려지기도 하며, 자신의 소망과 틀림없는 새해 첫 곡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믿거나 말거나인 낭설이지만, 생일이 아니고서야 소원을 비는 두근거림은 좀처럼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닌지라 나 역시 선곡에 공을 들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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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곡의 후보를 제치고 최종적으로 선택된 2022년의 첫 곡은 NCT DREAM의 'Hello Future'였다. NCT DREAM은 2016년 10대로만 이루어진 청소년 연합팀으로 데뷔해, 작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멤버 전원이 스무 살을 넘은 그룹이다. 그룹의 성격에 따라 유닛을 구분해 활동하는 NCT에서 ‘DREAM’을 담당하고 있는 팀답게, 이들의 노래는 대체로 밝고 희망차며 에너제틱하다.

 

2021년 6월 28일 발매된 정규 1집 리패키지에 수록된 타이틀 곡 Hello Future는 이런 NCT DREAM의 그룹색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곡이다. 긍정적인 미래를 노래하는 가사는 힙합 댄스라는 장르 속에서 더욱 빛난다. 노래는 팀을 이끄는 마크의 선창으로 시작된다. 힘을 실어 ‘Big dreams big thrills Flying High 터무니없는 상상해 봐’라는 구호 같은 가사를 내뱉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단단하며,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향해 안녕이라고 외쳐볼 용기를 전해준다.


긍정적인 힘을 가진 노래는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Hello Future라는 곡을 떠올린 후로, 내게는 이 곡만이 더할 나위 없는 정답 같았다. Hello Future가 특별한 이유는 절망 끝에 찾아온 희망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Hello Future의 화자는 청자가 ‘자욱한 연기 속에서 살아남은 키 작은 꽃’이자 ‘날개를 펼치고 또 꺾이고 다친’적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청자에게 ‘누구보다 강한 너잖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타인에 대해 이토록 강한 확신을 할 수 있을까? 그건 바로 화자가 청자가 있는 시간대보다 뒤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미래’에. 그렇기에 화자는 현재 혹은 과거의 청자가 ‘전쟁 같던 시간들을’ 겪어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고, 동시에 청자가 기어코 이 곡이 말하는 것처럼 희망찬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 단언한다. 화자의 입장에서 이 노래의 내용은 이미 이루어진 현실이며, 무엇보다 사려깊은 위로다.


일곱 소년으로 치환되는 화자가 건네는 응원은 단순한 위로와 응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누구보다 강한 너잖아'라는 말에는 지금 네가 겪고 있는 시련들을 이겨내고 올 수 있어, 가 아니라 그렇게 할 거잖아, 라는 확신이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현실에 이리저리 치이기만 하는 나조차 내가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일 지도 모른다고, 아니 강한 사람이 맞다고 감히 믿게 된다.이 곡을 듣는 ‘나’에게 있어 그들이 하는 말은 그저 진실이므로.


이 노래의 화자가 미래에 있다는 추측 혹은 사실로 화자의 태도에는 확신이 깃든다. ‘기다렸어! 어서 와’나 ‘내 미래에 전해줘 온 세상과 광야 위로 사랑했다고 말하게’ 같은 가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자신이 있는 미래에 당도할 청자에게 하는 말이든, 다가오는 미래를 향해 하는 말이든, 화자는 이런 미래가 이루어질 수 있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기때문에 저 먼 과거에서부터 지속된 ‘기다렸어’이며, 어떻게 하고 싶다는 소망을 넘어 의지이자 다짐이다. 화자에게 있어 또한, Hello Future는 기다렸던 미래가 현실이 된 세계이다.


이 노래의 궁극적인 힘은, 이제껏 구분했던 화자와 청자가 하나로 겹쳐질 때 생긴다. 여기서 화자가 말하는 ‘너’는 이런 노래의 대상으로 삼을 만큼 믿고 사랑하는 누군가이기도 하지만, 다른 시간대의 내가 될 수도 있다. 과거, 현재, 혹은 미래에 있는 그 역시 우리이자 서로이기 때문이다. 화자가 청자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 그리고 ‘미래에 조우하게 됐어 경계 위로 손을 맞대면 우린 너무 닮아있어’라는 가사를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결국 저 먼 미래에 나를 기다렸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누군가’가 아니라 또 다른 내가 되는 셈이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다름 아닌 나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네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아픈 시간이 다만 짧기를 바라고 또 원했’던 내가 기어코 그 고난들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아무 걱정 하지 말'라는 위로는 그래서 흔하디 흔한 말이 아니게 된다. 내가 새해를 맞이하는 곡으로 Hello Future를 선택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작년은 모두가 코로나19라는 재난을 겪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무척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그렇기에 다가오는 2022년만큼은 무사하기를 바랐고, 아직 무엇도 확언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희망찬 응원이 필요했다.


작년 한 해를 보내며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중력의 힘으로 땅에 발을 딛고 걸어가는 인간에게 넘어지는 건 사람의 일이다. 그렇다면 넘어지더라도 거기서 멈춰서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Hello Future는 나에게 손을 뻗어주는 노래다. 나와 동일시될 수 있는 화자가 청자를 포기하지 않는 데서, 약속된 해피엔딩을 이야기하는 가사에서 나온다.


물론 이 해석은 순전히 주관적인 풀이일 뿐이며, 가사의 의미는 절대적이지 않다. 이 노래의 작사가가 한 줄 한 줄 풀이해준 게 아니고서야 무엇을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해석을 더하는 과정에서 노래의 의미는 확장되고, 곡을 만든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나 사람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게 된다. 개인적인 감상을 얼마나 덧붙이든, 이 곡이 담고 있는 힘은 절대 사그라들거나 퇴색되지 않는다.

 

12월 31일 11시 59분부터 노래를 틀기 위해 준비했던 사람들 역시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누군가는 제목을 보고, 누군가는 가사를 보고, 누군가는 멜로디를 듣고, 누군가는 가수를 보고 저마다의 새해 첫 곡을 골랐을 테다. 노래가 갖고 있는 힘이 나의 한 해를 무사히 지켜주기를 바라면서. 이 과정에서 실제 곡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뛰어넘기도 하고, 그렇게 모인 소망이 정말로 노래에 힘을 불어넣었을 것이라 믿는다. 아직 올해의 운을 점치기에는 이르지만, 2022년을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하고 싶어지는 걸 보면 Hello Future에 담겨있는 메세지가 나를 지탱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다른 사람들의 새해 소원 또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힘차게 외쳐본다, 안녕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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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비 캡쳐, NCT DREAM - Hello Future

 

 

[임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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