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의 이 시국 교환학생 일기2

글 입력 2022.02.18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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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편을 쓴 지 벌써 2주가 흘렀다니.

 

일단 그동안 나는 스페인어 강의를 결제하지 않았고, 여전히 아는 단어 몇 개를 돌려가며 생활하고 있다. 제일 중심가에 플랫을 구해놓고 여기서도 집순이 기질을 버리지 못해서 수업이 없는 날이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어서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사는 친구들보다 더 이 주변을 몰라 아직도 구글맵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는 많이 돌아다녀야지 마음먹어도 그때 잠시뿐이고 학교에서 수업만 들어도 진이 빠져서 집에 오면 바로 뻗는다. 한동안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져 있다가 한국에서도 안 해본 통학을 해서 더 그런 것 같다.

 

내가 다니는 캠퍼스는 도심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는데 배차 간격도 어마어마하다. 9시 수업을 들으려면 8시 15분에는 나가야 하는데 나는 아침잠도 많은 데다가 해가 8시 30분쯤 떠서 정말 고역이다. 날씨도 오락가락해서 어떤 날은 서울 뺨치게 춥고 어떤 날은 봄 날씨 같다.


여기는 작은 도시라 한식당, 한인마트가 없어서 한식 없이는 못 사는 내가 한 달째 김치 없이 버티고 있다. 아시안 마트 세 네 개 정도가 있는데 내가 원하는 재료나 김치는 찾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는 거긴 하지만. 다다음 주에 재외 국민 투표(라고 쓰고 놀러) 마드리드에 갈 때 한식당에서 원 없이 한식을 먹고 한인마트에서 간장, 쌈장 등 재료를 살 거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할 때보다 여기에서 팀플을 더 많이 하고 있는데 모든 수업이 토론, 발표식이라 꽤 스트레스다. 회화도 문법 다 틀려가면서 겨우 하고 있는데 전공 강의를 영어로 발표해야 한다니. 의외였던 건 서양인들은 자기 의견을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대해 거리낌 없을 줄 알았는데 발표자를 뽑아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 안 하려고 하는 분위기라 어딜 가나 발표 싫어하는 건 똑같구나 싶어 조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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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경기가 있었던 날 경기장 뒤편 모니터를 보고 있는 사람들

경기장 근처 음식점들부터 길거리는 쓰레기와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스페인은 야외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됐다. 그래도 스페인 사람들은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는 편인 것 같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만 빼고.

 

나도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공기 좀 마셔보고 싶어서 마스크를 벗을까 하는 유혹에 흔들린 적이 꽤 많은데 작은 도시에 몇 없는 동양인이 마스크까지 벗는다면 혐오 범죄를 당하기 딱 좋은 터라 매번 생각만 할 뿐이다.

 

8시간이라는 시차 때문에 답장 텀이 길어져 날 잡고 영상통화를 하자는 친구들의 제안에 어제 한  달 만에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자취방 바로 위층에 사는 친군데 한동안 영상통화로 얼굴을 볼 수 있다니. 가족과도 마찬가지다. 학교 때문에 혼자 자취를 할 때 세 달에 한 번 본가에 갈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런지 자취할 때랑은 또 느낌이 다르다.

 

워낙 낯가림이 심해서 모르는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친구를 많이 못 사귀고 가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눈 딱 감고 먼저 말을 걸었는데 나랑 시간표가 똑같은 친구들이라는 걸 알게 됐고 버스도 같이 타면서 꽤 가까워졌다. 다른 대학교에서 온 한국 교환학생들이랑도 알게 됐고,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파티도 함께 가기도 해서 많은 사람을 사귀어서 인지 외롭지는 않다.

 

여기 와서부터 가계부를 쓰고 있는데, 쓰면서 느끼는 점은 즐겁고 좋은 기억들은 지갑을 얄팍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예산을 훨씬 넘긴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내 인생에 다시없을 기회라고 생각돼,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후회 없이 지내다 건강히 돌아가고 싶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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