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관공서 알바에서 본 공무원 [사람]

배려와 이해의 현장
글 입력 2022.02.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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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구청을 가볼 일은 없었는데, 지난 한 달 동안 매일 발 도장을 찍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자체에서 모집하는 행정체험 연수 지원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정식명칭은 꽤 거창하지만 하는 일은 굉장히 소소하다. 관공서 특성상 실내 사무실에 앉아 간단한 서류정리나 심부름을 주로 하는데, 받는 돈에 비해 일이 편해서 흔히들 '관공서 꿀알바'라고 부른다.


모집하는 일자리 수보다 지원자가 엄청나게 몰려들어서 무작위로 근무자를 뽑는데, 운 좋게 당첨이 된 나는 집 근처 구청으로 출근을 하게 됐다. 사실 구청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일평생 관심도 없이 살던 나였기에, 출퇴근이 가깝다는 장점에 기뻐하며 기쁨 반 호기심 반의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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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업무 역시 쉽고 간단한 일이었기에 어려울 것 하나 없었지만, 딱딱하고 사무적인 파티션과 적막한 공기가 흐르는 사무실 분위기에 조금은 위축됐었다. 그러나 그런 시간도 잠깐이었다. 오전 9시 30분이 넘어가자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각종 민원 소리였다. 사무실로 찾아오는 발걸음도 끊이질 않았다. 내가 일하는 부서에서는 음식점들의 영업 신고, 폐업 신고, 지위 승계 등 민원인들이 직접 와서 작성해야 하는 행정 서류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매일매일 많은 사람이 오가는 것을 눈으로 보니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나의 일은 민원인과 별다른 소통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깨 너머로 보이는, 귀에 들려오는 공무의 일을 살펴보며 느낀 점이 하나 있다. 그건 '누군가를 위한 배려'의 중요성이었다. 한 주무관님의 수화기 너머로 말씀하시는 게 불편한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터넷으로 무언가를 신청해야 하는데 도통 알 수 없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전화를 받은 주무관님은 답답할 법도 한데, 하나하나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구청에 찾아와서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부터, 필요한 서류들, 받아적어야 할 내용을 침착하고 인내심 있게 말했다.


또 다른 수화기에서는 귀가 아플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가 퍼져 나왔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항의하는 민원인의 말이었다. 담당 주무관이 도움을 주려고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분노에 찬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대강 주워들은 내용으로는, 정부 사이트 공지사항을 세세히 보지 못한 데서 생긴 문제였다. 주무관님은 인내심 있게 민원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끝끝내 친절히 해결방안을 알려드렸다.


직접 찾아온 민원인들도 저마다의 다양한 사정이 있었다. 방역지원금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사장님, 억울하게 영업정지를 당한 가게, 새로운 형태의 가게를 내려고 상담을 하러 찾아온 민원인...... 모두 인터넷에 검색한다고 해서 뚝딱 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세심히 들여다보고, 함께 사정을 고민하고, 법령을 뒤적이며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구청에서 하는 일은 누군가의 생계가 달린 문제였다. 그리고 누구도 살아가는 데에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섬세하게 조율해주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스마트폰이 없다고 해서, 법을 잘 모르는 소시민이라고 해서 정책의 바운더리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애쓰는 현장을 보았다.


그 안에서 말과 말, 눈과 눈을 맞춰 그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새삼스레 느끼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는 건 도덕적으로 옳고 바른 일이지만, 요즘의 세상은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다. 우는 게 당연한 아이의 우는 소리가 듣기 싫어 노키즈존을 찾고, 키오스크 계산대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어르신을 그저 눈살 찌푸리며 바라만 보고, 층간소음에 사정이나 이유를 이해해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고 칼부림을 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해와 배려가 부족해 생긴 일들이 다시금 눈에 들어온다.


내가 본 공무원들의 모습이 대가 없는 선의에서 나온 게 아니라 그저 충실히 본분을 다한 직장인의 모습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를 기다릴 줄 알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은 공직자만이 아니라,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전파되면 좋겠다 싶은 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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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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