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삶과 죽음, 그리고 아이러니 - 라스트 세션

글 입력 2022.02.0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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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jpg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로 한 1939년 9월 3일 오전, 런던. 프로이트의 서재.

 

옥스퍼드대학의 젊은 교수 겸 작가 루이스가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초대를 받아 방문한다. 루이스는 자신의 책에서 그를 비판한 탓에 불려왔다고 생각하지만, 프로이트는 뜻밖에 신의 존재에 대한 그의 변증을 궁금해한다.

 

시시각각 전쟁과 죽음의 그림자가 그들을 덮쳐오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종교와 인간, 고통과 삶의 의미를 넘어 유머와 사랑에까지 지칠 줄 모르는 논쟁을 이어가는데…

 

 

라스트 세션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와 사학자이자 문학가인 루이스 교수가 프로이트의 서재에서 좌담하는 이야기다. 둘은 같은 시대에 비슷한 것들에 대해 연구하며 살았으나, 실제로는 만난적이 없다고 한다. 직접적인 명시는 없지만, 하버드 대학의 강의를 책으로 발간한 “프로이트 vs 루이스”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서재는 안팎으로 전쟁의 냄새가 만연하다. 라디오에서는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공습 경보가 울려대고, 폭격기와 수송기가 하늘을 가른다. 그 속에서 두 학자는 종교, 자살, 유머, 섹스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

   

 

 

0. 글을 열며,


 

우선, 연극에 등장하거나 등장하진 않아도 극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프로이트

 

프로이트는 익히 알고 있듯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다. 후에 논의를 편하기 위해 그의 이론을 짧게나마 짚고 가겠다.

 

◆ 에로스와 리비도 - 프로이트의 이론은 본능적인 충동을 기초로 한다. 이러한 충동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그것이다. 에로스는 삶에 대한 욕망이며, 타나토스는 죽음에 대한 욕망이다. 이때, 에로스에는 성적 에너지인 리비도가 관여한다. 리비도는 성적(性的) 충동이다. 그러나, 리비도는 인간의 무의식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밖으로 모습을 잘 나타내지 않는다. 따라서 프로이트는 이를 감지하면 인간 내면에 있는 무의식을 알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그 방법으로 꿈, 유머, 자유연상을 제시한다.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이러한 리비도는 갓난아기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의 삶에 관여한다. 아이는 엄마의 젖을 빨며 성적 충동을 느낀다. 그리고 조금 더 자라면, 아버지의 보호 아래에서 성장하며, 비로소 나와 남을 구분하며, 사회적 관계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러나, 아이는 점점 자라면서 어머니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아버지가 어머니의 사랑을 독점한다고 생각하게 되어 아버지를 미워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한다.

 

◆ 안나 프로이트 - 프로이트의 막내딸이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정신 분석학을 배우고, 아동 정신분석학 연구자로 전향했다. 영국으로 이주하고, 프로이트가 구강암으로 사망하기 직전에는 그의 간병인이자 비서로 최선을 다하였으며, 프로이트가 죽은 이후에는 간호사가 된다.

 

 

2) C.S 루이스

 

C.S 루이스는 문학가이자 문학 교수였다. 우리에게는 영화화된 바 있는 소설 ‘나니아 연대기’로 잘 알려져 있다.

 

◆ 순례자의 귀환 - 순례자의 귀환은 루이스가 기독교인이 된 후 쓴 첫 소설이다. 그것은 선교사 존 번연이 지은 ‘천로역정’을 루이스의 식으로 바꾸어 서술한 것으로, 서양에서 논의된 인간 정신사를 꿰뚫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 나니아 연대기 - 루이스의 대표작으로,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함께 삼대 판타지 소설로 꼽힌다. 이러한 나니아 연대기는 2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 출신의 남매들이 옷장에서 환상의 나라인 나니아로 통하는 길을 발견하고, 그곳과 현실을 오가며 모험한다는 내용이다.

 

◆ 톨킨 - 루이스는 옥스퍼드의 교수로 일하며 '인클리즈'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루이스는 자신의 형과 톨킨을 비롯한 지성인들을 모아 토론과 친목의 장을 만들었다. 이에는 루이스의 절친이자 루이스가 개종하는 데에 큰 영향을 준 톨킨도 속해 있었다.

 

 

 

1. 삶과 죽음, 그리고 아이러니


 

무대는 ‘프로이트의 서재’를 주제로 꾸며졌다. 중앙에는 프로이트의 책상이 있으며, 책상을 중심으로 한쪽으로는 최면과 자유연상 기법을 통해 무의식을 분석하기 위해 놓인 소파가, 그리고 그 뒤쪽으로는 고대 유물과 신의 조각상이 전시된 진열장과 라디오가 그리고 오른쪽에는 서재의 출입문과 물이 준비되어 있다.

 

그곳에서 프로이트와 루이스는 신에 관해 이야기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과학적이고 통계적으로 분석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한 만큼 신을 믿지 않았고, 루이스 교수는 여러 저서를 통해 기독교 신앙을 변증법적으로 증명하고자 한 만큼 철저한 유신론자였다.

 

대화는 주로 프로이트가 신에 관해 시니컬하고 날 선 비판을 하면, 루이스가 유머러스하면서도 정중하게 그의 논지 속 허점을 지적하며 진행된다. 나는 ‘신화’로서의 성경은 사랑하지만 ‘법’으로서의 성경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프로이트의 말들이 참 인상 깊었다.

 

신에 관한 갑론을박은 국면을 맞는다. 갑작스러운 공습경보 때문이다. 세계 대전에 장교로 참전한 경험이 있던 루이스는 친애하던 동료가 바로 옆에서 죽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에 압도되고 만다. 교수는 해가 중천에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방 안의 모든 전등을 끄고, 프로이트의 지위가 자신보다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방독면을 쓰라고 명령한다. 그가 기독교 신앙과 기독교적 운명론을 믿는다는 점을 떠올리면, 상당히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한편, 대화가 진행될수록 프로이트의 구강 통증이 심해진다. 프로이트는 구강암으로 수술을 했고, 그 결과 입천장에 천공이 생겼는데, 철판으로 덧대었다. 따라서, 입을 많이 움직일수록 이 보철물이 입 주변을 찔러 상태가 심각해지는 것이 당연했다.

 

이러한 대화의 흐름 속에서 ‘안락사’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대두된다. 프로이트는 이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 암이 더 진행된다면 안락사를 해달라고 주치의에게 미리 부탁해 두었고, 그것에 대해 루이스는 남은 사람들에게 많은 슬픔과 부담을 지는 일이라고 반박하며, 다시 분위기가 고조된다.

 

이때, 대화는 또 한 번의 국면을 맞이한다. 보철물이 완전히 틀어지는 바람에 프로이트가 피를 토하며 고통스럽게 쓰러지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루이스에게 자신의 입속에 직접 손을 넣어 그것의 제자리를 찾아주라고 부탁한다. 루이스는 다행히 보철물을 고정했고, 둘은 이를 빌어 ‘구강을 통한 성적 접촉’이라며 자조한다. 이 또한 안락사를 바라면서도 살고자 발버둥 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이처럼 사람은 ‘죽음’ 앞에서 살아가야 할 의지를 갖춘다. 그 욕구 앞에서는 평소의 생각도, 신념도, 종교관도 허물어진다. 극 중에서 루이스가 악이 존재하기에 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 삶과 죽음 또한 비슷한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2. “오영수” 배우님에 관하여


 

오징어 게임을 보지 않았다. 따라서, 오영수 배우님에 관한 마지막 기억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멈춰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봄’은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사계절이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절도 빙글빙글 돌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도 반복된다. 얼마 전 코로나로 사망한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로 청룡 영화제에서 최우수 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오영수 배우님은 영화에서 절의 주인인 주지 스님 역을 맡았다. 매 장면이 눈에 띄었으나, 특히 주지 스님의 최후는 굉장히 인상 깊었다.

 

주지 스님은 세상을 떠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는 나무배에 장작을 가득 쌓고 촉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을 전부 차단한다. 이윽고 배에 불이 붙고 스님은 평소보다 네 배 더 강렬한 아픔을 느끼며 산 채로 화장된다. 비장하고 다부진 속죄 행위다.

 

연극 라스트 세션 속 배우님의 연기가 완벽했다고는 못하겠다. 연극 자체가 단막으로 구성된 데다가 대사도 많고 그 자체도 길다 보니 버거워하시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딕션과 발성도 예외는 아니라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님의 비언어적 표현들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여전했다. 오히려 더욱더 깊고 단단해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끔찍한 전쟁을 반복하는 나치와 히틀러에게 분노하는 장면은 충격적이기 까기 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회차도 보고 싶다. 즐거운 연극이었다.

 

 

[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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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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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기맘
    •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느낌을 받고 또 말로 표현할수 없었던 느낌을 느끼게 도와  주신 에디터님 감사감사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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