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계절을 맞이하는 새로운 방법 - 차의 계절 [도서]

글 입력 2022.01.3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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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좋아하는 사람


 

한파가 찾아온 어느 주말, 작은 주점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본 친구는 지인이 고급 다기 세트를 선물 받았는데,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어 난감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마주 앉은 다른 친구는 웃음을 띤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나라면 꼭 좋아했을 선물이었을 텐데, 말을 받았다.


차는 커피나 탄산, 다른 음료보다 어쩐지 조금은 멀게 느껴진다. 그 점에서 차는 어렵지만, 동시에 아주 특별한 존재감을 지닌다. 카페나 일상 곳곳에서 쉽게 차를 만나볼 수 있지만, 종류가 한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다양한 맛을 위해선 직접 찾아 나서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커피만큼 모두의 일상과 꼭 붙은 느낌은 아니지만, 차를 우리고 잔에 따라 천천히 마시는 모습에서 특유의 여유와 편안한 분위기를 전한다.


누군가 좋아하는 것을 물었을 때, 차를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주위에서 마음을 전해줄 때, 다양한 차를 선물 받기도 했다. 차를 한 잔 마시고 싶을 때, 조언을 구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럴 때면 가끔 물음표가 떠오르기도 했다. 차를 좋아하지만, 전문적으로 알진 못하고, 차를 즐기는 좋은 도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차를 하나씩 경험해 보고, 천천히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건 문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것이라면, 더 잘 알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향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어떤 비와 바람을 맞고 자란 잎에서 온 것인지, 차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도서 <차의 계절>은 차가 궁금한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딱 맞는 책이다. 국내와 해외의 차밭을 여행하고, 다양한 티 브랜드에서 차를 소개해온 저자가 계절에 맞는 차를 소개한 글이다. 넓고 넓은 차의 세계에서 선뜻 손을 뻗기 힘든 사람에게, 오늘의 날씨에 어울리는 차를 권하고, 아이스티, 밀크티, 과일티 등 차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도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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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세어보는 24절기



 

24개의 절기가 옛사람들에게 씨를 뿌리고 결실을 거둘 시기를 알려주는 일정표였던 것처럼, 차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한 해 동안 마시는 차의 기억이 몸에 새겨져 있다.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궂으면 궂은 대로 흡족한 차가 있기에 매일의 빛과 공기 그리고 계절의 변화에 더욱 촉각을 세우게 된다.

 

- 프롤로그 中

 

 

올해 나의 가장 큰 목표는 계절마다 찾아오는, 그때에만 맛볼 수 있는 맛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사소한 일처럼 보이지만, 분주한 일상에 밀리지 않고 계절의 맛과 향을 천천히 느끼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계절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나의 행복이 우선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떠올려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철 음식 하면 싱싱한 과일이나, 해산물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차를 기억하기로 한다. 한겨울의 날카로운 바람, 여름의 탈 듯한 태양이 느껴지는 차 한 잔을 만나는 새로운 기쁨이 찾아왔으니 말이다.

 

 

 

계절을 맛보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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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에 맞는 차는 무엇일까. <차의 계절>은 중국의 ‘전홍’ 차를 소개한다. 1월 20일 즈음, 24절기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에 맞는 차였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라는 말처럼, 낯설게 느껴진 24절기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덤이다.


전홍은 차나무의 고향인 중국의 운남 지역에서 재배되는 차다. 티포트에 찻잎을 넣으면 단호박과 같은 달달하고 구수한 향이 주위를 감싸고, 고구마처럼 부드럽고 단맛을 낸다. 추운 겨울 오후, 포슬포슬 따뜻하게 찐 단호박과 고구마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부드럽고 단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운남의 푸른 차밭을 그려보게 된다.


따뜻한 볕이 들고, 생명이 피어나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 즈음 즐기기 좋은 차도 미리 만나보았다. 세 번째 절기인 경칩에는 스리랑카의 ‘누와라엘리야’를 추천한다. 푸른빛으로 세상이 물드는 3월이 오면, 스리랑카의 누와라엘리야 마을은 저 너머까지 차나무의 내음으로 가득해진다.


마을의 이름을 딴 누와라엘리야는 경쾌하고 풋풋한 풍미를 자랑한다. 봄의 날씨에 맞게 가볍게 즐기기 좋은 차로, 탄산수에 냉침 하거나 샴페인처럼 즐기는 것도 추천할 수 있다. 누와라엘리야 마을에 가면 직접 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견학하고, 차를 맛볼 수 있는 티룸도 있다고 하니, 차를 먼저 만나보고 언젠가 직접 그곳에 방문하는 날을 기다려 보기로 한다.

 

 

 

차의 삶은 우리와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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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무가 윤택한 환경에서 쑥쑥 자라는 것보다 적당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찻잎이 천천히 성장할수록 차의 맛과 향기는 더욱 짙어진다. 비가 많이 오는 시기보다 다소 건조한 시기가 좋으며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일교차가 커지면 찻잎이 자라는 속도는 더욱 더뎌질 것이다. 그리고 열대 지역 일부에서는 서리 또한 차가 맛있어지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차나무에게는 불편한 환경이 차의 풍미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자연의 아이러니이다.


계절에 잘 맞는 차를 만나보면서, 차의 역사와 종류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삶과 닮은 차의 생애를 알게 된 기쁨과 놀라움이 마음에 남는다. 이제 차를 마실 때면 입안에 느껴지는 맛만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쏟아지는 비와 서리를 견디고 자라난 차나무의 사계를 떠올리고, 나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한 해에, 어느 때나, 내 마음이 준비가 되었다면, 스물네 번이나 계절에 맞는 차를 만날 기쁨이 생겼다. 차를 사랑하는 사람은 곧 계절을 사랑하고, 계절을 사랑하면 차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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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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