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와인이 어렵게 느껴지는 당신에게 - 인생 와인

와인 속에 담긴 인생 이야기
글 입력 2022.01.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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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이 되어서도 술 한 방울 입에 안 대던 내가 처음 마셨던 술은 와인이었다. 포르투갈 여행을 갔을 때 포르투갈에 왔으면 꼭 마셔봐야 된다고 해서 마셨던 그린와인. 술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고 외쳤던 내 고집이 꺾이는 순간이었다.

 

턱턱 사 마시기 비싼 가격에 멀리하고 있던 와인을 스페인에서 다시 접했다. 친구들을 저녁에 초대하면 한 병씩 들고 오는 와인을 한 두 병 마시다 보니 뭐가 뭔진 몰라도 와인이라는 술과 친해진 건 분명했다. 알코올향 가득한 소주, 배부른 맥주, 집에서 마시기 어려운 칵테일과 왠지 멀게 만 느껴지는 위스키 사이에서 와인은 내 마음 속 1순위로 등극했고 좋아하는 술이 뭐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와인이라고 대답했다.

 

그걸 계기로 와인 바에서 일하게 됐다. 와인 테이스팅을 하고 사장님이 흘러가듯 말해주시는 이야기를 주워 들으면서 낯설기만 하던 포도 품종도, 와이너리 이름도 점점 익숙해졌다. 하지만 같은 품종이어도 나라에 따라, 와이너리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맛과 향에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었다. 정답이 없고, 복잡한 와인의 세계가 버거웠지만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과도 닮아있기 때문에 ‘와인과 인생은 다르지 않다’라는 이 책의 소개글을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인생와인_표지1.jpg



책 <인생 와인>은 잘나가는 기업의 CEO에서 한 순간 모든 것을 잃고 방황하던 때 와인을 만나 새로운 삶을 만난 크리스 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와인은 주연으로 시작했다가 술자리가 끝날 무렵 조연이 되고,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연이 된다”는 말에 영감을 얻어 본격적으로 와인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향을 음미하고 와인을 입에 넣고 혀 위에서 한번 굴리고 꿀꺽, 그 다음에 본격적인 이야기, 다시 한 모금 꿀꺽, 그리고 다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소주가 이야기의 마무리라면 와인은 이야기를 여는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요? 심지어 마시기 전에 와인셀러에 들어 있는 모습을 볼 때부터 와인 병을 열 때, 디캔팅(Decanting)을 하느라 기다릴 때, 잔에 따를 때, 따라져 있는 와인의 빛깔을 볼 때, 모든 순간 모든 것이 '이야깃거리'였습니다.

 

_Prologue <와인을 열기 전> 중에서

 


프롤로그의 글처럼 와인은 이야깃거리가 정말 많은 술이다. 원료인 포도의 품종부터 포도가 자라는 토양, 와이너리마다 다른 재배 방식과 숙성 환경, 나라마다의 기후 등 와인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요소는 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에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와인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수입되는 과정의 날씨와 온도, 보관하는 방법에 따라 같은 와인인데도 맛이 조금씩 달라지니 그야말로 살아있는 술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다. 그러니 와인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겠는가. 시중에 그렇게나 많은 와인 책들이 나와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많은 책들 중 이 책의 흥미로운 이유는 언뜻 관계없어 보이는 돈과 와인을 결부시켜 책을 썼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공이라고 해야 하나. 이 책은 실패와 성공을 넘나드는 와인과 와이너리,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돈을 벌고 싶을 때 마시는 와인’, ‘돈을 벌 때 마시는 와인, ‘돈이 궁할 때 마시는 와인’, ‘돈을 벌고 나서 마시는 와인’, ‘돈이 되는 와인’ 이렇게 다섯 가지 챕터로 나누어 보여준다.

 

와인을 맛과 향, 품종이 아닌,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느껴봤을 상황으로 챕터를 나누니 읽고 싶은 마음이 더 동했다. 영화 속 캐릭터나 어느 호텔의 이야기, 개인적인 성공과 실패담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와인 이야기로 넘어간다. 서두에 던진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하는 와인과 와이너리의 이야기는 낯설고 어려운 지명과 인명의 허들을 낮추고 독자들을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들었다. 캐주얼한 이야기로 주제를 환기하고 주력 와인을 소개하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챕터를 하나하나 읽어나갈수록 마셔보고 싶은 와인의 개수도 늘어났다.

 

샴페인을 흉내 낸 아류에 불과했지만 가성비 좋은 훌륭한 스파클링 와인으로 거듭난 스페인 까바, 여러 품종을 섞어 만든 와인을 저급하다 취급하던 고정관념을 깨고 최상의 와인, 에디찌오네를 만들어 낸 판티니 그룹, 영국 자본이라는 편견을 무너뜨리고 프랑스 5대 와인 안에 든 샤토 무통 로쉴드의 와인 등 바닥부터 시작해 성공을 이루어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와인과 인생이 다르지 않다는 책의 소개글이 다시금 떠오른다.

 

와인에세이를 넘어 자기계발서의 느낌마저 들기도 했는데, 아마도 작가가 사업을 하며 겪었던 부단한 실패와 성공이 책 속에서도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사업을 준비 중이거나 진행해나가고 있는 사람들, 더 나아가 인생을 살며 성공과 실패를 겪어나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을 이야기였다.

 

*

 

최근 몇 년 전부터 와인이 급부상하고 있다. 힙하고 개성 있는 와인 바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이젠 편의점에서도 와인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도 그만큼 많아졌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복잡한 포도 품종과 수많은 브랜드는 와인을 선뜻 고르기 어렵게 만든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가장 궁금하거나 가장 구하기 쉬운 와인을 하나 고르고 모임에 가져가 책 속에서 읽은 이야기로 와인을 소개해보자. 술은 즐겁기 위해 마시는 것이기에, 와인으로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와인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조금 풀어낸다면 조금 더 즐겁고 풍부한 술자리가 될 것이다. 유식해 보이는 것은 덤이다. 아, 조만간 와인샵에 가야겠다. 책 속의 와인 한 병을 사 들고 느긋한 재즈음악을 배경 삼아 친구들과 와인, 그리고 인생 이야기를 나눠야지.

 

 

 

컬쳐리스트_신소연.jpg

 


[신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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