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엄마는 나와 다르다. [사람]

글 입력 2022.01.24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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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엄마는 내 모든 것의 시작이었고 끝이었다.

 

엄마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은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은 기억이다. 글쎄, 남들이 들으면 그 기억이 그렇게 강렬한 기억일까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게는 그 이후의 엄마와의 관계를 모두 결정지을 만큼 강렬한 기억이다.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시작은 사소한 사건이었다. 엄마와 싸웠다. 엄마와 딸들이 흔히 그렇듯이. 무슨 일로 싸웠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사소한 사건이었다. 싸우고 홧김에 집을 나섰는데, 문득 엄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불안했고, 기분이 이상했다. 집에 들어가면 죽은 엄마를 마주할 것 같았다.

 

동네를 빙빙 돌다가 울면서 공중전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상담 선생님은 그렇게 얘기 했다.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내게 이야기를 해 주셨다. 드문 일이었다. 내 마음을 그렇게 어루만져주는 사람이 있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지 못했으므로.

 

뭐, 이 이야기의 결론을 말하자면 엄마는 살아있었고, 그 이후로 며칠간 엄마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엄마의 눈치를 보며 지냈다. 꽤 괜찮다고 느꼈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진짜로 엄마가 죽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엄마에 대한 생각과 감정은 나중 일이었다.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나는 엄마가 왜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겁에 질렸을까?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조금 예민했다. 우울해하는 일도 잦았다. 우울해하는 엄마의 곁에서 함께 우울해하는 것이 내 일이었다. 엄마의 감정은 쉽게도 나를 좀먹었다.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은 즐거웠지만 또 그만큼 괴로운 시간이었다. 엄마가 기쁘면 나도 기뻤고 엄마가 슬프면 나도 슬펐다.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 나는 엄마보다 더 깊은 감정의 골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우울증도 조울증도 유전이 된다는데, 나는 어쩌면 엄마의 반쪽을 떼어다 받았나보다. 조울증이 떼어놓을 수 없는 나의 반쪽인 것처럼 엄마의 반쪽 역시 우울증이 아니었을까?

 

엄마는 다 큰 나를 앉혀놓고 말했다. 너를 낳은 것을 후회했노라고. 내가 어릴 때는 이 이야기를 차마 못했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럼 다 큰 다음에는 이런 말을 들어도 상관없다는 걸까?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 엄마도 어렸지. 당시 이야기를 듣던 내 나이보다 겨우 4~5살이 많은 나이였다. 지금의 나와도 나이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말을 자식에게 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혼란스러움 속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엄마에게 짐이 되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나는 속죄를 해야 했다. 그날 밤은 속죄의 시간이었다.


예전에는 눈만 마주치면 싸웠다. 싸울 일이 뭐가 그리 많았는지 정말 죽일 듯이 싸웠다. 싸우다가 차라리 죽이라며 소리를 치기도 했고 진짜로 죽이겠다며 달려들기도 했었다. 요즘은 그래도 서로가 서로를 봐주는 느낌이다. 엄마와 갈등이 잦아들자 조금 살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요즘은 그렇게 큰 우울감에 빠지지도, 안 좋은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이따금 하기는 하지만 그 강도가 심하지 않다. 다행인 일이다.

 

'엄마는 내가 아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엄마는 내가 아니다. 나도 엄마가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독립된 개체일 뿐이다.

 

 

[정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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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연희
    • 지나가다 읽어봤어요 님글에 그냥 위로가 되네요.. 좋은글 많이 남기셔서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와 힘이 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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