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입문자를 위한 현대미술 감상 방법 [미술/전시]

글 입력 2021.12.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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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개봉했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올해 펜데믹 이후 최초 500만 관객 돌파를 달성했다. 이 영화는 60년대 코믹스 발간을 시작으로 스파이더맨이란 소재를 내세운 여러 버전의 영화로 인해 지금껏 탄탄한 고정층의 팬을 두었다.

 

이 영화로 미루어 보았을 때 한 편의 영화를 위해 깔려있어야 하는 배경지식이 조금은 필요한 편이다. 즉, 소화해야 하는 시리즈물의 개수는 여러 개일 뿐만 아니라 마블 시리즈 또는 히어로물에 발을 들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들에게 전작들을 당장 소화하는 것은 벅차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몰라도 일단 시작하면 된다. 어느 분야든지 맛을 보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그 순간과 과정이 발화점이 되어 누구나 활활 타오를 수 있는 가능성과 열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예시를 미술에 적용해본다면 우리는 지금 미술관에서 접할 수 있는 현대미술을 모른다고 해서 라스코 동굴벽화를 시작으로 미술사를 정주행하고 복습할 필요는 없다.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미술관에 가본 경험이 없다면 선택의 폭이 넓으니 그저 딱 한 곳을 골라 나들이 가듯 일단 발을 들여보자. 이 글은 예술과 친하지 않지만 입문해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레시피 같은 글로써 어떻게 전시와 작품을 감상하면 되는지에 대한 아주 사소하고 간단한 가이드 라인을 적은 글이다.

 

 

#활용하기 - 먼저,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를 활용해보자. 의외로 짐을 보관하지 않고 관람하는 이들이 꽤 많다. 본인이 가고자 하는 미술관이나 전시장의 규모가 크고 또 관람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물품 보관함에 짐을 넣어두고 몸을 최대한 가볍고 편안한 상태로 입장해보자.

 

요즘은 정말 많은 미술관이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이다. 또한, 전시의 대략적인 이야기들을 전달해주는 도슨트나 작품의 핵심적인 이야기와 캡션 등 압축된 정보가 담긴 책자를 활용해보자. 앞서 나열된 오디오 가이드나 도슨트, 전시 리플렛 등은 주로 관람객의 이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활용한다면 전시와 작품의 개괄적인 맥락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작가와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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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현대차시리즈 2021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설치 전경

 

 

우선 한 예시를 들기 위해 문경원, 전준호 작가의 〈자유의 마을〉이란 프로젝트 작업을 활용하고자 한다. 이 작업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고 2월 말에 막을 내린다. 이 작업으로 예시를 들고자 하는 이유는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한 작업 내에 관람객들은 아카이브로 구성된 사진, 그리고 대형 페인팅 작품, 영상 작업, 설치, 전시 관련 기획 프로그램 등 다양한 매체가 활용된 지점을 인지할 수 있다. 물론 "한 화가와 그림 한 점"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하나의 프로젝트 작업을 진행하면서 작가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고민한다. 작가들이 활용하는 매체는 그림이 될 수도 있고 내러티브를 담은 영상이 될 수도 있고 직접 써 내려간 글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이처럼 예술가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매체와 방식을 고안하고 선택한다. 일단 작품의 분석이나 해석은 뒤로하고 먼저 어떤 재료와 매체를 사용했는지 인지해보자.

 

 

#물음표와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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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마을 디지털 프린트 작업 中 일부〉, 2017-2021

 

 

물론 작가의 의도나 작품에 대한 깊은 해석을 파고드는 것도 좋지만 차근차근 사소한 것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연습이 중요하다. 〈자유의 마을〉 작업에는 프린트된 사진 작품도 함께 구성되어 있다. 정말 단순한 질문부터 시작해보자. 이 사진을 어떻게 구하게 된 것인지, 왜 사진 속 인물들이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프린트가 어떻게 설치되어 걸려있는지 등 이러한 호기심과 궁금증은 사실 관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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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회화 작품 〈풍경〉(2021)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서게 되면 바닥의 재질이 다른 것을 인지할 수 있다. 보들보들한 카펫의 재질로 설치된 바닥은 회화 작품과 가까이 가는 순간을 더 낯설고 이질적인 촉감을 전달하고 있다. 이렇듯 포인트를 관찰하고 그 순간의 찰나와 감정에 집중하는 과정이 역시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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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영상 작업 설치 전경

 

 

넓은 공간에 설치된 영상 작품의 경우 스크린을 감싸는 테투리가 없이 매끈하게 마감되어 있다. 이렇게 사소한 것까지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도슨트의 해석에 따르면 스크린에 테두리가 없는 이유는 작가가 더 넓은 확장성을 추구하고 화면 속 영상이 실제 공간과 더 어우러지길 원했다고 한다.

 

작가는 작품의 내용뿐만 아니라 설치와 전시 환경까지 공을 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 혹여나 이해가 어렵고 분석하기 부담스럽다면 작품이 구성된 환경, 작업을 비추는 조명, 다음 작품으로 가기 위한 동선에 집중하고 관찰을 이어나가 보는 연습을 해보자. 정말 사소한 것에서 출발하면 된다.

 

소위 돈이 안 되니까, 취업이 잘 안 되니까 등의 변명으로 우리는 인문학적 교양의 부재와 예술과 철학을 배우는 것이 배부른 소리가 되어 이것들을 적합하게 배울 환경을 누리지 못했다. 특히나 예술을 사유할 줄 모르게 된 것이 가장 슬픈 현실인 듯 하다. 이러한 맥락은 예술은 어렵고 또 어렵기만 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들어 냈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음식 취향이 생기는 것처럼 작품을 보고 전시를 다니는 것으로도 본인만의 취향이 생길 수 있다. 순간에 집중하고 사유한다면 호불호를 구분하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예술을 즐기기 위해 첫발을 디딘 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손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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