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일으킨 변화의 길을 만나다

글 입력 2021.12.2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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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리히텐슈타인_포스터.jpg

 

 

전시는 보는 것만으로는 이해하기 난감하고, 제목조차 ‘무제’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으로 시작한다.

 

작은 사이즈의 두 작품은 리히텐슈타인이 화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당시 유행했던 추상표현주의 화풍을 담고 있다. 액션 페인팅으로 유명한 작가 잭슨 폴록이 이름을 날리며 추상표현주의가 유행하던 시절, 리히텐슈타인도 작가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추상표현주의의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화가로써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고,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그는 무명작가로써 시간을 보내게 된다. 전시의 시작을 여는 작품은 마치 성공적이지 못했던 그의 시작을 뜻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리히텐슈타인의 초기 작품을 지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의 성공이 걸려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부부와 함께 찍은 사진 등 그가 미국 전역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 수 있는 흑백사진들이 가득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아는 팝아트의 거장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세계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아빠는 저 그림만큼 잘 그리지 못할 거예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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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을 압축해 놓은 듯한 프롤로그를 지나 첫번째 섹션에 들어서면 우리에게 익숙한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어느 날 아들이 미키마우스를 보며 던진 질문에 리히텐슈타인은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된다. 아들의 질문을 통해 예술이 꼭 심오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아들처럼 어린 아이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리히텐슈타인의 대표적인 만화풍 스타일이 탄생하게 된다.


그만의 만화풍 스타일은 연재만화의 작은 이미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연재만화 이미지를 모티브로 작품을 그렸을 땐 이미지를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냐는 비난과 혹평을 받았지만, 실제 리히텐슈타인은 원본이미지를 생략 및 확대 등의 재창조를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해나갔다.


이렇게 탄생한 그의 독자적인 화풍의 작품들은 이번 전시에서 총 8섹션에 나눠 전시되고 있다. 섹션이 많은 만큼 다양하고도 많은 양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섹션2의 붓자국과, 섹션3의 수묵산수화 작품들이다.

 

 

 

Section2. ‘BRUSHSTROKE, GESTURAL MARK'


 

사실 섹션2에 전시된 작품들의 진가는 도슨트분의 설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붓자국의 의미는 당시만해도 붓에 물감을 묻혀 캔버스에 그려야만 존재하던 붓자국을 붓없이 캔버스에 탄생시켰다는 데 있다고 한다. 투명한 필름지에 실제로 물감을 묻혀 붓자국을 냈지만, 필름지 위에서 굳혀진 물감을 캔버스에 전사해 선만을 따 완성한 리히텐슈타인의 붓자국은 물성의 느낌을 띄는 붓자국이 아닌 평면성의 붓자국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캔버스 위에는 붓자국이 없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붓자국으로 인식하게 한 그야말로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Section3. "MAGNIFICENT PRESENCES'



섹션3에서는 서울올림픽과 리히텐슈타인의 만남, 그리고 새로운 방식의 수묵산수화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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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 포스터에서는 리히텐슈타인의 트레이드마크인 붓자국과 변형된 벤데이 점을 만나볼 수 있다. 한자 ‘겨룰 경(競)’을 획에 맞춰 붓자국으로 디자인하고, 변형된 벤데이 점을 배경에 배치한 것을 보며 문화적인 이해도와 함께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해 낸 포스터에서 그만의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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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놀라움을 주었던 작품은 ‘Landscape in the Chinese Style'이란 제목의 작품으로, 수묵산수화를 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수묵산수화를 그린 2점의 작품은 수묵산수화의 여백의 미를 표현했을 뿐 아니라 그의 벤데이 점의 크기를 조절하여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함으로써 수묵농도를 표현했다. 전체적인 그림을 본다면 영락없는 수묵산수화지만, 이를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락없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이었다.


역사와 민속에서 주제를 찾던 그가 기존 예술품을 열린 재료라고 생각하며 경의를 표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확장하고 변주했다는 섹션3의 설명처럼, 그만의 스타일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전시장을 나온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전시의 마지막에는 그의 작품이 교류한 대중문화를 담고 있다. 음악과 영화, 그리고 문학 전반에 걸쳐 많은 의뢰를 받은 그의 작품이 어떤 식으로 탄생했는지를 만나볼 수 있다. 이처럼 이번 <로이 리히텐슈타인展>은 물질적 풍요로움, 상업 매체의 발달과 맞물려 떠오른 팝아트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알리며 마무리된다.

 

그가 어떻게 팝아트를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는지, 그의 작품이 무엇을 담고있는지 궁금하다면 직접 전시장을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리히텐슈타인의 대표작들을 넘어 더 넓은 그의 예술세계와 그의 스타일이 이끈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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