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과거의 속박이 부른 파멸 - 파워 오브 도그 [영화]

글 입력 2021.12.17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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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주관적 해석으로 서술되었으니

이 점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칼에 맞아 죽지 않게 이 목숨 건져 주시고 하나밖에 없는 목숨,  입에서 빼내 주소서”

 

웅장한 풍광과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갈등이 만들어 낸 놓을 수 없는 긴장감. 광활하게 펼쳐진 대지 위에 세심하게 서로를 옭아매는 관계 속에, 피와 새벽이 자아내는 시린 서늘함이 묻어난 영화, 파워 오브 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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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와, 나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사투



 

“아빠가 돌아가신 후 나는 엄마가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엄마를 돕지 않으면 난 사내도 아니지.”

 

 

영화는 서로의 가족, 평화, 일상을 지키기 위한 인물들 간의 사투를 그리며 진행된다. 1925년, 주인공 필과 조지 형제는 미국 몬타나의 거대한 규모의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관습, 신념, 의리, 유대감을 항상 강조하며 살아가는 필은 위압적인 행동을 보이며 주변인들을 통제하려 든다. 조지는 그런 형의 모습에 점점 지쳐 가는 와중에 마을 레스토랑의 주인 로즈에게 반하고 새로운 자신만의 가족을 형성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다.

 

그런 동생의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은 필은 자꾸만 과거에 관한 언급을 하며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요구하지만 형과는 다른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조지를 이젠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 필은 그에 대한 복수로 그의 아내가 된 로즈와 그녀의 아들 피터를 향해 조용하고 잔잔한 복수를 시작하는데, 그의 복수가 불러 일으키는 서늘한 긴장감은 말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옥죄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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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의 아들 피터는 과거에 아버지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는 괴로움 속에 가족의 해체를 경험한 인물이다. 고통스러운 상황 속, 술에만 의존하던 엄마가 새롭게 이룬 가족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사투를 벌인다. 필만큼이나 독특한 캐릭터가 바로 이 피터인데, 어리고 여린 소년의 모습으로만 생각했던 피터가 토끼를 해부하고 있는 장면을 봤을 때의 당혹스러움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속을 알 수 없는, 광기 어린(?) 피터의 눈빛 속에 비친 것은 다름 아닌 필의 비밀 공간. 일어나선 안 됐을 그들의 만남은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을 불러 온다.


영화 속에 나오는 필, 조지, 로즈, 피터 네 사람은 모두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필은 과거부터 함께 해온 동생이 언제나 변치않는 자신의 충성스러운 동생이길 바란다. 조지는 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로즈와 피터 또한 가족에 대한 아픔을 뒤로 한 채 새롭게 형성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숨막히는 접전을 벌이는데 이 네 사람 사이의 처절하고 잔잔한 사투는 애처롭게까지 느껴진다.

 

 


브롱코 헨리의 존재, 밧줄의 의미



영화를 보는 내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존재가 있었다. 브롱코 헨리.

 

필이 계속 외치는 그 이름! 아니 그래서 브롱코 헨리가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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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필이 떠드는 브롱코 헨리에 대한 영웅담을 빌리자면, 이 두 형제가 목축 사업으로 자리 잡는 데까지 큰 도움을 준 인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필이 브롱코 헨리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면 단순한 스승을 넘은 우상, 조금 더 보태자면 애정의 대상이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필은 그와의 추억이 담긴 밧줄을 만들기 위해 가죽을 팔지 않고 쌓아둔다. 필에게 브롱코 헨리는 끊어낼 수 없는 과거의 속박이자 인생의 전부이다. 앞서 언급했던 필의 비밀 공간은 브롱코 헨리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되새기는 곳이자 자신의 비밀(동성애라고 추측된다)을 숨기기 위한 장소이다. 인생의 전부였던 브롱코 헨리의 부재는 과거의 대한 집념으로 이어진다.

 

항상 지니는 브롱코 헨리의 손수건과 그와 함께 만들었던 밧줄에 대한 집념. 그런 집념이 남아 있는 가족 조지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모든 것이 과거와 같길 바라는 잘못된 욕심으로 번져 간다. 밧줄이라는 오브제는 브롱코 헨리를 떠올리는 매개체이자 과거에 대한 집념이다.

 

 

 

과거의 속박, 돌이킬 수 없는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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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가 필의 비밀공간에 들어간 뒤, 둘은 갑작스럽게 친해진다. 밧줄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 시작하며, 같이 말을 타고 나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브롱코 헨리가 쓰던 안장에 피터를 앉힌다. 아마도 필은 피터에게서 브롱코 헨리를 보았을 것이다. 과거에 집착하는 필에게 새로운 존재인 피터는 불쾌하고 역겨운 존재였다. 하지만 피터에게서 느껴지는 브롱코 헨리의 향기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을 만들어낸다.

 

필은 그에게서 새로운 안정감을 느끼지만, 피터는 그 모든 순간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 밧줄을 통해 필과 피터의 관계가 시작되지만 피터에게 밧줄은 필을 옭아매어 죽일 살인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필은 밧줄을 통해 파멸을 맞이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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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Of Dog



‘파워 오브 도그’라는 제목은 성경 구약의 한 구절을 따온 것이다.

 

 

“칼에 맞아 죽지 않게 이 목숨 건져 주시고 하나밖에 없는 목숨, 개 입에서 빼내 주소서”

 


과거에 얽매인 필에게 풍광이 만들어낸 개의 형상은 브롱코 헨리만의 철학이 담긴 특별한 존재였지만 피터에게는 별다를 것 없는 시시한 존재이다. 영화 초반에는 이해할 수 없던 필이지만 끝에 다다를수록 자신을 스쳐간 존재에 대해 또 자신의 신념에 대해 진심을 다했던 필의 파멸이 안쓰러웠다. 그는 그저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상처를 남들보다 깊게 간직한 사람일 뿐이지 않을까.

 

과거에 대한 그의 집착이 담긴 밧줄로 죽음을 맞은 필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거의 형상인 개의 입에서 그가 벗어났다면 그는 조금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을까? 과거에 의해 파멸을 맞은 그를 개 입에서 빼내 줄 사람은 정녕 없었을까.


이동진 평론가가 남긴 한줄평이 인상 깊어 글의 마지막에 남겨본다.

 

“사냥개처럼 정확하고 피아노처럼 우아하며 토끼처럼 애처롭고 밧줄처럼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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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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