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정된 카메라와 느린 호흡 - 끝없음에 관하여

글 입력 2021.1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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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포스터.jpg

 

 

한 커플이 있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도시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아름답기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폐허가 된 도시다. 또 믿음을 잃은 한 남자가 있다. 춤을 추는 여자가 있다 그리고…

 

우울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위로이자, 인간이라는 우주에 관한 아름다운 연작시.

 

- <끝없음에 관하여> 시놉시스

 

 

 

고정된 카메라와 느린 호흡


 

영화 <끝없음에 관하여>는 연관성 없는 2분 정도의 짧은 영상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각각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는 퍼즐 조각을 뿌려주는 것 같다.

 

대개 다른 영화에서는 그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면, <끝없음에 관하여>에서는 흩어진 조각들로 그렇게 영화가 끝난다. 모든 조각이 포스터의 색깔처럼 흐리고 탁하다는 점에서만 비슷할 뿐, 그 조각들이 서로 이어져 있지 않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수많은 물음표가 남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은 ‘고정된 카메라’와 ‘느린 속도’였다.


보통 ‘영화’는 카메라가 다채롭게 움직인다. 카메라가 대상을 따라 움직이기도 하고, 한 시점에서 찍은 장면에서 다른 시점으로 바뀌기도 하고, 줌인&줌아웃 등의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중요한 부분은 강조하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생략하는 식이다.

 

<끝없음에 관하여>에서는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다. 고정된 카메라로 약 2분 동안 일어나는 그 장면의 일을 연속적인 흐름으로 그대로 보여준다. 느리고 조용하고 어쩌면 지루하게.


A라는 사람이 물을 마시는 장면을 영화로 만든다고 가정을 해보자. 일반적인 다른 영화라면, A가 물을 가지러 가는 모습은 제삼자의 시점에서 찍고, 냉장고 문을 열 때는 A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찍을 것이다. 그다음에 물을 꺼낼 때는 물을 클로즈업해서 찍고, 마시는 모습은 그 사람의 얼굴을 확대해서 찍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삼자의 시점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A가 물을 마시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치 CCTV나 연극, 사람만 움직이는 사진을 보는 것 같다.


앞서 말했듯, <끝없음에 관하여>에서는 장면의 생략이나 중요함의 구분 없이, 우리가 일상을 사는 그대로의 흐름을 영화로 담고 있다. 그렇기에 빠른 속도의 영상에 익숙해져 있는 내게는 이 영화가 아주 느리게 느껴졌다.


쌀쌀해 보이는 날, 벤치에 앉아 도시를 멀리 내려다보는 노부부의 뒷모습을 담은 장면이 기억난다.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 장면이었다. 들이쉬고 내쉬는 이들의 숨소리를 듣다 보면, 표정을 알 수 없는 이들의 감정에 물들어 똑같이 천천히 숨을 내쉬게 된다. 우울하고 지치면 숨도 생각도 느려진다.

 

가끔 우리도 이 노부부처럼 앉아 멍하니 멀리를 바라볼 때가 있지 않은가. <끝없음에 관하여>는 그 느려진 속도에 발맞춰 주는 영화다.


우리가 너무 빠른 속도와 화려한 영상에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돌아보게 한 영화다. 현재의 속도와 익숙함에 대해 새롭게 생각을 해보게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영화 <끝없음에 관하여>의 리뷰를 마친다.

 

 

[이진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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