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고생의 낭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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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삼총사의 우정
17살의 타나카, 키쿠치, 사기노미야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이다. 성격도 성적도 제각기인 세 명은 매일같이 붙어 다니며 낭비적인 한 때를 통과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바보'라 불리는 타나카는 립밤 대신 고소한 맛이 나는 참기름을 바르고, 심장 방어를 위해 털북숭이가 되고 싶어 한다.
"내가 하루에 헬멧을 벗는 횟수는 몇 번일까?" "치킨은 사람들이 다 좋아하니까 세계 통화로 쓰면 어떨까?" "내가 방금 벗은 팬티는 얼마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왜 두부는 '콩이 썩는다'라는 한자를 쓰죠? 그건 낫토 아닌가요?" 등의 바보 같은 질문을 시도 때도 없이 던지는 바람에 학급 내 기피 대상 1호이다.
타나카는 중학교 수준의 수학 문제도 못 풀고 대체 뭘 했냐는 선생에게 "暇つぶし (헛되이 시간을 보냄)" 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순수하고 멍청한 타나카를 견뎌주는 건 소꿉친구 키쿠치와 사기노미야뿐이다.
키쿠치는 BL만화의 광팬으로 '오타(쿠)'라고 불린다.
만화가를 희망하는 키쿠치는 같은 나이에 등단한 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가능성을 의심한다. 그런 와중에 타나카가 눈치 없이 자신의 꿈을 남들에게 말해버리자 불같이 화를 내고 돌아선다.
"나는 왜 타나카 같은 바보랑 다닐까? 혹시 이 한심한 녀석이나 감정이 죽은 로봇과 다니면서 난 정상이라고 안심하고 싶은 것 아닐까?" 키쿠치는 진지하게 관계를 고민한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몇 시간 만에 둘은 달걀을 까주며 화해한다.
투덕거리는 둘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은 '로봇'이라 불리는 사기노미야이다. 무감정, 무표정이 특징인 그녀는 특유의 영리함으로 타나카와 키쿠치를 컨트롤한다. 둘의 사이가 틀어졌을 때도 "용량이 작은 뇌라면 새 과제를 줘서 낡은 정보를 교체하는 방법이 효과적이야"라며 달걀을 건네어 생각을 딴 데로 돌린다.
달라도 너무 다른 성향의 세 친구는 쓸데없는 것에 열을 올리며 다툼과 화해를 반복한다. 서로의 못난 점을 실컷 비웃으면서, 동시에 무심히 감싸주면서 입 모아 말한다. "너희가 없으면, 내 여고생 시절은 끝이야!"
병맛 캐릭터들의 수다
사이노타마 여고에는 주인공 삼총사 외에도 무시무시하게 독특한 학생들이 모여 있다.
야마모토는 심각한 중2병 환자로, 별명도 심플하게 '병'이다. 아버지는 아르타냐 왕국 국민이고 어머니는 드래고니아 민족이라고 주장하는 야마모토. 길에서 주어온 돌을 '드래곤 알'이라며 부화시켜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성실'이 별명인 니노마에는 '로봇'을 남몰래 짝사랑한다. 타나카의 바보 같은 행동에 웃음 짓는 로봇을 보고 '타나카씨 관찰 일기'를 작성하기에 이른다.
어느 비 오는 날, 우산이 없는 로봇에게 제 우산을 주고는 "옷 입은 채 젖는 게 좋아요. 옷과 피부의 밀착감이 좋아. 365일 비가 온대도 좋아요. 비 최고!"라고 오버하다가 심한 감기에 걸리고 만다.
경동맥에서 터져 나오는 피와 꿈틀대는 심장을 좋아하는 오컬트 마니아 쿠죠. 인간의 독기와 거무칙칙한 감정으로 가득 찬 학교가 두렵다는 이유로 등교를 거부한다.
친구를 만들기 위해 머리카락으로 팔찌를 만들어 선물한다든가 죽는 방법을 점치는 사다리타기 게임을 알려주지만, 이런 기이한 놀이는 역효과를 낳는다.
그 외에도 GL에 심취해 머릿속 백합 플레이를 즐기는 소메야와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에 얕잡아 볼까 봐 거친 욕을 달고 사는 모모이 등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제각기 별난 여고생들은 이렇게 한 데 엮이고 가까워지면서 서로의 일상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우리, 지금이 절정 아닐까?
어떤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 채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여고생들. 보잘것없는 걸로 반목하다가도 서로를 보완해가며 관계를 돈독히 한다. 그렇게 서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왁자지껄했던 한 해를 마무리한다.
내레이터는 멍하니 앉은 그들을 보며 묻는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전부 흑역사였지만... 그 시절의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생겼던 걸까?"
[유여온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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