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채로운 공예의 향연, 2021 공예 트렌드 페어 [전시]

글 입력 2021.11.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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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形形色色)’

 

지난 11월 19일~11월 21일, 올해로 16회를 맞이하여 '형형색색'을 주제로 2021 공예트렌드페어가 개최되었다.

 

눈에 가장 띄었던 것은 주제관 기획전시 ‘형형색색(形形色色)’이다. 올해 주제관 기획 전시는 약 1,200㎡에 달하는 공간에서 현대공예 분야와 전승공예 분야를 아우르는 한국 공예가 70여 명의 작품을 쇼케이스 형태로 선보였다.

 

 

최근 들어 공예, 디자인, 순수미술 등의 창작 과정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으며, 쓰임이 강조되던 공예 분야도 하나의 오브제로서의 가치가 인정되어 그 위상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현대 기술이 발전하면서 편리함에 초점을 맞추는 제품이 아닌, 부여할 수 있는 만큼의 감정과 손길을 가득 담은 작품으로서의 공예가 우리들의 마음을 더 이끄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

                                            

 

2021 공예트렌드페어의 주제인 '한국 공예의 다양성'과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표현하고자 했으며 이는 각 요소를 자유롭게 해체 및 재조합되어 다양한 쓰임새로 응용되었다.

 

또한, 300여 개의 참가사와 함께하는 2021 공예트렌드페어에 참여하는 ‘아트&헤리티지관’과 스튜디오, 브랜드, 기업, 공방들이 참여하는 ‘브랜드관’ 및 ‘창작공방관’, 학생들의 창의적인 공예품을 전시하는 ‘대학관’, 공진원의 사업 결과물을 선보이는 ‘KCDF 사업관’ 등 총 6개 관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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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2019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이후로 오랜만에 코엑스를 다시 방문했다. 그때를 상기시켜보면 상상했던 것보다 더 다양하고 특색있는 디자인과 브랜드에 놀랐었다. 또한, 작품의 색감과 더불어서 공간의 배치가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전문적인 지식 없이 디자인, 더 나아가 문화예술을 직접 경험할 방법조차 몰랐던 그때 전시는 내게 휴식이자 의미 있는 취미가 되었다. 나도 모르게 같은 공간에서 문화예술을 오롯이 즐기는 많은 사람을 보면서 그 방법을 더 많이 습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좋은 기억이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자극을 선사할지 무척 기대되었다. 또한, 공예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으로 이끌렸던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과 이글을 함께 나누고 싶다.

 

 

 

전통문화와 한국공예의 미



"멋스럽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공예품은 보는 이의 눈을 한층 더 밝게 빛내주었다. 여기에 한지와 한복, 천연염색, 도자기와 형태 및 질감이 다양한 오브제 등은 과거로부터 이어진 전통문화의 정취가 물씬 풍겼다. 한국의 전통미를 느낄 수 있는 공예품만큼 형형색색의 주제를 이만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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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노리개, 아린』

 

'우수문화상품 지정제도'는 한국의 문화적 가치를 담은 우수문화상품을 식품, 한식, 공예품, 한복, 문화콘텐츠, 디자인상품 분야로 지정하는 제도이다. 2021 공예트렌드페어에서는 공예 분야의 우수문화상품이 전시되었다.

 

 

바다의 소리를 들려주는 모래 위 소라 껍데기를 마음의 소리를 담을 수 있는 물건을 상상하며 만든 결이 고운 장신구인 '소라 시리즈' 중 하나이다. 한국 전통 장신구인 '노리개'에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소라 모티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제작한 섬유 공예품이다.

 

- 작가의 말

 

 

공예품의 배경, 그 과정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다.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 이외에도 작가의 말을 통해서 대상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처음 보았을 때와 그 느낌이 미묘하게 조금씩 다르다.

 

개인의 취향이 존재하겠지만, 소라 노리개라는 이름과 간단한 설명만을 봤을 때와는 달리 그 뜻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니 더 가까워 진 것이 느껴졌다. 이어서 여전히 바다에 가면 소라와 조개껍데기를 찾아다니는 '나'를 투영한 공감의 메시지 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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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염색공방 예빛 인스타그램 (@naturaldyeing_yebit)

 

 

『천연염색 공방, 예빛』 

 

전시를 보던 중 발걸음을 멈추고 형형색색의 스카프와 원단을 보았다. 각각 70여 색으로 140가지의 색으로 그 자태가 고와서 눈길이 더 갔다. 천연염색에 대한 배경지식은 재료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를 떠올리니 140가지의 색의 향연이 더욱 놀라웠다.

 

특히, 스카프를 고르던 중 단일염색과는 또 다른 매력의 무늬 염색은 "하나밖에 없는 색"이라 불릴 만큼 조금씩 그 색과 무늬가 달랐다. 그래서인지 선물하는 마음에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 대상을 떠올리며 이미지와 분위기와 맞춰보는 것. 염색 후 기다림의 시간에 깃든 설렘과 비슷한 모양이 아닐까?

 

 

 

쓰임을 넘어선 다양한 재료와 형태의 조화


 

공예 트렌드 페어에서 발견한 나무, 유리, 흙 등의 재료를 통한 형태의 다양성.

 

공예품을 보면 자연스럽게 무언가 만드는 과정을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만드는 것에 자신이 없는 누군가에게 고도의 집중과 세심한 정성은 때때로 어렵다.

 

이와 달리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매주 다양한 창작 활동했던 미술 시간이 떠오른다. 길가의 나뭇잎과 문방구에서 파는 찰흙, 고무판화와 조각칼을 통해서 나만의 공예품을 만들었다. 그때의 공예품이 과연 쓸모와 아름다움의 예술이라는 의미를 지닌 '공예'에 얼마나 닮아있을지 가늠할 수 없으나, 공예의 친숙함과 추억은 곳곳에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점차 실용적이고 동시에 예술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공예'의 과정과 그 발자취를 찾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사용하는 것 이상의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깃들어있다.

 

이와 비슷하게 하나의 쓰임을 넘어서 다채로운 모습을 나타내는 오브제로서의 공예는 최근에 이러한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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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柔 공방, 차분하고 평온히』

 

나무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소재 중 하나이다. 당장 방을 둘러봐도 많은 나무가 보인다.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나뭇결과 그 색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무 자체가 지닌 고유의 색과 다양한 쓰임에 따라 단풍나무, 호두나무, 장미목 등으로 불리는 이름조차 모르고 지나칠 때가 더 많다.


전시를 통해 기존에 보았던 나무의 형태를 벗어난 곡선과 더 입체적인 질감을 표현한 많은 공예품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기존에 나무가 풍기는 어느 곳에 있어도, 언제 보아도 평온해지는 따뜻한 시선까지 더해지는 시간이다.

 

쓰임에 따라 어느 곳에 놓아도 어색하지 않은, 그것을 표현하는 것도 누군가의 손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이 다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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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HNGSO(장소), 가치 있는 일상품』

 

일상적으로 쓰이는 그릇, 컵 등은 점차 한 가지의 쓰임을 넘어서고 있다. 좋아하는 혹은 좋았었던 식당이나 카페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그곳의 분위기가 생각난다. 더 구체적으로는 이것을 아우르는 인테리어, 그릇, 컵 등을 세심하게 바라보았을 것이다.

 

가고 싶은 식당과 카페를 결정하는데 이러한 요소가 절대적이지 않지만, 다수의 선택에 무게가 실리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이는 사진으로 기록하여 소장하거나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가치 있는 일상품을 지향하는 JAHNGSO(장소)의 공예품 중에서도 두 가지 형태의 달 모양인 문 이클립스 미니와 동그란 색유리를 선택할 수 있는 캔디 플레이트는 이를 찾고 있는 누군가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을 골라 '조화'를 이루는 것, 내가 어느 장소에 있는지에 따라 색의 조합을 달리할 수 있는 경험은 그곳을 더 특별하게 바꿔준다.

 

 

 

변화하는 공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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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숙 작가 인스타그램 (@jungji_sook)

 

 

『정지숙(Jung Jisook), 증식하는 생명체』

 

관람객 참여작품인 '증식하는 생명체'는 캔버스에 스티커를 붙여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참여 규칙은 한 사람이 세포(스티커)를 1~10개를 붙일 수 있고 세포들은 단독으로 있을 수 없다.

 

반드시 서로 닿아있어야 한다. 형형색색의 세포(스티커)는 전시를 찾은 관람객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불특정 다수의 상상이 하나의 공예품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과 이에 따라 공간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있다. 그 궁금증의 끝은 앞서 열렸던 정지숙 작가의 개인전 '낯선 일상', '두 번째 방으로의 초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닥친 낯선 일상을 관찰함과 동시에 '낯섦'이 자신의 외부와 내면세계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익숙한 방에서 느껴지는 미시감과 그 끝에 놓여 있는 '방어기제' 덩어리.

 

 

이는 '증식하는 생명체'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관람객에게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혹은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일상에서 뻔하지 않은 공간의 가치를 실현하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다시 많은 이들을 전시장으로 이끄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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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a Art & Printbakery (가나아트 & 프린트베이커리)』

 

아트 & 헤리티지관은 공예의 입체적인 면모를 모두 담아냈다. 비단 창작 과정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실용성과 예술성이 모두 느껴지는 공간이다. 공예에 입문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공간은 낮은 장벽을 허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이 채워지는 공간을 떠올릴 수 있는데 바로 특정되지 않은 추상적인 이미지이다. 공간이 채워지는 과정에 따라 그 가치도 변화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공예, 디자인 등의 창작 활동의 경계도 누군가의 가치가 특정됨에 따라서 흐려지고 있다. 그 흐름에는 창작 활동을 떠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행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낯선 창작 활동의 과정이 많은 매체를 통해 더욱 가깝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이를 통해서 혼자 또는 같이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이어간다. 과거와 달리 창작 활동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나만의 공간을 채우고 싶은 가치의 변화를 부인할 수 없다. '나'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즐거움도 역시나 '공예'와, 더 나아가 모든 창작 활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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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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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정혜정
    • 안녕하세요 안지영 에디터님
      2021 우수공예품 지정된 <소라 노리개>
      작가 정혜정입니다.
      저희 소라 노리개에 관한
      아름다운 글 감사합니다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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