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머지 않은 미래에 대해 경고하며 - 뉴 오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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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x 가상의 미래, 불안함이 들끓믐 멕시코. 마리안과 가족들이 고급 저택에서 호화로운 결혼 파티를 즐기고 있는 와중, 사회 전역에서는 심각한 수준의 폭력 시위가 벌어진다. 시위대가 침입하면서 저택은 아수라장이 되고, 아픈 유모를 돕기 위해 집을 나선 마리안은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 재앙 그 이후, 새로운 질서를 마주하라.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다. 미셸 프랑코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파격적이고도 정치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며, 자본주의 사회 계급 갈등의 정중앙을 날카롭게 조준했다는 평을 받는다.
영화는 붉은색의 피와 시위대가 뿌리는 초록색 페인트의 극단적인 보색대비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멕시코 국기를 상기시키는 이 두 가지의 색은 이내 영화에서 멕시코 전역을 뒤덮는다. 붉은색과 초록색으로 뒤덮인 나체들의 충격적인 장면의 조각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이어 대조적이게 화려한 파티장으로 장소가 전환된다.
멕시코의 부유층인 주인공 마리안이 결혼식을 앞두고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그런데 파티 도중, 7년 전 마리안의 집에서 일했던 유모의 남편인 롤란도가 찾아왔다. 롤란도는 현재 유모가 수술을 받아야하는 위급한 상황이며 그들이 당장 수중에 돈이 부족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마리안이 돈을 빌려줄 수 있을지에 대해 묻는다.
어린 시절 유모와 함께 자랐던 마리안은 그를 돕기 위해 현재 가진 돈을 전부 건네주지만, 돈은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마리안은 아픈 유모를 직접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크리스티안과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현재 대문 밖에는 시위가 한창이다.
대문 밖에는 빈민층의 거리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그들의 시위는 점점 더 폭력적이고, 더 격렬해지는 중이었다. 거리는 온통 초록색의 페인트와 핏빛, 그리고 시끄러운 총성으로 뒤덮였다. 마리안과 크리스티안이 탄 차량도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초록색 페인트가 쏟아 부어져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한편, 마리안의 저택 내 수돗물에서도 초록색이 옅게 섞인 물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대문 밖의 혼란이 마리안 가족들에게도 이미 침투하는 중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마리안이 자리를 비운 사이, 시위대는 곧 담벼락을 넘어오고 마리안의 가족들에게 무자비하게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혼란에 뒤엉키자마자, 마리안의 가족들을 위해 일하던 하인들과 경호인들도 모두 시위대의 편으로 돌변한다.
그들은 마리안의 가족들에게 총구를 들이밀고 원하는 금품들을 쓸어 담은 뒤, 목적이 끝나면 가차 없이 총을 쏴버린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돈 뿐만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새로운 질서, 그 자체다.
마리안이 집을 비운 동안, 길거리 빈민층의 폭력시위는 더욱 격렬해진다. 이 때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질서가 등장했지만, 이 새로운 권력은 또 다시 더 폭력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을 제압할 뿐이다. 빈부격차로 인해 발생한 시위는 오히려 빈부격차를 더 악화시켰다.
선의를 베풀기 위해 유모의 집에 찾아갔던 마리안의 선택은, 점점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를 가져다주기 시작한다. 마리안은 군인들에 의해 알 수 없는 장소로 납치되고, 붙잡힌 다른 사람들과 감금된다. 그리고 이러한 공포 가운데에서, 그들은 수차례로 강간과 폭력을 당한다.
이 최악의 상황에서, 마리안은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영화는 러닝타임이 끝나갈수록 더 충격적이니 그 마무리 장면은 영화를 보는 이들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영화는 86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으로 사회의 불안과 혼돈을 더욱 긴박하게 묘사하고, 예측불허의 전개로 긴장감을 더한다.
러닝타임 간의 <뉴 오더>의 진행방식은 내내 그저 폭력적이다. 잔혹한 폭력과 강간, 고문장면은 모두 그대로 노출되어 관객들을 불쾌하게 하며, 그들의 무자비한 태도는 깊게 생각할 틈 없이 막연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플롯에는 단 한순간의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내에서의 죽음은 기득권자와 하층민에 관계없이, 선과 악에 관계없이 모두가 동일하게 맞이하기 때문이다. 죄가 없어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연속적인 죽음은 약간의 희망을 품었던 관객들을 모두 무력화시킨다. 동시에, 이토록 평등한 죽음은 결국 이러한 사회가 모두에게 재앙이 될 것임을 관객들에게 시사한다.
현대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빈부격차로 인한 계층 양극화의 문제이다. 영화 <뉴 오더>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계급적 패배감이 만연한 사회의 불안정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미래의 디스토피아로 그 표현방식이 너무나도 노골적이고 극단적이지만, 오히려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러한 재앙이 현재진행중이라는 사실을 떨칠 수가 없다.
영화에서 그려진 디스토피아는 머지않은 현실이며, 사회의 경제 불균형은 더욱 악화되는 중이다. 감독은 우리가 이러한 문제를 침묵한다면, 또는 침묵이 강요당한다면, 결국 혼란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신지이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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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상쳘
- 2021.12.19 23: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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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글에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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