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삶의 의미'라는 환상의 파괴가 가져올 희망 - 생각한다는 착각

글 입력 2021.10.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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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IND IS FLAT


 

현대사회의 많은 사람이 자신을 스스로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인터넷의 연결된 선으로 방황하는 셀프 카메라, 열매처럼 열린 자의식,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은 무언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중 얼마 정도가 진실한 나일까? 이 질문에 누군가는 그것들이 개개인들의 진짜 모습의 아주 일부나 과장된 것을 반영한다고 표현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것이 자신이 아니라면, 우리는 진짜 자신은 또 무엇인가?


이 질문을 다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돌리고 싶다. 나의 개성은 무엇이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기 위해 태어났을까? 애당초 고정된 나는 존재할까? 아마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이에 대한 답을 불완전하게나마 써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이 무색하게도, 오늘 리뷰할 책 `생각한다는 착각`의 저자 닉채터는 이러한 설명이 무의미한 즉흥 설명이라고 기술한다.


이 책 전반에서 일관적으로 전달되는 주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마음에 `숨겨진 깊이`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이트가 주장한 무의식의 바다나 열정과 슬픔과 같은 인간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뇌가 매끄럽게 만들어낸 상상력의 결과물일 뿐이다. 자기성찰은 지각이 아니라 고안의 과정으로서, 내면세계의 내용은 본질적으로 생각의 순환과정에서 만들어진 즉흥적인 해석과 설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책은 자아의 존재를 부정한다. 책의 프롤로그인 `심오한 문학, 얄팍한 정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가 정의하는 `나`는 본질적으로 문학적 상상력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까 우리가 자신을 스스로 설명하게 위한 정체성, 사랑, 신념 등은 소설 속 주인공의 세부 설정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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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매끄럽고 즉흥적인 마술사, 뇌



저자는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 이르기 위해 책을 두 섹션으로 나누어 기술한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첫 번째 섹션에서는 정신적 깊이를 해체하는 것을, 두 번째 섹션에서는 즉흥적인 설명을 만들어내는 인류의 인지적 특성과 그 이득을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첫 번째 섹션인 `마음의 깊이라는 환상`은 지각과정의 불완전한 부분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소설 속 세계에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라는 표현처럼, 우리는 소설의 세부 설정을 받아들이면서 전체 배경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이러한 착각은 소설이 아닌 실제 세계에도 적용된다. 우리는 눈을 굴리고 특정 요소에 집중하면서 전체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거대한 그림을 보면서 각 그림의 요소에 집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체적인 그림을 알게 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러한 감각은 기본적으로 뇌의 기만이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불가능한 그림`의 예를 든다.


`불가능한 그림`의 이미지를 세부적으로 살피면 삼차원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도형이 된다. 불가능한 그림은 우리가 감각기관을 통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표상이 외부 세계의 복제라고 착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뇌는 이를 단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삼차원 도형이라고 받아들인다.


우리는 풍부한 색감이 있는 세상을 마주하며 살아간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우리의 눈은 줌인, 줌아웃을 통해 시각 자원을 분배한다. 우리는 전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망막의 원추세포 밀집도에 따라 시각의 주변부는 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흐릿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확한 세부 내용을 보고 있다는 감각을 느낀다. 당장 당신이 읽고 있는 이 텍스트부터 연속적으로 문장 사이를 뛰어넘으면서 읽힌다. 즉, 당신은 이 문장의 전체를 읽는 것이 아니라, 한 단어에서 다른 단어로 건너뛰는 방식으로 읽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하나하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보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우리의 뇌가 시각적 정보 통합하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는 한꺼번에 단 하나의 의미가 있는 조합들을 보며, 다른 감각적 경험은 대부분 무시한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현재의 조합뿐만 아니라 또 다른 조합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조합을 찾을 수 없을 때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진다.


우리는 애매한 자극을 다양한 맥락에 의해 해석한다. 예를 들어 애매모호한 표정 뒤에 어떤 사진을 노출하냐에 따라, 애매모호한 표정 자극이 다양하게 해석된다.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진 흔들다리 효과이나 메시지 프레이밍은 우리 뇌가 애매모호한 자극을 처리하는 방식을 이용한 실험이나 이론이다. 이러한 실험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인간의 감정이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며 순간순간 계속해서 창조하고 재창조되는 것이다. 따라서 감정 표현은 부정확한 자기표현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기로 선택하는지와 상관없는 재미있는 자기 논평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가 일반적인 감정에 대한 이해 체계를 공유한 이유는, 우리의 지각체계가 세계를 분류하는 방식 등에서 그 의미를 발전시켜온 것이다. 우리의 감정은 우리 안에서 끓어오르는 근원적인 무엇이 아니라, 생각과 사회적 상호작용과 문화 속에서 역할을 통해 의미를 자진 것에 불과하다. 종합하면, 제한된 지각체계를 기반으로 한 우리의 자기 모순적인 탐색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은, 우리의 뇌가 의미 있는 정보 덩어리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의 `내면세계`는 다양한 정보 덩어리를 연결한 대안적 패턴 탐색을 언어화된다.


2부 `즉흥적인 마음`은 이러한 뇌의 작동 기제가 갖는 특성과 이점에 관해 기술한다. 우리의 뇌는 본질적으로 한 문제에 대해 협업하기 위해 고도로 상호 연결된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런은 문제를 수도 없이 많은 조각으로 나누고 잠정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전체 신경망을 동시에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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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이를 `생각의 순환`이라고 부른다. 생각의 순환은 네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첫 번째 원칙은, 뇌가 목표로 삼은 정보의 집합에 연결되어 이를 조직화하고 해석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때 목표는 감각적 경험의 측면이나 언어의 파편, 기억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뇌는 폭넓은 과거 경험과 지식으로부터 영향을 받지만, 한꺼번에 한 패턴만을 만들어낸다. 두 번째 원칙은 뇌의 해석 결과가 의식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 대한 해석을 인지하지만, 원재료와 구성 과정 자체에는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을 경험하며, 결과로 이루어진 `경험`은 안정적이고 의미가 있어 보인다.


세 번째 원칙은 모든 의식적 생각이 감각적 정보의 의미 있는 해석과 관련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숫자 5에 대한 의식적인 경험은 하지 못했으나, 숫자 5의 모양과 실제 개수의 감각적 표현만은 떠올릴 수 있다. 따라서 감각적 정보는 감각을 통해서만 수집되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공상만으로도 수집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의식의 대상이 되는 언어나 이미지일 뿐, 결코 `추상적인` 생각이 아니다. 우리가 "벌레가 무서워"라고 표현하고, 벌레를 무서워하는 나를 떠올릴 수는 있지만, 그것은 의식의 대상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의식의 흐름이란 생각의 연속에 지나지 않으며, 감각적 입력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순차적인 구성의 결과라 할 수 있는 경험의 불규칙한 주기라는 것이다.


상식 심리학의 관점에서 닉 채터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성을 훼손하는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을 우주 속에서 잠깐 흐르는 생물학적 유기체로 해석하지 않는다.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인간은 제한적인 지각체계와 즉흥적인 설명으로 만들어진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혁신을 거듭해온 창조적인 장인들이다.


논리적인 일관성을 찾는 것이 인류의 지성이 아니다. 인류가 엉뚱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것은 그것이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상상력이 만들어낸 비약은 세상을 새롭게 인식하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만 배우고 논리적으로 비약하지 못한다면, 현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저자는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인간의 해석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 도식과 감각이 개입한다. 인간은 다양한 삶 속에서 특정 영역의 도식을 형성하고 발전시킨다. 다양한 경험으로 만들어진 도식과 이에 따라 도출되는 `엉뚱한 착각`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류의 문명에 이바지해왔다. 이러한 뇌의 기제 덕분에 우리의 정신적 탄력성은 기계로 복제될 수 없는 것이다. 인간만이 도출할 수 있는 상상과 은유는 인간이 기계로 대체되는 미래에도 특별할 것이다.

 

 

 

3. 나가며



저자는 인간을 뇌가 저지르는 속임수의 희생자로 정의하고, 내면의 세계, 진정한 자아, 정신적 깊이와 같은 마법에서 깨어나는 것을 촉구한다. 그는 이러한 은유를 거둬낸 밑에서 발견한 자신을 좀 더 뚜렷하게 바라보고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저자의 결론에 동의하나, 정신분석이나 동기이론과 같은 학문적 성과를 부정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느껴졌다.


우리가 믿고 숭배해온 내면세계가 허구의 껍데기에 불과하며, 문학적 상상력에 불과할 수는 있다. 하지만 주관적이고 불완전한 문학적 상상력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아예 부정할 수는 없다. 아직 원인을 정확히 분석할 수 없지만 많은 연구자가 연구적 성과를 보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직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적 발견으로 메꿀 수는 없는 것이다.


내용과는 별개로 책의 서술방식도 아쉬웠다. 사실 개인적으로 `마음이 평평하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최신 연구가 소개되길 바랐으나, 기존의 연구를 반복해서 기술한 감이 없잖아 있다. 저자의 비유 사용은 매끄럽고 부드러웠지만, 전체적인 서술방식이 다소 혼란스럽다. 각 섹션의 제목은 잘 어울리지 않고, 각 문장은 잘 읽히지 않는 편이었다. 조금 찾아보니 원서에서도 잘 읽히지 않는 평이 있는 편이었다. 아마 이는 번역의 문제라기보다는 저자의 서술방식과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개인적으로 이 책을 매우 즐겁게 읽었다. 책은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감정과 신념과 같은 억압적 굴레를 끊을 수 있는 궁극적 자유를 꿈꾸게 했다. 우리의 감정과 자아가 환상이라면, 그야말로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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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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