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페라 초보자의 '라 보엠' 관람기 - 2021 서울오페라페스티벌

내 멋대로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도 나름대로 재밌어요
글 입력 2021.10.1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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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보엠’은 푸치니가 작곡한 오페라이다. 음악 시간 때 들어본 적이 있는 그 이름. 자코모 푸치니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오페라의 거장이다. 그가 발표한 대표작으로는 ‘라 보엠’, ‘토스카’, ‘나비 부인’ 등이 있다. 오페라라고는 모차르트의 ‘마술 피리’밖에 몰랐던 나도 한 번쯤은 들어봤던 것을 보면 분명 유명한 작품이 맞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라 보엠’은 특히 대중으로부터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라고 한다. 보헤미안의 기질을 지닌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꿈을 다룬 오페라, 라 보엠. 초보자의 입장에서 이 오페라에 대한 감상을 남겨보려 한다. 음악과 문학, 미술과 연극으로 이루어진 이 종합 예술의 끝판 왕은 분명 다른 예술 작품보다 복잡하지만 그만큼 아름답다.

 

‘라 보엠’은 총 4막으로 이루어져있으며, 1막과 4막은 로돌포의 방으로 동일한 배경이다. 그리고 2막의 배경은 카페 모무스 앞, 3막의 배경은 안페르의 관문이다. 총 3개의 배경이 번갈아 나올 때마다 무대의 구성은 바뀐다. 무대미술팀의 공로가 느껴지는 파트는 바로 2막, 카페 모무스였다. 과거의 장소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2막이 인상 깊었던 이유 중 하나는 총 40여명에 이르는 오페라 가수들이 동시에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한 배역 하나 없이 혼연일체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수많은 연습 끝에 이뤄낸 것일 터였다. 디테일의 미학이 느껴지도록 연출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조연들은 활약했다.


다소 아쉬운 점은 오페라라는 장르의 특성 상 뮤지컬에 비해 비교적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마이크를 쓰지 않다보니 오케스트라 피트에 위치한 관현악단의 소리에 성악가들의 노래가 묻히는 감도 있었다. 얼마든지 예측 가능한 서사 구조이다 보니 몰입도가 떨어졌다. 오페라 초보자에게는 이러한 난점들이 한데 섞여 두터운 진입장벽을 형성했다.


물론 웅장하긴 했다. 대극장의 스케일에서만 공연이 이루어지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대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많은 인원들과 장치들을 수용할 수 있는 건 당연해보였다. 하지만 요즘엔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좌석 한 칸 씩 띄어 앉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실제 수용 관객 수는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의 특별함이란



오페라는 뮤지컬과 몇 개의 중요한 차이점을 가진다. 그 중 하나는 오페라가 오케스트라를 현장에 직접 대동한다는 것이다.

 

‘라 보엠’ 관람에서도 미리 녹음된 음악이 아니라 라이브로 연주되는 클래식 반주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라이브 음악이 가지는 매력은 대체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 떨리는 감정이 귀로 직접 전파되어온다.


오페라가 가지는 이러한 강점은 특별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전해지는 성악의 매력도 훌륭했지만, 순수 악기가 사람에게 전해주는 떨림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래서 순수 연주 공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욱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마음이 쏠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쩌면 마음이 쏠렸던 만큼 작품을 조화롭게 감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성악을 듣는 귀도 트이고, 작품 속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때가 온다면 언젠가는 온전한 감상을 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오페라는 종합적인 예술 장르라고 생각했다. 직접 보니 완성도 있게 제작된 작품일수록 인간의 감정을 깊은 수준까지 고양시킬 수 있겠다 싶었다. 어쨌거나 분명 내게 뜻 깊은 시간을 만들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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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보엠’은 분위기를 휘어잡는 마력을 갖고 있는 오페라였다. 훌륭한 극작품들 중 소수는 공간에 균열을 일으켜 관객들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마법을 부리곤 한다. ‘라 보엠’에서도 몇몇 순간에 그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2막 카페 장면에서의 ‘축제’에 온 분위기나 3막과 4막에서의 ‘겨울’이 가져다주는 냉담하고 싸늘한 느낌이 그러했다.


사람들이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나는 작품이 나를 현실과 동떨어진,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데려다 줄 수 있음에 큰 기쁨을 느낀다. 사실극이 아닌, 시대극이나 환상극이라고 할지라도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상상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라 보엠’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기대하고 있던 마법적이고 환상적인 순간을 현실로 만들어주었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라 보엠’은 감탄할만한 요소로 가득한 오페라 공연이었다.

 

 

[이정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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