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색 콜라보 열풍, 이렇게 하는 거 맞죠? [음식]

펀 마케팅은 브랜딩 꽃길의 기회다
글 입력 2021.10.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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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 유제품 회사의 바디로션, 구두약으로 유명한 회사 ‘말표’의 에너지드링크, 시멘트회사 ‘천마표’의 팝콘. 이렇게 요즘 따라 유난히 많아진 특이점 강한 제품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콜라보? 혼종?’


신박해보이기는 하는데, 끌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과연 무엇을 위한 시도였을지 다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세간에서는 이런 것들이 다 ‘펀마케팅’ 기법이라고 하는데, 펀마케팅이란 도대체 무엇이고 얼마나 효과적이기에 기업들이 이렇게까지 눈에 불을 킨 것일까?

 

 

 

1. 펀마케팅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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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라바빠라바, 삐삐리바삐코, 더울수록 시원한맛, 삼강 빠삐코-”

“쇼 곱하기 쇼는 쇼! 쇼 곱하기 쇼 곱하기 쇼는 쇼!”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15XX!”


우리가 머릿속에 맴돈다며 그렇게 따라 부르고 다녔던 CM송도 사실은 펀마케팅의 일종이라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펀마케팅이란 본래 재미있는 경험을 따라 소비활동을 하는 ‘펀슈머(Fun-sumer)’들을 타겟으로 한 마케팅 기법이다. 재미있는 요소를 홍보물에 가미하여 펀슈머들의 흥미를 돋우거나,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보다는 가잼비(가격대비 재미)를 더욱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재미있는 요소를 제품과 함께 얹어 판매하는 것이다. ‘재미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 하면 흔히 떠오르는 아동 및 어린이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아이들의 문구 및 완구류, 먹거리 등에나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이 활용되었지만, 요즘은 제품 선택의 폭들이 넓어진 것은 물론 어른들의 취향도 귀엽고 재미있는 쪽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펀마케팅 또한 더 넓은 범위에서 활약하게 되었다.


특히 2000년대에서 2020년에 이르기까지, 20년간 펀마케팅 트렌드는 세 차례나 유형 개척을 맞이해왔다. 2000년대 초, 광고시간만 되면 흘러나오던 CM송과 과자 속지에 프린팅되어 있는 숨은그림찾기 같은 것들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단순 일방적으로 재미 요소를 제공하는 방식의 결과물들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에 이르러 정보통신기술과 매체가 급격히 발달하고, 소비자들의 입소문이 가진 힘이 더욱 커다래지자 기업들이 제공하는 재미 요소들은 소비자 체험 및 참여형으로 그 유형이 점차 넓어졌다.

 

그 예로 국내 1등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2017년, 전국 각지에서 치킨을 사랑하는 대중들을 모아 절대미각테스트, 치킨 필기, 치킨 실기로 구성된 제1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개최한 바 있다. 이후부터 기업들은 더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제시하는 신박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제품과 마케팅에 반영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결과  현재에는 ‘거꾸로 수박바,’ ‘죠크박(죠스바와 스크류바, 수박바를 합친 아이스크림)’ 같은 ‘펀(Fun)’한 제품들이 출시되기까지 이른 것이다.




2. 재밌으면 다? ‘펀(Fun)’하긴 한데...



그런데 2020년 5월, 대한제분 산하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가 진짜 대박을 냈다. 팝콘, 핸드크림, 세제, 치약을 가지고도 화제가 되더니, 이번에는 전국 방방곳곳 자리해 있는 CU ‘만.원.네.캔’ 맥주코너에 레트로한 상표가 그대로 인쇄되어 있는 업계 최초 콜라보레이션 수제 밀 맥주를 내놓은 것이다. 이것이 1년 후에는 '카스'와 '테라' 등을 제치고 편의점 맥주 1위를 달성하기도 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곰표의 다양한 시도는 대중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펀마케팅’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거론되기 시작했을 만큼 매우 성공적인 사례가 되어 타 기업들을 자극했다. 때마침 ‘뉴트로’라는 트렌드와 곰표의 상표가 딱 맞물려 시너지를 낸 것은, 특히 말표, 제비표, 천마표 등 낡은 이미지의 탈바꿈이 필요했던 다른 브랜드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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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곰표의 탄탄대로를 뒤잇고 싶었던 그들이 제공할 수 있었던 ‘재미’는, 소비자들의 가벼운 우스갯소리와 밈, 제품 패러디 등을 반영한 제품으로 실소를 터뜨리는 것 정도가 최선이었던 걸까? 곰표의 맥락 있는 펀마케팅 제품들과는 달리, 모나미의 탄산음료와 천마표의 시멘트 팝콘(?), 서울우유 바디로션, 말표의 구두약 초콜릿 같은 제품들은 ‘정말 저게 최선의 펀마케팅이었을까,’라는 생각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이유는 뭐, 일단 ‘별로 안 땡긴다’는 게 가장 먼저 앞섰다. 누가 필기구 브랜드의 상표가 붙은 검은색, 붉은색 탄산음료를 마시고 싶어 할까. 물론 외관은 출시 직후 펀슈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도 했지만, 아무런 개연성도 스토리도 없는 모나미의 펀마케팅은 잠깐의 이슈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모나미 스파클링은 그야말로 반짝 등장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하나의 마케팅 제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한 것은 여타 펀마케팅 제품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 그 제품들의 실패가 단독으로는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자칫 기업의 예상과 달리 대중이 호응을 해주지 않거나 의도된 재미 요소를 캐치하지 못하면, 그 펀마케팅 제품들은 도리어 해당 브랜드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깎아먹을 수도 있다. 심하면 젊은 세대들에게 브랜드의 상표와 젊은 이미지를 부여하려다 본디 가지고 있었던 정체성을 오인 받을 수도. Z세대라 불리는 필자 역시 ‘천마표’가 웬 팝콘 이름인가, 새로운 제과 회사인가 하고 편의점 과자 코너를 지나쳤던 기억이 난다.


또, 개연성과 스토리가 없는 펀마케팅 제품들은 ‘장르침범’이라는 네 글자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공포와 코미디가 융합된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중에서 성공한 작품은 몇이나 되던가? 과거 문구점에서 볼 수 있었던 각종 음식 모양의 ‘먹지마’ 지우개처럼 필기구 브랜드가 다른 문구류와 결합되는 것은 로맨스와 코미디가 결합된 듯 자연스럽지만, 탄산음료가 되는 것은 특별한 비결이 있지 않고서야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공포와 코미디의 결합과도 같다는 것이다. 이는 시멘트 브랜드의 팝콘, 유제품 브랜드의 바디로션, 구두약으로 유명한 브랜드의 발렌타인 초콜릿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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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이뿐일까? 본래 먹거리 관련 브랜드가 아니었던 곳의 상표가 다양한 식품과 음료에 붙게 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호응 대신 노약자 및 지적장애인의 오용 관련 안전사고 우려가 가장 먼저 거론되었다. 식품업계를 향해 너 나 할 것 없이 펀마케팅 열풍이 불자, 소비자들의 안전에 대해 섬세한 고려가 조금은 뒷전으로 미루어졌다는 것이다. 한편 ‘딱붙캔디’는 기존 제품인 ‘딱풀’의 디자인을 빼다 박아놓은 모양새를 하고 출시되며 펀슈머들의 이목을 확 끌었지만, 정작 콜라보를 진행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출시된 상표권 침해 제품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전량 철수 및 판매 중지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에 2021년 9월부터는 식품 등의 표시 및 광고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시행될 예정에 있게 되었지만, 소비자의 안전권과 브랜드 간 상표권처럼 기본적인 부분마저도 보장되지 않는 몇몇 펀마케팅 열풍이 여전히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콜라보, 어떤 펀마케팅 앞에서 우리는 ‘바람직하다,’ ‘기획 참 잘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3. 브랜딩 꽃길의 기회를 잡다, 만들기 전에 생각했네요!



사실 잘만 활용하면 펀마케팅은 ‘브랜딩 꽃길’의 훌륭한 영감이자 기회다. 소비자들의 가벼운 한 마디짜리 아이디어들에도 귀 기울이게 되는 펀마케팅은, 기업들로 하여금 판매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펀, 니즈와 취향을 더 쉽게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뿐이 아니다. 펀마케팅을 탄탄한 브랜딩의 기반으로 삼은 브랜드는 본인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가져가면서도 그 범위를 개연성 있게 확장해나간다. 비교적 뚜렷한 기준을 토대로 제품을 출시하거나 행사를 진행하니, 그들의 펀마케팅은 생각보다 단기적이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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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예시 하나만 보아도 그러한 것이, 곰표가 성공적으로 펀슈머들의 이목을 끌었던 콜라보 제품에는 하나같이 비슷한 면들이 눈에 띈다. 하얀 색상과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제품인가, ‘깨끗함’이라는 키워드와 어울리는 제품인가, 밀가루와 관련된 제품인가. 펀마케팅으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되, 최소한의 기준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그 결과 곰표는 팝콘, 베이커리, 핸드크림, 치약, 세제, 막걸리, 밀맥주 같은 콜라보들을 성공적인 성과로 이끌 수 있었고, 이후에는 ‘곰표’라는 이름과 레트로(에서 뉴트로로 인식을 전환)한 상표만 가지고도 다양한 굿즈를 출시하며 안정적인 브랜딩 단계에 오를 수 있었다. 또한 이는 비교적 높은 연령층에 치우쳐 꾸준한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었던 곰표가 MZ세대로까지 그 인지도를 그대로 가지고 내려온 모양새가 되었다. 콜라보 사업을 진행하며 브랜드에 젊고 긍정적인 감성과 인지도를 부여하고자 했던 원래의 목표를 올곧게 이루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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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취급하는 아이템의 범위를 확장하면서도 개연성이 있는 펀마케팅으로 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진 제품들이 있다. 바로 진로 소주와 진 라면. 진로소주는 ‘진로이즈백’이라는 타이틀로 1970년대에 단종되었던 디자인의 소주병을 재해석하고, ‘초깔끔한 맛,’ ‘소주의 원조’라는 단어들을 강조하며 2019년 뉴트로하게 재출시된 바 있다. 특히 진로는 파랑, 분홍의 두꺼비 마스코트로 대표되는데, 하이트진로는 진로 소주를 재출시한 이후 인지도가 높은 파란색 두꺼비 캐릭터를 적극 활용하여 안주 플래터, 감자칩, 라볶이, 헛개껌 등을 함께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모두 주류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식품들로, 기존 제품과 콜라보 제품군이 어우러져 효과를 볼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한다. 뿐만 아니라 진로는 서울, 경기, 대구, 인천 등에 ‘포차이즈백 두꺼비집’이라는 요리주점을 내기도, ‘두껍상회’라는 굿즈샵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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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오뚜기는 진라면의 디자인을 딴 콜라보 제품 ‘진라거’를 출시하며 ‘라면과 잘어울리는 맥주’를 콘셉트로 푸드 페어링에 나섰다. 진라거는 진라면의 패키지만을 차용하며 단순한 재미를 추구한 것이 아니다. 기존 국산 대표 맥주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밍밍함’을 보완하여 진라면처럼 진한 맛을 추구하고, 혼술·혼밥을 할 때 흔히 맥주를 곁들여 먹는 2030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다. 뒤이어 오뚜기는 비공식적 조합이었던 ‘라맥’의 푸드페어링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2주 동안 70만캔을 완판하는 성적으로 진한 맛과 콜라보의 성공을 모두 증명했다.

 

*

 

이 세 사례들의 공통점은 ‘이색 콜라보’를 펀마케팅의 단독적인 마스터키로 활용하거나 막연한 브랜드 홍보 목적만으로 도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펀마케팅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하나의 장치 정도로 활용하며 근거 있는 취급 제품의 확장, 흐름과 정체성이 있는 브랜딩 작업을 꾀했다. 끊임없이 불꽃 튀는 마케팅 경쟁! 특히 식품업계는 한시도 게으를 틈 없이 더 뛰어나거나 유행하는 맛을 개발하고, 홍보 트렌드를 따라 잡는 데 여념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벚꽃, 와사비, 초코 츄러스, 흑당, 새로운 게 나오기만 했다 하면 편의점의 온 제품들을 일정기간 도배하는 이색 포인트들이 이제 이전만한 ‘이색’으로 다가오는 것은 쉽지 않은 듯하다. 그러므로 이번 이색 콜라보 펀마케팅 열풍의 승자는 ‘이색’이라는 키워드를 하나의 발판이나 수단 삼아 더 깊고 새로운 고민과 똑똑한 브랜드 마케팅으로 나아가는 기업이 될 것이다.


제프 굿비는 말했다. “브랜드는 놀이공원이다. 상품은 놀다가 사가는 기념품이다.” 많은 기업의 재미있는 마케팅들이 그들의 올곧은 아이덴티티와 함께 멋진 놀이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길, 코로나로 조금은 위축된 우리 사회에 펀슈머 트렌드가 올바르게 대중들의 마음을 저격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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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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