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배우 안성기의 영화, 칠수와 만수 그리고 투캅스 [영화]

글 입력 2021.09.3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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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자신을 수식하는 단어 앞에 '국민'이 붙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보통 '국민'이 붙는 경우는 특정 분야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주었을 때이다. 영화계에도 국민적으로 독보적인 사랑을 받은 배우가 있다. 바로 안성기이다.

 

안성기는 1957년도 <황혼열차>로 데뷔해 2021년까지 64년 차 배우이다. 64년의 시간처럼 안성기는 많은 작품에 등장했다. 단순히 많은 작품을 했다는 것보다도 영화계에 굵직한 선을 남긴 영화가 많다. <하녀>, <바람불어 좋은 날>,<무릎과 무릎 사이>,<실미도>,<라디오스타>등이 있다. 더불어 한국 3대 영화상인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모두 받은 배우이며, 백상예술대상 8번과 대종상영화제 5번으로 역대 주연상 최대 수상 배우이다.

 

안성기의 필모그래피 중 '칠수와 만수' 그리고 '투캅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칠수와 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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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수와 만수는 덤 앤 더머처럼 보였다. 특히 칠수의 성격은 가진 거 하나 없지만 겉멋은 잔뜩 든 사람이다. 가진 것과 추구하는 것에 괴리로 작품 속에서는 웃음을 만든다. 만수는 칠수의 어린 부탁을 싫다고는 하지만 만수도 나름 즐긴다. 만수는 칠수의 부탁으로 프랑스에서 온 화가 행세를 합니다. 칠수와 만수의 페인트공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자신의 신분이 아닌, 자신의 상황보다 더 나은 거짓말을 붙이고 붙여 어렵게 관계를 이어나간다. 이 관계는 중상류층과 하류층이 함께 섞이기 어렵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계급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급은 둘이 가까워짐에 따라 벽은 더 단단하게 느껴진다.

 

계급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진 장면이 있었다. 칠수가 백화점 화장실에서 나와 지나를 발견하고 쫓아가는 장면이다. 에스컬레이터 장면으로 사람들의 신발을 보여준다. 화려한 색에 깨끗하고 반짝이는 가죽 신발들 사이에 물감으로 얼룩진 신발이 한 켤레 등장한다. 칠수다. 이 장면에서 계급에 대한 존재를 다시 한번 더 각인시켜준다.

 

양공주와 사상범. 칠수와 만수의 가족이야기이다. 양공주로 돈을 벌다 미국으로 이민 간 칠수의 누나. 사상범으로 감옥에 있는 만수의 아버지. 80년대 시대를 나타내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칠수가 매번 말하는 마이애미는 누나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드러난다. 또 만수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서려있다. 한국사회를 벗어나 중동으로 가려해도 사상범인 아버지 때문에 연좌제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 포장마차는 위로가 되는 공간이었다. 포장마차를 자주 가는 이유는 싼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가격에 보고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소시민이고, 그곳은 소시민들의 장소가 되었다. 칠수와 만수도 작업실에서 만나 포장마차에서 깊은 대화를 나눈다. 그 뒤로 그들은 형제처럼 가까워진다. 비슷한 사람이 갖는 동질감으로 형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칠수와 만수, 이 형제들은 사회를 향해 소리친다. 사람들의 오해로 일이 커지는데 칠수와 만수는 생목으로 외치고, 사회를 대변하는 경찰은 확성기로 말을 전한다. 확성기의 유무로 칠수와 만수는 있는 힘껏 상황에 대해서 소리치지만 사회에 닿지 않는다. 이 장면이 80년대 사회의 모습인 듯한다. 소시민은 외치고, 소리쳐도 사회에 닿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다. 소시민에게도 확성기가 있었더라면 소통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투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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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영화라 확실히 추격 장면이 많이 나왔다. 음악, 연기가 추격 장면의 묘미를 전달해주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카메라가 고정이었던 것이다. 음악과 연기가 주는 긴박감을 카메라가 고정이어서 생생하게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충격 장면에서는 몰입이 되지 않았다. 카메라 고정이 감독님의 의도인지 당시 추격 장면의 연출 공식(?)이었는지 궁금했다. 카메라도 인물과 함께 따라가거나 뛰는 발을 클로즈업 등 다양한 장면으로 화면 전환이 빨랐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투캅스를 보면서도 거슬리는 억양이 없었다. 대사톤이 자연스러워지니까 효과음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당황스럽게했다. 특히 미끼가 된 순경이 성폭행하려는 사람에게 응징을 할 때는 때리는 효과음이 연속으로 나와서 당황스러움이 커졌다. 그래도 영화가 전체적으로 코믹스러워서 어울렸다.

 

영화 속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다루는 장면이 많았다. 안타깝고 속상했다. 몇명 나오지 않는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순경으로 작전 투입으로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하지만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조형사의 도움으로 벗어난다. 순경이라는 캐릭터지만 위기에서 남성의 도움을 받아 벗어난다.

 

남성과 여성의 힘 차이는 인정하지만, 여성 순경은 무능력해 보였다. 마약의 보관책이었던 여성이 남성에게 맞을 때도, 성 매매하는 장면 그것도 미성년자를 영계라 칭하며 상대 남자를 미식가로 말한다. 정말 보고, 듣기가 힘든 장면들이었다. 이런 장면들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소비했는지. 여권에 빨리 눈을 떴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지금이라도 평등하게 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시작과 끝이 수미상관이었다. 수미상관은 계속 될 경찰 구조를 의미하는 것 같다. 정의로 가득 찬 신입이 들어와도 결국 비리 경찰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수미상관으로 암시하고 비꼰 것 같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현상이다. 그리고 경찰들이 과거에 비해 현재는 얼마나 유지 혹은 발전했을까라는 궁금점도 생겼다.

 

영화를 보면서 살인의 추억이 떠올랐다. 스토리의 몇부분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중심이 되는 두 형사가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한 스토리이고, 범인이 빨간색이 집착하는 설정이다. 살인의 추억에서도 피해자가 빨간 옷을 입고 있었고 범인을 잡기 위한 미끼로 빨간 옷을 입은 여성(순경)을 이용했다. 영화의 흐름은 다르지만 몇 가지 활용한 소재가 같았다.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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