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을 닮은 향, 슬리핑 듀(Sleeping dew)

글 입력 2021.08.3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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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람을 만나면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그 사람에 대하여 점차 알아가게 된다. 처음 마주했을 때의 인상, 만남이 거듭될수록 선명해지는 그 사람만의 특별한 고유의 모습, 인연이 다하는 시점에서 관계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모습이 그것이다. 각자 인식한 이러한 모습들을 통해 최종적인 '특정 사람'의 전체 이미지가 완성된다.

 

향수 용어 중에는 '향수 노트 (Perfume Note)'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향의 지속성을 나타내는 것인데, 한 가지 원료나 여러 가지 원료의 배합에서 나오는 한 냄새에 대한 후각적 인상이다. '탑노트-미들노트-라스트노트'로 나누어지는 향수 노트는 마치 '사람의 모습'과 다름이 없었다.

 

오브뮤트(OVMUTE) 브랜드의 방향제 제품 '슬리핑 듀(Sleeping dew)'는 잠자는 님프들의 몸에 밴 아침 이슬을 모은 물에서 날 법한 향을 표현하여 지었다고 한다. 이 향수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일상을 여행하다 또 다른 사람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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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 - 탑 노트(Top note)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침구에 뿌려 보았다. 코끝에 민트, 소나무, 각종 허브의 향이 느껴졌다. 마치 깊고 고요한 밤을 보낸 후 이제 다시 생동하는 생명 같은 산뜻함에 이끌리는 듯했다. 향기는 나를 더욱더 깊은 님프들의 아침 숲속으로 안내했다."

 

'탑 노트'는 발향 후 약 30분의 시간 동안 가장 빨리 느낄 수 있고 동시에 가장 빨리 증발하는 향으로써 향의 첫인상에 해당한다. 사회심리학 분야에서는 '인상 형성(impression format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것은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외모, 태도, 분위기 등의 한정된 정보로 형성되는 상대방에 대한 느낌이다. 마치 사람이 서로 만나 첫 인상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향수의 탑 노트 또한 소비자 제품 판매에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정체성' - 미들 노트(Middle note)

 

"나는 마침내 당도한 향기의 목적지에서 동화처럼 펼쳐진 은방울꽃들을 발견한다. 잔잔한 음악 소리처럼 흐르는 투명한 물과 그 옆의 청초한 은방울꽃, 그리고 잠든 님프들을 마주한다. 숲의 향기와 아직 때 묻지 않은 깨끗한 아침 이슬은 화사하고 상큼한 은방울꽃의 향을 머금었고 발을 디딜 때마다 온몸을 휘감는다. 때때로 차가운 이슬이 마치 은구슬처럼 발에서 '톡'하고 터질 때면 부드럽고 촉촉한 촉감이 코끝에 맴돈다."

 

첫 향인 탑 노트가 사라지고 그 뒤를 이어 마주한 것은 바로 향수의 정체성이다. 안정감을 바탕으로 조화로움을 이루는 지속적인 향은 일관적인 사람의 성격 특성과 닮았다. 하지만 그 지속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때때로 정확한 중간 향을 구별해내기에도 어려운 편에 속한다. 마치 오랜 시간 특정 사람을 가까이하다 보면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그 사람의 진면모 같았다. 가까이에 두고 세심히 살피며 느껴보지 않으면 쉽게 인지하기 어려운 부분과 닮은 듯했다.

 

 

떠난 후의 '잔향' - 라스트 노트(Last note)

 

"홀리듯이 곁으로 다가서니 님프들이 기척 소리에 잠이 깬 듯 부스스 일어난다. 인간도, 그렇다고 신도 아닌 존재들, 그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으니 그럴 것 없다는 듯 웃으며 손을 뻗는다. 살짝 닿은 손끝에서는 숲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온다. 민트, 은방울꽃, 그리고 촉촉한 이슬의 향이 온 몸에 배여 부드러운 살 내음과 뒤섞인다."

 

향수를 뿌리고 몇 시간이 지나야만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쉽게 말해 잔향이라고 부르는 노트이다. 탑 노트와는 반대로 크고 무거운 분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한참 후에 천천히 올라온다. 이것은 나의 방 전체, 침구, 외출 시 즐겨 사용하는 물건 등에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향기의 싱그러움은 나의 일상과 어우러진다. 여리고 순수하게 표현된 시더우드와 머스크향은 오늘도 축 처질법한 나의 하루 속 마지막까지 반짝거리는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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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브뮤트(OVMUTE) 슬리핑 듀(Sleeping dew)'는 단순한 베이스 조합 방식의 조향이 아닌 ‘단일향료 조합’으로 섬세하게 조향 되었다. 이는 처음부터 특정 스토리에 어울리는 향을 위해 합성 혹은 천연향료의 비율 하나하나를 조정하고 선택하는 방식이다.

 

알고 보니 이미 만들어진 시중의 완성형 베이스를 단순히 섞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의 인생에 비유하자면 마치 어떤 특정한 모습으로 살기 위한 인위적이고 획일적인 삶의 방식은 아니다. 다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매 순간 새로이 발견하고 긍정적인 면을 표현하는 것이다. 향기가 피어오르듯 나만의 자연스러움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내보이는 것뿐이다.

 

 

가장 아름다운 향기, 사람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은방울꽃은 태양의 신 아폴론에 의해 탄생했다고 한다. 아폴론은 그의 아홉 님프들(그리스 신화 속 요정)이 부드럽고 향긋한 땅을 밟게 하기 위해 은방울꽃을 그녀들의 발밑에 융단처럼 깔아주고자 했다.

 

슬리핑 듀(Sleeping dew)는 그러한 아폴론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전체적인 향수 노트는 잠든 님프들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 내 일상 속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다웠다. 나의 일상을 둘러싼 짙은 회색 도시, 그리고 그 속의 사람들은 점차 그 푸르른 초록빛마저 힘을 잃고 색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이제 나는 '아름다운 향수'가 되고 싶다. 그 향기를 품고 사람들의 일상 속에 다가가 자연과 같은 안락함으로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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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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