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화려한 빛과 그림자의 세계 -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展

카게에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
글 입력 2021.08.2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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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는

인생 그 자체, 우주 그 자체

 

나는 빛과 그림자로 자연의 아름다움,

살아있는 생명의 소중함을 그리는 것과 동시에

인생을 그려 가고 싶다

 

- Seiji fujishiro -

 

 

빛과 그림자로 만들어낸 작품, 카게에.

 

카게에는 일본어로 ‘그림자 그림’을 의미하는데, 밑그림을 그리고 잘라 셀로판지를 붙이고, 조명을 스크린에 비추어 색감과 그림자로 표현하는 장르라고 한다. 지금까지 유화, 판화, 수묵·채색화, 조각 위주의 전시를 주로 보아온 내게는 그림자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것이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카게에라는 장르와 더불어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기에, 전시를 관람하기 전까지는 단순히 명암 대비를 강하게 주어 그림을 그리는 회화 작가가 아닐까 포스터를 보며 유추해 본 것이 전부였다.

 

 

7_내 눈은 고양이 눈_사진제공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사진 출처-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카게에 거장이 만들어낸 빛의 예술



후지시로 세이지는 1924년 도쿄 출생으로, 올해 98세가 된 지금도 ‘카게에’ 작업을 활발하게 이어나가고 있는 작가이다.

 

오랜 시간을 작품에 할애한 만큼 그가 제작한 작품의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작인 <서유기>,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소재로 한 작품을 비롯해 160여 점이 넘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학창 시절에 그린 유화와 20대 시절 연재했던 잡지 쿠라시노 테쵸우 ‘삶의 수첩’ 표지 일러스트와 카게에 작업, 그리고 30대 전성기 시절의 모노크롬 작품과 그 이후의 그림자극, 마지막으로 한국 전시를 위해 가장 최근에 완성된 작품 <잠자는 숲>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도 다채로운 작품들을 통해서 작가의 삶 전체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에서는 난쟁이 캐릭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가 자신을 상징하는 캐릭터라고 하는데, 커다란 눈동자와 가늘고 긴 ‘고양이 눈’ 모양과 산타클로스 모자를 연상시키는 뾰족한 모자를 쓰고 있는 개성 넘치는 모습이 특징이다. 이러한 난쟁이 캐릭터의 생김새 덕분에 작품이 더욱 동화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다.

 

 

목마의꿈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사진 출처-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화려한 색체의 향연



전시 후반부로 갈수록 흑백의 모노크롬 작품에서 화려한 컬러의 카게에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 머리카락과 나뭇잎, 눈송이, 구름과 안개 등의 표현이 한층 섬세하고 강렬하게 표현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붓으로 그린 회화가 아니라 직접 칼로 오려 붙인 셀로판지 작업이다 보니 표면이 뾰족하게 각이 져서 그림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개성 있는 실루엣과 빛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작품을 감상하며 카게에가 빛을 비추었을 때의 빛의 밸런스와 오려 붙인 재료의 투과율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서 완성하는 만큼 많은 시간과 끈기를 요구하는 작업임을 느낄 수 있었고, 왜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가 세계 유일의 카게에 거장으로 불리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작은 요소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오려낸 것도 대단했지만, 정말 신기하게 다가온 것은 작품의 그라데이션 처리와 선명한 발색이었다. 조명기를 사용해 빛과 그림자를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카게에의 원리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블러 처리를 한 듯한 작품 외곽 효과와 그라데이션, 그리고 고흐의 ‘별의 빛나는 밤’의 하늘처럼 거친 붓질로 그려놓은 듯한 질감 처리는 어떻게 표현해내는 것인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궁금증이 컸던 만큼, 실제 작품을 만드는 메이킹 필름 영상을 너무나 보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전시장에서는 메이킹 필름을 찾아볼 수가 없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꽃과 소녀(수조)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사진 출처-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힐링을 선사하는 카게에



전시 작품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작품 앞에 물을 설치하고 좌우 면에 거울을 배치해서 바닥을 보았을 때 일렁이는 수면을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가져다주는 설치 작품이었다.

 

다섯 점 정도가 이러한 형태로 설치가 되어 있었는데, 적절한 간격으로 전시장에 배치가 되어 있어 흥미를 잃지 않고 색다르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과 표면에 반사되는 아름다운 작품을 보며 잠시 힐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가만히 작품을 감상하다가 문득, 이 작품이 벽 한 면을 넓게 차지할 정도로 커다란 대작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만약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구성해서, 방 하나 정도의 공간 한 면에는 작품을 크게 배치하고, 나머지 옆면에는 거울을 배치하고 바닥 면에는 3~5센티 정도의 얕은 물을 졸졸 흐르도록 설치해서 관람객이 물을 밟고 지나가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면,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뛰어노는 듯한 체험을 선사할 수 있어서 더욱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작품 유지비와 제작 기간 등 여러 문제로 인해 결코 쉽지 않은 구성이지만, 상상만으로도 환상적일 것 같다.

 

 

전시장내부_양파와아기토끼와 고양이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사진 출처-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실제로 일본 나가노현에 있는 카게에 미술관에서는 후지시로 세이지 작가의 작품을 360도 파노라마로 벽을 가득 채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물이 바닥에 설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화려하고 몽환적인 작품인 만큼 거울과 큰 작품만 사용해도 오랜 시간 동안 관람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시의 끝에 다다라서는 작가의 손글씨와 이를 해석한 글귀가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빛과 그림자가 조화를 이뤄 마음에 평온을 주고 작은 꿈이, 커다란 희망이 삶의 기쁨으로 될 수 있기를.’ 이러한 글귀 옆에는 난쟁이 캐릭터와 고양이가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는 귀여운 그림이 걸려 있었다.

 

글귀에서처럼 이번 전시는 마음에 평안을 주는 따뜻하고 힐링이 되는 전시였다. 찬란한 빛을 마주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2021.10.12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포스터2.jpg

 

 

[윤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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