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남매인 청가시와 홍가시는 풍랑을 만나 헤어지게 되고, 섬에 표류한 홍가시는 남장을 한 후 산자고의 시중이 된다.

 

섬초롱을 열렬히 짝사랑하는 산자고는 자신의 사랑을 전하는 전령사로 홍가시를 섬초롱에게 보내는데, 오빠를 잃은 슬픔 때문에 누구의 사랑도 받아들이지 않던 섬초롱은 첫눈에 홍가시에게 반해 구애를 한다.

 

남장 시중으로 산자고를 짝사랑하는 홍가시는 산자고에게 사랑을 줄 수도, 섬초롱의 사랑을 받을 수도 없어 괴로워한다.

 

셰익스피어 고전을 한국의 전통 미학과 접목시켜 새로운 해석과 이미지의 무대를 선보여 온 극단 여행자가 2011년 서울남산국악당과의 공동기획 이후 10년 만에 다시 <십이야>를 공연한다. 2021년 새로운 창작진들과 함께 서울남산국악당에 다시 올라 색다른 매력을 담아낼 예정이다.

 

극단 여행자의 <십이야>는 '남장여자'로부터 비롯되어 얽히고 엮이는 사랑의 에피소드를 그린 코미디로, '남장여자', '여장남자' 등의 컨셉이 다시 이중으로 뒤얽히며 극단 여행자만의 스타일과 위트있는 무대로 꾸며진다.

<한여름 밤의 꿈>, <환>, <햄릿> 등 셰익스피어의 작품들로 잘 알려진 극단 여행자가 <환(멕베드)>에는 십이간지, <한여름 밤의 꿈>에는 별자리 이름을 붙였다면 <십이야>에서는 우리나라 꽃들의 이름을 가져온다.

 

좌충우돌의 해프닝 속에서 결국 사랑의 결말을 이루는 <십이야>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꽃과 연결했다. 사람, 사랑, 꽃의 아름다움에 착안하여 등장인물을 강인한 토종 야생화의 이름으로 바꿔 만든 청가시, 홍가시, 산자고, 섬초롱, 맥문아재비 같은 이름들은 삶의 즐거움, 유머, 따뜻하고 유쾌한 천성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사랑과 잘 어우러져 다가온다.

 

또한 극단 여행자의 <십이야>는 곳곳에 숨겨진 감각적인 인용과 접목 등 위트를 찾아보는 재미가 뛰어난데, 군데군데 등장하는 <리어왕>, <배비장전> 등의 국내외 명작들의 패러디 장면들을 활용하면서 풍성한 재미를 더한다.

 

 

2020 십이야 공연사진(ⓒ서울남산국악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