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빛과 그림자로 평화와 사랑 그리고 공생을 그려내다. –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展

후지시로 세이지전을 관람하며
글 입력 2021.08.2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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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는 인생 그 자체, 우주 그 자체

 

나는 빛과 그림자로 자연의 아름다움, 살아있는 생명의 소중함을 그리는 것과 동시에 인생을 그려 가고 싶다.

 

- 후지시로 세이지

 

 

 

빛과 그림자로 세상을 그려내다


 

여기, 빛과 그림자로 세상을 그려내는 작가가 있다. 세계 유일의 카게에 거장이자 ‘동양의 디즈니’라 부르는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1924~)이다. 그는 빛과 그림자를 소재로 하여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이어가는 작가이다. 그리고, ‘후지시로 세이지 :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전’은 98세의 고령의 나이임에도 여전히 왕성한 작품 제작으로 활동 중인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 활동 연대기를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작가는 생애 마지막 전시가 될 수 있는 생각으로 매일 하루 7시간 이상을 작업에 몰두했다 전해진다. 모노크롬(Monochrome)의 시대에서 부터 빛의 표현 그리고 작품 영역의 경계를 두지 않는 작가의 다양한 작품 표현 영역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각자마다 전시를 관람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전시를 관람하는데 있어서 보통 작가의 인생을 살펴본 후 작품을 바라보는 편이다. 따라서, 작가의 인생을 서술하고 작가의 작품 영역과 그 의미를 적어보고자 한다.

 

 


후지시로 세이지, 그를 알고싶다


 

작가의 인생을 살펴보면서 궁금했던 것은 ‘세계 유일의 카게에 거장’이라 칭하는 후지시로 세이지가 어떻게 해서 ‘카게에’를 시작하게 됐고 거장의 자리에 이르게 된 이유였다.

 

 

[참고] ‘카게에’는 그림자의 의미의 ‘카게’와 그림의 의미의 ‘에’가 합쳐진 단어로 ‘그림자 회화’라 한다.

 


예술은 시대를 반영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 배경과도 연관성이 있다. 작가가 카게에를 시작한 배경은 ‘제 2차 세계대전’ 때문이었다. 패전국이었던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며 황폐화됐다. 그러한 초토화된 도쿄를 바라보며 작가는 평화를 기원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했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보려한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쉽사리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찾았고 골판지와 조명을 이용해 빛과 그림자로 표현하는 작품 즉, 카게에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위기의 상황을 단지 위기로만 두지 않고 새로운 장르로 개척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펼쳐나갔다.

 

 

 

모노크롬 세계에서 찬란한 빛의 세계로



 

모노크롬(Monochrome)이란

한 가지 색만을 사용하여 그린 그림으로 주로 검정이나 짙은 갈색을 쓴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후지시로 세이지는 초창기 모노크롬으로 ‘카게에’를 만들었다. 오직 골판지와 조명만을 사용해 흑백의 대비 즉, 새까만 실루엣과 밝은 빛으로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다.

 

‘카게에’의 제작 방식은 이렇다. 밑그림을 그리고 잘라 셀로판지를 붙이고, 조명을 스크린에 비추어 색감과 그림자로 표현한다. 이를테면, 오늘날 버스정류장에서 볼 수 있는 라이팅 광고 매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라이팅 광고 매체의 모티브가 후지시로 세이지의 ‘카게에’ 예술이기 때문이다.


‘새까만 실루엣과 빛의 절묘함 그 심플한 작품은 보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모노크롬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든 작가는 이후 빛에 색을 첨가하여 색다른 작품을 탄생시켰다. 단순한 흑백의 표현을 넘어 다양한 색을 더해 작품에 생동감과 시각적 요소를 준 것이다. 이를테면, 작가가 좋아한 러시아 민화 <양파와 아기토끼와 고양이> 시리즈 작품이 그렇다. 작품을 보면 수채화로 그려낸 듯 섬세한 색감 표현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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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와 아기토끼와 고양이 시리즈 및 전시 내부 작품 모습

(출처 :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다양한 색으로 표현하는 빛의 영역을 넓혀나가면서 작가는 더 나아가 그림을 더욱 섬세하게 오려내고 디테일한 표현을 주었다. 이것은 작품 <석양 속 사랑의 기적(2004)>에서 볼 수 있다.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모습 또는 새의 깃털이나 고양이의 털과 인어의 비늘 등을 세밀하게 표현한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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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속 사랑의 기적 (출처 :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아름답고 화려한 세계를 표현하는 ‘카게에’ 그 예술의 추구는 끝이 없다.’


작가는 카게에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며 시간이 거듭할수록 작품에 다양한 시도를 더했다. 그의 작품을 연대기적 순서로 보다보면 끊임없이 창조하고 발전했음을 직관하게 된다. 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게에의 변화를 살펴보며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평화와 사랑 그리고 공생을 전하다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 테마는 평화와 사랑 그리고 공생이다. 전쟁 이후 ‘카게에’로 희망을 전하고자 했던 작가는 계속해서 자신의 작품 안에 앞서 언급한 평화와 사랑과 공생을 담아냈다.

 

특히, 작품 안에는 큰 눈과 귀여운 외모를 가진 난쟁이가 자주 등장한다. 이 난쟁이는 이름은 ‘고비또’로 작가의 분신이다. 이 난쟁이가 처음 등장한 작품은 <돈치키뿌-(1955)>인데 이후에는 많은 작품에서 등장한다. 몇 가지 작품을 언급하자면, 먼저 <꽃과 소녀(1979)>와 <목마의 꿈(1998)>을 말하고 싶다. 주로 ‘고비또’는 볼 수 있는 악기를 연주하거나 부는 모습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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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의 꿈 (출처 :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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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소녀 (출처 :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꽃과 소녀>에서는 꽃들 위에서 그리고 <목마의 꿈>에서는 나무 위에서 볼 수 있다. 무슨 음악을 연주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면서도 동시에 주위의 환상적인 풍경과 어우러져 작품 특유의 밝은 분위기에 매료된다. 특히, 작품 양 옆은 거울을 배치하고 아래에는 물을 흐르게 해 반사되어 비추는데 확장감과 공간감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작가는 재난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공감을 표하는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먼저, 아프리카 대가뭄으로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원조활동에 나선 미국 뮤지션에 공감한 작가는 <위아더월드_45인의 Big star(1997)> 등을 제작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를 담은 작품을 표현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호소한 것이다.


또한, 작가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로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 <슬퍼도 아름다운 평화로의 유산(2005)>, <후쿠시마 원전 피해지 스스기마을(2012)>, <날개를 주세요(2012)>등의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슬퍼도 아름다운 평화로의 유산(2005)>은 히로시마 원폭 피해 지역이 작품의 배경이다. 작가는 원폭 지역 위로 색색의 종이비행기를 그려 놓았고 고깔모자를 쓴 난쟁이 ‘고비또’는 피리를 부는 모습과 양 팔을 위로 높게 벌린 모습으로 나온다. 재난재해로 피해 입은 현실을 그리면서도 희망을 그려냄으로서 극복될 미래를 전하고자 했다.


한편,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 중 밝음을 전하는 캐릭터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캐로용’이다. 캐로용은 장난기 많은 커다란 눈을 가진 개구리로 작가가 탄생시킨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캐릭터라 한다. 캐릭터가 유명해진 것은 뛰어난 연출 감각 즉, 콘서트나 공연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었던 일본 부도칸 극장에서 음향 장비를 설치하거나 원형무대를 만들어서 그 때로서는 상당히 과감한 연출을 시도했다고 한다. 또한, 캐로용을 등신형 봉제인형극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사랑을 받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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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로용 유토피아 (출처 :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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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로용 전시 내부 모습 (출처 :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캐로용’은 전국 유치원생을 관람객으로 하는 순회공연인 캐로용쇼를 열었고 상당히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성격이 밝고 친구 같은 이미지의 캐로용과 캐로용 노래를 보니 왜 그토록 아이들에게 사랑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


 

캐로용 노래

 

기쁠때도 캐로용 슬플때도 캐로용

즐거울때도 캐로용 외로울때도 캐로용

엄마, 아빠에게도 말 할 수 없을 때 캐로용한테 라면 말 할 수 있어

마음의 친구 우리의 친구 캐로용

 


한편, 전시에는 언급한 작품 이외에도 다양한 카게에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모노크롬 시대를 대표하는 서유기와 목단기를 주제로 한 작품과 인도의 대서사시를 다룬 작품 라마야나 장면을 묘사한 작품 그리고 8년간 작업한 일러스트물과 동화와 인형극과 그림자극 그리고 성경에 등장하는 아담과 이브, 바벨탑, 노아의 방주, 최후의 만찬 등을 다룬 작품 등 카게에를 통해 다양한 작품 세계를 그려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

 

전시를 둘러보고 난 후 작가의 말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고, 기쁘게 하고 싶은, 단지 그 일념 만으로 지금까지도 그림을 그리며 창작을 이어가고 있다.'와 ‘마음에 그늘이 있다면 밝은 빛으로 감싸 준다는 것을’이 기억에 남는다. 우여곡절이 있는 인생의 순간에 밝음을 잊어버리고 마음에 그늘을 품으며 살아가기 쉽다.

 

하지만, 후지시로 세이지는 달랐다. 어둠 속에서도 밝음을 보려 했고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며 많은 사람들의 기쁨과 감동을 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그의 인생과 작품을 보며 인생의 굴곡진 순간에서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자신에게 달려있으며,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오래 기억하고 간직하는 마음으로 채워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각박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자신의 작품으로 잠시나마 삶의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따뜻한 감동의 메시지를 전하는 마음을 담았다. 작가의 바람대로 그의 작품을 보며 마음에 밝은 빛을, 좋은 추억을 남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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