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도핑은 무엇을 위한 날갯짓인가 [다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이카로스>
글 입력 2021.08.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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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2주가 되어간다. 개막 전에는 보지도 않을 것처럼 굴어놓고 막상 개막하니 누구보다 열심히 봤던 도쿄올림픽. 개막 전부터 폐막까지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여자배구 4강 바로 직전에 터진 브라질 선수의 도핑이 가장 큰 이슈 아니었을까.

 

실격패 처리를 한다거나 페널티를 적용할 줄 알았지만 양성 반응이 뜬 해당 선수만 귀국 조치하고 대체 선수를 투입해 경기를 그대로 진행한다는 공식 입장에 도핑 대응이 고작 이 정도라면 어떤 나라, 선수들이 도핑에 겁을 먹을까 의문이 들었다.

 

이런 내 생각을 읽은 듯이 러시아 도핑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이카로스>가 넷플릭스 추천 영상으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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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이카로스>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이자 <이카로스>의 감독 브라이언 포겔은 자신의 유년시절 영웅인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이 약물을 복용하면서도 500번이 넘는 도핑검사에서 적발되지 않고 오히려 동료 선수들의 고발로 적발되자, 도핑검사 시스템에 결함이 크다 느끼고 직접 약물을 복용하여 이를 증명하고자 한다.

 

이에 2015년, 브라이언은 7일간 프랑스 알프스를 넘는 세계 최고난도의 아마추어 사이클링 경기 오트 루트에 첫해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그 다음 해는 약물을 복용하고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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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나간 첫 경기에서 목표였던 100위보다 훨씬 좋은 성적인 14위로 경기를 마치고, 다음 해는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UCLA 올림픽 연구소 창립자 돈 캐틀린에게 약물 복용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이 실험으로 자신의 명성이 실추될 것이 걱정됐던 캐틀린은 자신의 친구이자 모스크바 올림픽 연구소장인 그리고리 로드첸코프를 소개해 준다.

 

모스크바 올림픽 연구소장이라면 반도핑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한 브라이언은 흔쾌히 어떤 약물을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는 그리고리를 의아해한다. 알고 보니 그리고리는 반도핑을 위한 곳인 모스크바 올림픽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도핑 검사에도 걸리지 않았던 러시아 도핑 사건의 주도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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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리의 도움으로 반 년에 걸쳐 약물을 복용하면서 도핑검사에 걸리지 않기 위해 깨끗한 소변을 미리 받아 통에 나누고 냉동시키는 등 수많은 과정을 거치지만 정작 오트 루트 주최 측은 약물 검사조차도 하지 않는다.

 

약물 복용의 효과로 체력 증진 효과를 느낀 브라이언은 두 번째 출전한 경기에서 성적 향상을 기대했지만, 외부적인 요인으로 약물을 복용하기 전보다 더 안 좋은 성적으로 경기를 마감한다.

 

도핑 검사 시스템의 결함을 고발하려고 했던 다큐멘터리의 방향을 잃을 뻔했던 그때, 독일 방송국에서 제기한 러시아 도핑 혐의에 대한 의혹이 연구소 내에서의 샘플 폐기, 도핑 검사 은폐를 위한 자금 지급 흔적 등 여러 증거를 통해 진실로 밝혀지게 된다.

 

전 세계가 러시아 도핑 사건이 국가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알고 있음에도 러시아 정부는 이를 부인하며 연구소장인 그리고리를 사임시키며 꼬리 자르기에 나선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그리고리를 사임시키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그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갑자기 스릴러처럼 급박해지는 상황 속에서 그리고르는 브라이언의 도움으로 미국에 망명하여 뉴욕타임스를 통해 대대적으로 진행된 러시아 도핑의 실체를 폭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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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리의 절친이자 러시아 반도핑기구의 전 책임 감독관이었던 니키타 카마예프가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이 소식을 접한 그리고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니키타와 연락을 했고, 생전에 심장이 안 좋다는 말도 한 적이 없었다며 러시아 정부에 대한 두려움을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그리고리가 폭로한 약물 검사 과정은 3D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봐도 이해가 안 갈 만큼 복잡하고 철저해서 절대 개인이 계획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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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있는 폭로에도 러시아 정부는 약물 복용은 없었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하지만 2016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WADA 세계반도핑기구는 러시아 선수의 전 종목 출전을 금지할 것을 권고하지만 IOC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이를 묵살하고 러시아 선수들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허가한다.

 

이후 그리고리는 증인 보호 프로그램으로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으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이카로스>는 끝난다.

 

저조한 성적을 얻었던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만회하고 자국 소치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는 전 세계에 러시아의 국력을 보여주기 위해 복용한 약물로 만들어낸 종합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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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 (ROC)

 

 

하지만 몇 년 뒤 도핑 사건이 밝혀지며 러시아는 2022년까지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인 ROC로 출전하게 됐다.

 

결국 박탈당한 메달, 울려 퍼지지 않는 국가, 흔들지 못하는 국기, 실추된 명예. 러시아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태양 가까이 날아오르다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바다에 떨어져 죽은 이카로스가 돼버렸다.

 

도핑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날갯짓일까.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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