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완벽한 로맨스 : 우리, 둘

글 입력 2021.08.0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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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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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맞은편에 살고 있는 니나와 마도. 마냥 가까운 이웃처럼 보이지만 사실 둘은 20년째 사랑을 이어온 연인이다. 은퇴도 했으니 여생은 로마에 가서 편하게 살자는 니나의 제안에 마도는 가족들에게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기로 한다.

 

마도의 생일, 쉽지 않은 고백 과정에서 그녀는 결국 충격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니나는 가족으로부터 그녀를 되찾을 플랜을 짜기 시작하는데…


온 세상을 떠나보내도 함께 하고 싶은 두 여인이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 이야기.

 

*

 

영화 같은 사랑, 소설 같은 연애, 드라마틱한 만남. 우리는 현실에 없을 법한 환상적인 사랑을 이렇게 칭한다.

 

로맨스를 품은 이야기들은 애틋하고 아름답다. 대개 그런 사랑들을 다루는 이야기들은 사랑을 닮은 핑크빛에 가깝다. 우리는 그런 사랑을 꿈꾸곤 한다. 널 위해서라면 목숨도 끊을게, 하며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오로지 ‘우리, 둘’뿐인 사랑 말이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마도는 그의 딸과 아들, 그들이 고용한 간병인의 극진한 보살핌 아래 니나와 분리된다. 니나는 조급함을 느낀다.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말은 오로지 친구, 옆집 사람일 뿐이다. 커버도 안 씌운 침대와 돌아가지도 않는 냉장고는 그저 구색 맞추기일 뿐, 칫솔도 베개도 전부 저 너머 마도의 집에 있다. 사실상 한집에 살았던 둘은 한순간에 누군가의 허락을 거쳐야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문 하나만 열면 넘어갈 수 있는 세상을 눈앞에 두고 현관문의 동그란 렌즈로 보이는 세상이 니나의 전부가 되었다. 현관문 외시경은 그들의 말 할 수 없는 사랑을 시사한다. 언제든 열 수 있는 문은 넘어설 수는 없는 벽이 되고, 그 자리에 존재하지만 나타날 수 없는 니나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것은 작은 구멍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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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 둘>은 우리 둘만 함께라면 뭐든 상관없다는 맹목적인 사랑을 그려내지만 영화의 기법이나 분위기는 로맨스보다 스릴러나 서스펜스를 닮았다.

 

까마귀 소리, 프라이팬이 타는 소리, 차들이 지나다니는 소리, 초인종과 문 두드리는 소리 등 온갖 소음들은 때로 인물의 대화를 가릴 정도로 강하고, 대비가 강한 음영과 관찰자의 구도, 긴장감을 더하는 싸한 음악은 위태로운 그들의 사랑에 불안을 더한다.


이에 정점을 찍는 것은 니나의 행동이다. 조급해진 니나는 일반적 규범으로 보기엔 정상의 궤도를 벗어난 듯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죄 없는 간병인을 떼어놓기 위해 모함한다던가, 모든 사실을 알고 마도를 요양원으로 보낸 마도의 딸 집에 찾아가 창문에 돌을 던진다던가 하는 비윤리적 행위들을 사랑으로 해명하기엔 무리가 있다.


영화는 마도와 니나의 행복한 시점을 제외하고는 니나의 행보만큼이나 거칠다. 그 까슬한 단면에 이따금 찔릴 때가 있었다. 그들의 사랑과 니나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상대는 그들의 관계를 몰랐다. 그런 이들에게는 너무 이기적인 행위가 아닐까 싶기도 했고, 동시에 니나에게 불어올 후폭풍이 그를 더 옥죄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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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은 영화의 장르가 로맨스임을 인지한 순간 옅어졌다. 로맨스, 이건 사랑 이야기였다. 다들 그런 사랑을 욕망하지 않았던가. 너를 제하면 온통 잿빛인 세상에서 살아도 내 목숨 하나 기꺼이 바치겠노라 다짐할 수 있는 갸륵한 사랑에 그저 현실을 더했을 뿐이다.


가족에게 고백하지 못한 마도에게 화를 냈던 그날, 마도가 쓰러져 제대로 화해조차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