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독립 매거진 좋아하세요? - MAGAZINE MAKERS

글 입력 2021.07.2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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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친구를 만날 때마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하게 된다. 재미있는 게 뭐냐고 묻는 말에 이것 저것을 나열하다가 매거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규모 있는 출판사에서만 매거진을 펴내는 시대를 지나 우리가 흔히 '독립 매거진'이라 불리는 출판물이 등장한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이제 독립 서점이 아닌 곳에서도 독립 매거진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독립 매거진 자체는 더 이상 낯선 게 아니다. 독립 매거진의 매력은 책보다 가볍고 트렌디하게 내가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한 콘텐츠를 발행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다양한 콘셉트의 매거진을 보다 보면 내 이야기도 하나쯤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거진'이라는 단어가 주는 멋진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매거진을 만들고 싶다는 작은 마음을 품은 사람이 그 매거진을 만드는 사람에게 호기심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순서이다. 나 같은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좋아하는 일을 의미 있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매거진 'favorite'의 두 발행인이 행사를 기획했다. 바로 독립 매거진 'bear', 'hep.', 'Achim', 'PRISM OF'을 만드는 사람들을 각각 초청해 독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favorite talk'이다.

《MAGAZINE MAKERS》는 이 행사에서 각 매거진 발행인들이 들려준 이야기와 함께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ROUND TALK'에서 나눈 대화를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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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시작할까?

독립 매거진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는 제각각이다.

 

'Achim'은 외국에서 생활하며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아침 시간을 꽉꽉 채워 살았던 경험으로부터 탄생했다. 영화사 인턴에 떨어진 후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을 만들기 위해 상영회를 진행하다 매거진을 만드는 데까지 나아간 'PRISM OF'의 편집장은 벌써 6년 넘게 매거진을 만들고 있다.


행복하게 일하는 삶을 탐구하는 매거진, 'bear'는 출판사를 운영하며 외국에서 매거진계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KINFOLK'를 펴내다가 자신만의 매거진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계기와 시작 지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은 닮아 있었다.


거창한 계획과 포부보다는 '일단 해보는' 작은 바람에서 많은 것들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지속할까?

 

단행본이라면 한 권이 책이 완성되면 마무리지만 매거진은 그렇지 않다. 매거진이라는 형태를 택했다는 것은 이 콘텐츠를 어떻게든 (꼭 정기적인 발행이 아니더라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다. 그러므로 매거진은 1호를 완성하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2호, 3호를 내서 지속할지가 중요하다. 여기서 지속이란 꾸준히 다음 호를 만들 수 있는 금전적 여건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있고, 독자를 계속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콘텐츠의 질을 유지한다는 의미도 있다.

 

여섯 사람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일단 매거진 자체만으로 금전적인 부분을 유지해나가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예전에 출판사에 있는 현직자로부터도 매거진이 판매로 큰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기에, 판매 규모에 한계가 있고 매번 달라지는 판매량을 예측하기도 힘든 '독립' 매거진의 사정은 크게 놀랍지 않았다. 'Achim'의 발행인은 매거진보다는 굿즈를 판매해서 다음 호 제작 자금을 마련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콘텐츠의 질을 유지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모두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있었다. 광고 없이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하는 독립 매거진은 콘텐츠의 질을 유지하는 게 금전적 기반을 유지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다섯 개의 잡지가 모두 '힙'하다고 느껴졌는데, 책 말미에 'ROUND TALK'에서 'bear'의 편집장님이 예전만큼 유행의 선두에 서 있지 못하다고 말해서 조금 충격이었다.

 

개성이 뚜렷한 독립 매거진일수록 시류를 읽으면서 정체성을 유지해나가는 게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지를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때론 매거진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그 말에 모두가 공감하는 대목을 읽으며 한 콘텐츠를 지속하는 건 결국 만드는 사람 하나만이 아니라 콘텐츠와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에게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맥락이라는 점을 실감했다.

 

 

종이 매거진의 미래는?

 

어쩌면 독립 매거진만이 아니라 출판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의 고민일지도 모른다. 종수가 많아지고 주제도 다양해진 근 몇 년간은 종이잡지가 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만드는 사람들에 따르면 정작 판매량에 큰 변화는 없다고 한다.

 

실제로 북 페어에서도 3만원짜리 에코백 굿즈는 선듯 사 가지만 17,000원짜리 매거진은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그냥 가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얘기가 뒤따랐다. 콘텐츠의 시대라지만 종이로 된 매체 앞에서 소비자는 생각보다 쉽게 주머니를 열지 않는다. 그래서 실제로 'PRISM OF'의 경우 조금씩 온라인 콘텐츠의 비중을 늘려가는 중이라고 한다.

 

종이 매거진의 미래는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종이 매거진을 만드는 마음은 다른 형태로도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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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독립 매거진 발행인들의 고민은 서로 다른 듯 연결되어 있었다. 신기한 점은 독립 매거진에 대한 환상과 낙관보다 그 현실을 조목조목 말하는 것에 가까운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알리고 싶은 가치를 전달하고 소통하면서 세상이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제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에요.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매거진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가장 처음에 나왔던 'bear' 발행인 서상민 님의 이 말이 기억에 남았다. 결국 독립 매거진을 만든다는 것은 한 사람의 고유한 철학을 담는 일이다. 이 마음이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다면 독립 매거진을 만들며 부딪히는 어려움들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독립 매거진이 '로망'인 독자들에게 이 다섯 개의 독립 매거진 발행인들은 일단 한번 해보라고 북돋아준다.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리뷰로 옮기기에는 많은,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책에 들어 있으니, 독립 매거진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의 독립 매거진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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