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_ 로랑 그라소 [미술/전시]

Ⅲ. 로랑 그라소: 미래가 된 역사
글 입력 2021.07.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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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미래가 될 수 있는가?

Ⅲ. 로랑 그라소: 미래가 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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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지역은 문화 시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미술관의 수가 매우 적고 지역민들이 전시를 접하기엔 광주로 이동하지 않은 한 그 밖에 지역은 작품을 접하기 굉장히 어려웠다. 그러므로 이번 전남도립미술관 개관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

 

전남도립미술관의 오지호 관장은 “현대미술에 대한 지역민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고 예술적 감각과 문화적 인식을 갖춘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며 “코로나 상황으로 지친 마음과 마음이 만나 서로를 위로하는,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미술관으로 가꾸겠다”고 말했다."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전남도립미술관은 문화예술 지역 공동체의 매개자 역할을 할 예정임을 짐작할 수 있다. (출처 : 광양시대신문)

 

2021년 03월 23일부터 08월 08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 개관 특별기획전인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展 이 진행된다. 현재, 1, 2관은 막을 내렸고 3관에서 <로랑그라소: 미래가 된 역사가 남아있다.> 전시만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남도립미술관의 첫 개관전인 만큼 미술관의 비전과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줘야 했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첫 개관전에 많은 기대를 안고 입장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시 《로랑 그라소 : 미래가 된 역사》 전은 역사와 문화, 자연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탐색하고 실험하는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 1974~)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을 통해 국외 현대미술의 흐름을 국내에 전하고, 한국과 전남의 작품을 재해석한 작가의 신작을 선보이며 전남 미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로랑 그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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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그라소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1972년 프랑스 동부 뮐루즈에서 태어나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로서 2008년 마르셀 뒤샹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로랑 그라소는 쥬드뽐, 퐁피두센터, 허쉬 혼 미술관, 팔레드도쿄, 오르세 미술관에서 단체전과 개인전을 열며 세계화단의 기대와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주로 빛, 소리, 전기에너지, 자기장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상상하고 시각화하는 것에 관한 관심이 있다. 그리고 영화와 미술사에서 발췌한 이미지를 통합해 그라소는 시간과 공간의 초현실적이고 모호한 병치를 설정하는 인간과 자연 현상을 재현한다.

 

이를 위해 미디어, 드로잉, 페인팅, 설치, 조각,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작품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the idea is to construct a floating viewpoint, thereby creating a discrepancy in relation to reality. We move from one viewpoint to another, and that's also how we manufacture states of consciousness."(출처: SEANKELLY) 그의 이러한 언급을 통해 아이디어는 떠 있는 관점을 구성하여 현실과의 불일치를 만드는 것이 그의 핵심적인 작업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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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전시장에 들어서기에 앞서 필자는 한 섹션 전체를 차지한 로랑 그라소를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로랑 그라소와 전라남도 지역의 연관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찾아본 결과 큰 의미는 없었던 것 같다.

 

더불어 ‘미래가 된 역사’라는 전시의 제목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역사는 과거인데 이러한 역사가 미래가 되었다? 아무래도 역사가 재해석되지 않았느냐는 짐작을 하게 했다. 이 전시장은 총 4섹션인 인트로, 태양풍, 오토, 검은 태양으로 나뉜다.

 

필자는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이번 전시를 보지 못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아 구체적으로 섹션 순서대로 글을 이어 나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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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 전시장 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로랑 그라소의 <과거를 연구하다>(2021)가 있다. 그 이유는 우리에게 익숙한 윤두서의 <말 탄 사람>과 겸재 정선의 <금강내산총도>가 그라소의 시각으로 재해석 된 작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3면으로 나뉜 대형 화폭 속에 왼쪽엔 윤두서의 <말 탄 사람>, 오른쪽엔 겸재 정선 <금강내선총도>가 자리 잡았다. 그리고 가운데는 전통 문양이 도입된 듯한 그라소 특유의 빛 모양이 눈에 띈다. 전라남도의 대표 화가 윤두서와 겸재 정선 작품을 프랑스 작가 그라소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이 전시 제목인 ‘미래가 된 역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같았다.

 

이외에도 <일식>(2007), <파노프테스>(2020), <오토>(2018)가 전시되어있다. 개인적으로 나머지 작품과 <과거를 연구하다>의 연관성과 ‘인트로’ 에서 이 작품들을 설치한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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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전시장은 ‘태양풍’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형 스크린 화면에 강렬한 색채 영상이 눈에 뜨일 것이다. 영상작업 <태양풍>은 파리 13구에 있는 칼시아 사일로 빌딩 외벽에 영구 전시되고 있는 작가의 동의 제목의 설치 영상이다. 이 작업은 태양의 표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상학적 움직임을 데이터 한 실시간 프로그래밍했다.

 

자기장 폭풍인 ‘태양 폭풍’은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다. 그 예로 캐나다 퀘백주의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있다. 작가는 이러한 사회 과학 현상에 영감을 받아 작업에 반영했다. 그리고 전시장 곳곳에 청동으로 제작한 돌연변이 꽃들과 그라소 아들의 모습을 딴 소년상이 자리 잡았다.

 

이 작업은 인류세 이후 세계의 실제와 가상의 변이를 꾸준히 탐구한 작가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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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섹션은 ‘오토’이다. 이번 관에도 영상작업과 조각 작업이 존재했다.

 

로랑 그라소가 전자파, 빛, 소리 등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우리 주변에 존재한 현상들에 관한 관심을 이 전시장에서 한눈에 파악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드니 비엔날레 작품이기도 했던 <오토>(2018)는 직접 시드니에 가지 못한 관람객들에게 다시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 의미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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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섹션은 ‘검은 태양’이다. 폼페이 유적지와 스트롬볼리 섬을 드론으로 촬영한 <검은 태양>(2014) 작품은 시공간을 초월한 암묵적인 자연의 위협에 관해 이야기한다. 11분 40초의 긴 시간이지만 관람객들은 매우 집중한 모습으로 앉아 관람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이 전시장에서 <과거에 대한 고찰>(2021)은 개관을 축하하며 그라소가 제작한 신작이다. 조선시대 일본의 통신사가 부산 지역을 방문했을 당시 행렬도를 재해석한 그림이라고 한다. 외교 행사가 행해지는 중 삼일식이 일어났는데 작가는 이 점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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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그라소, <과거를 연구하다>, 2021, 206x130cm 전남도립미술관 특별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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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그라소, <과거에 대한 연구>, 2017,64.9 x 134 x 4.1cm, (출처: SEANKELLY)

 

 

사실 인트로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는 국외 현대미술의 동향을 보여주려 한 의도는 알겠으나 전남도립미술관의 비전과 정체성의 연관성을 이야기하기엔 많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역사적 그림을 유사한 화법으로 재현하는 개념미술 프로젝트인 ‘과거에 대한 고찰’에 대한 결과물인 <과거를 연구하다>, <과거에 대한 고찰> 작품은 이번 개관 전에 의미가 있는 작품인 것 같다. 이러한 작업은  2017년에도 금박에 유화로 채색한 <과거에 대한 연구>(2017)로 보여준 바 있다.

 

더불어 현재 광주시립미술관에서도 영국의 설치미술관 리암 갈릭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전라남도 지역이 국외 작가들에 관심을 두고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들과 협업하여 전시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렇지만 유명한 국외 작가들과 협업도 중요하지만,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과 국외 작가들의 협업, 전남지역의 신진, 청년 작가들에 대한 발굴과 지원들도 이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전남도립미술관의 앞으로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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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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