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과 예술가에 대해 알아가는 여정 -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고백과 자각

글 입력 2021.06.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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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문계열을 전공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주변은 모두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친구들뿐이다. 그리고 예술을 전공한 친구는 딱 한 명 있는데, 그 친구와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우리가 소위 예술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어떤 것일까가 항상 궁금했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니, 예체능을 전공하려고 하는 친구들이랑은 잘 어울리지 못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나와 그들의 사고방식이 너무 달랐다. 문뜩 예술가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 책을 펼쳤다.


이 책을 읽으면서 3가지의 통찰력을 얻었다. 그리고 여러 인터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인터뷰가 있어 소개하고, 이에 대한 나의 의견을 덧붙이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예술가들이 보는 예술 vs. 철학을 전공한 내가 보는 예술



예술가들이 보는 예술과 내가 보는 예술에 있어 가장 큰 차이점은 “예술을 보는 관점”과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예술이란 감정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면서 학문적/분석적으로 다가오는 존재이다. 나는 예술을 향유함에 있어 예술과 절대 직접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존재자이다. 단지, 제3자로서 타자에 의해 완성된 예술을 보는 것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예술은 내게 객관적으로 다가온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나는 지금까지는 예술을 미학적으로는 공부했으나, 예술 그 자체로서는 공부한 적이 없기 때문에 예술은 내게 전문적이라기보다는 감정적(감성학적)으로 다가왔다.

 

이런 나이기에, 내게 예술은 분석해야 되는 대상이거나 감정적인 인상을 남기는 것이었다. 이렇기에 항상 예술가들에게 예술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예술이 한 마디로 정의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책에서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이 느끼는 예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을, 또 한 번 살리는 것. 그게 예술 같아요.” – 배우 박지연

 

“삶에 닿아 있는 모든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 핫펠트(원더걸스 예은)

 

“예술은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귀감이 되고 영감을 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모든 게 다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 배우 기세중

 


여러 정의(definition)가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은 배우 박지연이 말한 “살아 있는 사람을, 또 한 번 살리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 말이 격하게 동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 내가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뮤지컬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뮤지컬을 보는 순간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살아있지만, 뮤지컬을 보는 순간 다시 살아있음을 느낀다.

 

 

 

대중가요와 뮤지컬 음악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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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 때 뮤지컬 배우들의 인터뷰를 먼저 모두 읽고 나서 가수/작가들의 인터뷰를 읽었다. 이렇게 읽다 보니, 대중가요와 뮤지컬 음악의 차이는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고, 그들이 각각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인식하며 책을 읽었다.

 

 

"뮤지컬에서는 음악을 위한 음악이라기보다 드라마를 위한 음악을 다루니깐요."

 

– 배우 김경수

 


뮤지컬 음악(넘버)은 어떤 배우(가수)의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자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가장 잘 알려진 넘버인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을 정말 많은 배우들이 불렀다. 우리나라에서만 해도 조승우, 홍광호, 류정한, 전동석, 박은태, 민영기 등이 불렀고, 해외까지 합치면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이때 대중가요와 달리 원곡이 없다. 즉, 대중가요처럼 특정 가수의 곡을 다른 가수들이 불러서 리메이크하거나 커버하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에서는 각 배우들이 부른 노래 하나하나가 원곡이 되는 것이다. 배우들마다 서로 다른 자신들만의 ‘지금 이 순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뮤지컬 음악에서 배우는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다기 보다는, 어떤 등장인물(역할)의 모습에 자신의 특징을 융화시켜 자신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동일 넘버를 모든 배우들이 다르게 부르는 이유는 그 배역을 ‘해석’하는 방법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즉, 각자의 세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인물(역할)이라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싱어송라이터들은 노래를 통해 자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들은 자신의 음악을 소유하기 때문에, 그들의 음악을 다른 사람이 부르는 것을 커버/리메이크라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어찌 보면, 대중가요를 듣는다는 것은 각 가수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세계들을 만난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10년 만에 가요를 다시 듣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예술가는 어떤 사람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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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알아갈 수 있는 직업이 또 있을까 싶어요.”

 

– 배우 김지현

 

 

사실 지금까지 ‘예술가는 어떤 사람들일까?’라는 질문에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 주변에 예술가가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예술가라는 존재는 내게는 너무나 멀고,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예술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점에서 그들은 매우 철학적인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소홀히 하고 있고, 이마저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질문이며, 자신의 가치관 형성 등 수많은 문제들과 얽혀있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예술가들은, 여기서 싱어송라이터와 (뮤지컬)배우로 나누어서 각자 이야기하자면, 싱어송라이터들은 자신이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신이 누군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사색한다. (뮤지컬) 배우들은 어떤 배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자신이 누구이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고, 도전하고 수정해나간다.

 

이처럼 그들은 근본적인 자아를 탐색하는 데 있어 쉬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예술가들은 철학자이다.

 

 

 

음악가 김현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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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를 듣지 않는 나이지만, 최근 대중가요도 들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아이돌 그룹의 음악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2-3곡 정도 듣다가 포기했는데 가사를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나는 멜로디와 화려한 퍼포먼스, 화면 전환 등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가사는 몇 번을 들어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가사가 들리는지,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이런 음악을 듣는지 말이다. 이런 궁금증을 갖고 있던 찰나 한 과외 하던 학생이 아이돌 그룹의 팬이어서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의 대답은 "저도 가사 못 알아들어요. 외워서 듣는 거예요"였다. 이것이 내게는 새삼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왜 요즘 대중가요는 이런 형태를 띠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음악가 김현철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시가 있고, 시가 있어서 노래가 있고, 그게 합쳐져서 가요라는 게 나왔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노래가 나오고 거기에 가사를 집어넣다 보니까….”

 

 

요즘 대중가요 시장에서는 가사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한다. 즉, 멜로디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듯이 가사는 노래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그 가사가 마음에 들어서 그 노래를 좋아하는 거예요. … 멜로디에 정말 자기 마음에 와서 꽂히는 가사가 있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는 거예요.”

 

 

이 말을 보니, 또다시 궁금증이 생긴다. 대중가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좋아할 때 가사를 좋아하는 걸까, 아님 멜로디를 좋아하는 걸까? 왜 멜로디에 치중하는 시장이 형성되었나?

 

마지막으로, 그는 어떤 것이 가장 예술적이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음과 음의 간격이

가장 예술적인 것 같아요.”

 

 

음의 간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노래의 인상이 달라지고,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을 의도적으로 벌림으로써 듣는 청중에게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하루빨리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음악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음악을 분석하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말이다. 그리고 어떤 점에서 이 노래에서는 음을 이렇게 배치했는지, 그리고 왜 이 음을 썼는지 등 말이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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