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Why Vintage, 마이 디어 빈티지 [도서]

글 입력 2021.06.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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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관련된 전공을 공부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참 많다. 공부를 하다보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라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손에 잡혀있지 않아, 불안하고 조급해진다.

 

그렇다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부던한 노력으로만 결핍이 채워짐을 앎에도 그렇다. 결핍을 채우려는 자의에 의한 열정과 흥미가 동반되었을 때 비로소 이룰 수 있는 것임을 저자의 컬렉팅 과정을 보며 다시금 알 수 있었다.


결국, 내가 좋아하고 사랑해야만 많이 보이고 원하는 것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

 

해외를 떠도는 컬렉션 여행의 시작

 

늦바람이 무섭다고 했던가. 미술을 전공한 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저자는 40대가 되어 우연히 첫 발을 내딛은 빈티지 가구 컬렉팅이 새로운 업이 되었다. 대학로에 만든 복합문화공간의 1층 카페에 놓을 가구를 구하기 위해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 시작이었다.

 

무계획이 계획이었던 컬렉션 초창기 시절, 저자는 유럽의 모든 빈티지 숍을 세 번 정도 반복해서 돌았다. 그러다 보면 안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에 일년의 절반은 한국에서, 나머지 절반은 유럽에서 보내는 ‘두 집 살림’을 10년 넘게 지속했다. 그 결과 유럽 전역과 아프리카 등 해외 곳곳을 수없이 오가며 400여 개의 빈티지 숍을 방문해 유명 디자이너부터 언노운(unknown) 제품까지 수백 개의 제품을 컬렉션 했고 이에 대한 전문적인 데이터도 축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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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팅의 기쁨과 고난



컬렉팅은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다.

 

원하는 아이템을 맞는 시기에 찾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고, 그 아이템이 저자에게 비교적 쉽게 찾아온 듯한 일화도 있었다. 타이밍과 운, 인맥이 많이 작용하는 컬렉팅의 과정은 그렇기에 더욱 스릴이 있었고 한번에 성사되기가 더 어려운 일이라 그만한 성취감과 도전할 동기를 주었다.


 

“컬렉션 아이템보다 전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인연을 쌓아온 수많은 친구가 내 인생에서 훨씬 더 의미가 있다. 컬렉션 여행이 좋았던 이유는 뜻하지 않고 생각지도 않은 곳에 방문해서 낯선 이들과 교류하며 문화를 공유했다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빈티지 가구를 요즘엔 현장에 가지 않고도 손쉽게 주문할 수 있다지만 직접 가야만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귀중하다. 저자가 컬렉팅을 하기로 마음먹은 10년 전이라면 아직 온라인 시장에서 빈티지를 구하기가 어려운 시기였고 우리나라에도 빈티지 가구에 대한 인지도나 선호가 많지 않을 때였던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직접 뛰어가지는 않는데, 저자는 그 편을 선택했다. 컬렉팅은 물건을 얻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만나고 헤리티지를 이해하고 오리지널의 역사를 알아가는 현장에서의 공부이기도 했다.


 

서울에서도 전화 한 통이면 빈티지 가구를 주문할 수 있는 시대다. 전세계의 빈티지 전문점들은 물론 국내 전문점들도 유럽에 전화 주문을 통해 컨테이너로 물건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곳이 많다. 빈티지 컬렉터이자 딜러인 저자는 단 한 점의 가구라도 현장에서 직접 골랐다.

 

왜 그 먼 유럽 곳곳을 직접 다 찾아 다니는지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의 특성상 직접 가서 골라내는 것과 전화 주문을 하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유행하는 디자이너의 유명한 작품이라고 해도 무작정 여러 점 들여오지 않는다는 원칙도 새웠다. 그렇게 한 점 한 점 어렵게 컬렉팅 해 온 가구들은 모두 제각각의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딜러로서의 책임감에, 본인이 컬렉팅한 가구에 대해서는 히스토리까지 철저히 조사하고 디테일한 사진과 함께 기록으로 남겨두었다. 그 10년의 기록에는 디자인 현대사는 물론 빈티지 가구는 어떤 경로를 통해 시장에 나오는지, 빈티지 가구를 구입할 때 주의할 점 등의 실용적인 정보부터 빈티지 숍이나 페어에서 가구를 구입할 때 지켜야 하는 에티켓 등 직접 체득한 지식과 노하우가 방대하게 담겨 있다.

 

- 책 소개 중에서

 


여전히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의 직접 얻는 에너지와 정보가 더 와닿는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백번 찬성하는 것이 현장에서의 공부이다. 사진보다 눈으로, 이어폰보다 나의 귀로, 구글 맵보다 나의 발로 뛰는 과정에서 얻는 감동과 성취는 의심의 여지 없이 나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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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문화 엿보기



 

“이제는 유럽 각국의 딜러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어 굳이 현지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물건을 구할 수도 있지만 굳이 두 달에 한 번씩 유럽 출장을 고집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안목을 높이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문화를 이해하고 그 문화와 함께 컬렉션을 소개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컬렉팅의 과정은 단순히 가구만을 수집하는 것은 아니었다. 빈티지 샵의 주인들, 빈티지 가구를 유통하는 시장과 문화를 잘 알아야 했고 현지 상황에 따라 운송 수단까지도 고려해야 했다. 그 과정은 방문하는 나라들마다 달랐다.

 

북유럽에서는 사회민주주의가 깊게 자리잡혀 있어 복지를 누리는 만큼 남을 돕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 그 나라의 문화가 컬렉팅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가구를 얻어가기도 하지만, 사람을 얻고 문화를 배우며 안목도 키워가는 것이다.

 

무척 수고스러운 과정이겠으나, 관련 전공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는 굉장히 부럽고 동경하게 되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빈티지 가구라 하더라도, 유명 디자이너의 유명한 작품에 주로 관심이 집중되는데 저자는 디자이너의 유명세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자신의 안목을 기르며 스스로 기준을 세웠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컬렉팅이 정말 좋은 공부임을 부정할 수 없다. 구입이 어렵다면, 아쉬운대로 여행으로는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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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



부끄럽지만, 내가 아는 가구는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가구에 관심이 있는 비전공자들이 오히려 더 많이 알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공간 중에서도 가구에는 무지한 편이고 지금도 사실 ‘많이 안다’고 하기엔 어려운 수준이다.

 

유명한 에그 체어, 슈뢰더 하우스 등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빈티지 가구들이고 그 외에도 몇 번의 현장 학습으로 눈에 익은 가구들은 있었지만 이름은 잘 모르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학년을 다닌 친구의 얼굴은 알지만, 이름이나 반까지는 모르는 그런 느낌이었다.

 

낯설진 않지만 이미 눈으로는 친숙한 가구들의 유래와 역사를 한 번쯤은 훑어야 할 때가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책이 그런 나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기도 했다. 모든 걸 한 번에 기억하긴 어려울 테지만 관심과 사랑의 일부를 쏟아 공부해볼 만한 분야임을 알았으니 이 책을 두고두고 바이블처럼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책을 읽다 알게 된 것은, 최근에 저자가 운영하는 카페에 가본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근처에 약속이 있어 검색으로 찾은 곳이었지만 좋은 가구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채워지는 그런 곳이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다시 방문하게 되면 색다른 기분으로 그곳의 가구들을 좀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될 것 같다. 그러니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다.

 

저자처럼 가구의 상태를 바느질 하나, 마감처리 하나까지 꼼꼼히 볼 안목을 갖추기엔 이제 막 태어난 것과 다름 없는 눈일 테지만 애정을 갖는 그 시작점이 중요하다. 마음에서 우러난 용기와 열정은 어떤 상황에서든 기어코 나를 도전에 데려다 놓기 때문이니 말이다.


성격상 나는 현실적인 도전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했다. 도전을 좋아하되, 현실적인 것 말이다. 내가 놓인 상황과의 타협을 해가는 과정을 달리 보는 시각이 생겼다고 하면 너무 낙관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닿기 힘들 것 같은 목표로의 도전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창하게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간 하고 싶었던 작업의 과정을 세세히 기록하고 보여준 이 책이 그 과정의 현실을 문틈 사이로 보여준 것 같아 고마웠다. 아직 하고픈 것보다 해야 할 것을 좇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앞선 컬렉터의 흔적을 따라 힘들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다는 빈티지를 찾아가보고 싶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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