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피셜히게단디즘: 기적이 아니라도 좋아 [음악]

마냥 덥기만 한 이 여름을 축제로 바꿔주는 밴드의 힘
글 입력 2021.06.25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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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친구들과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해 보면, 너무도 확연히 다른 음악 취향에 놀라곤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만 듣는 친구도 있고, 잔잔한 감성의 인디 가수들의 음악만 찾아 듣는 친구도 있다. 내 플레이리스트는 한마디로 '밴드'다.

 

국내 밴드는 물론이고 영국, 필리핀, 아이슬란드 밴드까지. 때로는 강한 드럼 비트로, 때로는 감정적인 기타 연주로 내 심장을 울리는 노래만 있다면 오케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듣는 어쿠스틱 밴드 음악은 미니멀한 사운드로 7080을 겪어 보지도 못한 나의 향수를 자극하고, 최근에 발매되는 밴드 음악들은 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꽉 찬 사운드로 즐기는 행복을 선사한다.

 

전 세계에 수많은 밴드가 있지만 사실 '밴드' 하면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브릿팝(Britpop)'과 '제이팝(J-POP)'이다. 하지만 일본 밴드 곡들의 경우 브릿팝보다는 대중적이지 않은 경향이 있다. 영어가 아닌 일본어의 발음이 어색하게 들린다는 사람들도 많고, 특유의 감성이 맞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모두의 취향은 존중하지만, 나는 오늘 '안 들으면 후회할 밴드 음악'이라는 제목하에 일본의 인기 록밴드,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髭男dism)를 소개하려고 한다.

 

 

 

 

오피셜 히게단디즘(약칭: 히게단)은 2015년 데뷔한 일본의 밴드이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의 네 멤버로 이루어졌고 대부분 곡은 보컬과 키보드를 맡고 있는 후지하라 사토시가 맡아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밴드 이름은 수염 난 남자(髭男)가 되어도, 즉 나이가 들어도 그들의 음악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지었다고 한다. 대표곡은 2019년 발표한 'Pretender'로, 현재 뮤직비디오 조회 수 3억 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내가 처음 히게단을 알게 된 계기 역시 'Pretender'였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의 메인 곡은 '宿命(숙명)'으로 하기로 했다. 'Pretender'가 어렵고 괴로운 사랑을 노래한다면, '숙명'은 '기적이 아니어도 괜찮아', '아름답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自分の弱さに遠ざかってく未来

자신의 단점에 밀려 멀어져가는 미래

「大丈夫」や「頑張れ」って歌詞に

「괜찮아」나「힘내」라는 가사에

苛立ってしまった そんな夜もあった

짜증이 나 버렸던, 그런 밤도 있었어

 

夢じゃない 夢じゃない あの日の悔しさと

꿈이 아니야 꿈이 아니야, 그 날의 억울함과

忘れない 忘れない

잊지 않을거야 잊지 않을거야

掌の爪痕

손바닥 위의 손톱자국

無駄じゃない 無駄じゃない

쓸모없지 않아 쓸모없지 않아

それも全て讃えたい

 그것들 모두를 칭찬할 거야

もうあと少し

앞으로 조금만 더

 

 

노래는 힘찬 사운드로 시작하고 맑게 올라가는 보컬과 경쾌한 피아노 리듬이 유쾌함을 더한다. 이내 베이스와 드럼이 울리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고조시키고, '우리들의 마음, 닿아라'라는 희망찬 가사와 함께 후렴이 시작된다.

 

베이스와 피아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벌스 부분은 힘들어하는 나를 찬찬히 위로해 주고, 후렴의 밝은 멜로디는 무너진 나의 손을 잡고 번쩍 일으켜 세워 밝은 햇살 아래로 뛰어나간다. 2절 후렴에 이어지는 기타 솔로와 마지막 후렴은 밴드 사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잊지 않고 충족시켜준다. 노래의 엔딩은 일렉 기타가 내는 높은 전자음으로 장식된다. 나는 그 '삐-'소리가 열정을 모두 불태우고 난 뒤의 기계음으로 느껴져 굉장히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

 

요즘처럼 선선한 바람이 부는 여름 날씨에는 페스티벌을 즐기곤 했다. 최근 몇몇 페스티벌들은 방역 수칙을 지키며 축소화한 행사를 진행하기 시작했지만, 노을 질 무렵 불어오는 바람, 저 멀리 야외무대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안주 삼아 마시던 맥주 한 캔의 추억은 더욱 그리워질 뿐이다.

 

하지만 오피셜히게단디즘의 노래 중에는 위에서 소개한 곡 이외에도 이어폰을 꽂는 순간, 내 주변을 축제의 현장으로 만드는 명곡들이 많다. 낭만적인 영화 속 사랑 이야기를 꿈꾼다면 '115만 킬로의 필름'을, 발랄하고 통통 튀는 청량한 곡이 듣고 싶다면 'Universe'를, 스트링 사운드가 가미된 곡을 찾거나, 비 오는 날의 아련한 애니메이션 하이라이트 같은 느낌을 원한다면 'Yesterday'를, 누군가와 함께한 벅찬 순간을 노래에 담아 기억하고 싶은 날엔 'Last Song'을 추천한다.

 

물론 라이브 무대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밴드 음악들이지만, 이어폰을 꽂고 드럼과 베이스가 울리는 소리, 흘러가는 건반의 멜로디, 유려하게 진행되는 기타 리프에 집중하다 보면 곧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제 함께 재생 버튼을 누르고, 울리기 시작하는 드럼 비트를 느끼며 더 찬란하게 느껴질 우리의 이번 여름을 기대해 보자.

 

 

[이건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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