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지털 성범죄 박멸 프로젝트, #위왓치유 [영화]

우리의 연대는 그들의 공모보다 강하다
글 입력 2021.06.0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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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이 공론화된 지 약 일 년 반이 넘은 시점, 며칠 전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2심 재판이 있었다.

 

전국적인 공분 속에 국민들은 엄벌을 요구했으나, 항심 선고 결과는 원심보다 3년이 줄어든 42년형이었다. 재판부는 그가 판결 도중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감형 이유로 내놓았지만, 조주빈 일당이 저지른 범죄의 가학성과 그 규모를 상기했을 때, 재판부의 감형은 여러모로 아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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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위왓치유’는 한국의 ‘엔번방 사건’과 유사한 온라인 성착취, 그 중 아동 성착취에 초점을 맞춘 체코의 다큐멘터리다.

 

전 세계에서 미디어 플랫폼이 발전함에 따라 범죄의 형식은 온라인으로 확산되었고, 온라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아동들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문화권에 속해있는 체코에서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범죄가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될수록, 밝혀지는 범죄의 수법과 양상은 한국의 것과 놀라울 정도의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이는 디지털 성범죄가 비단 한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나라를 불문하고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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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바르보라 차르포바와 비트 클루삭이 제작한 장편 다큐멘터리 #위왓치유’는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성범죄의 실태를 파헤치기 위한 목적에서 제작되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낯선 상대가 교묘한 속임수를 사용하여 아이를 가스라이팅하고, 협박하는 과정을 가능한 현실에 입각해 보여주기 위해, 직접 12살 여아의 입장이 되는 방법을 택했다. 영화에 참여한 배우의 말처럼 악의 실체를 알아야 그 악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듯이, 영화가 현실을 제대로, 가능한 그대로 반영함으로써 그 예방책의 역할을 확실히 하려는 의도이다.

 

우선 제작진은 성인이지만 미성년처럼 보이는 배우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그 중 캐스팅을 통해 뽑힌 3명의 여성 배우 테레자, 사비나, 아네슈카는 제작진과 함께 12세 여아의 프로필로 페이크 계정을 계설했고, 성과학자, 변호사, 경찰, 심리 상담사 등 여러 전문가들의 자문 아래, 온라인 채팅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했다.

 

그들이 계정을 만든 지 5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들이 채팅과 영상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다. 그 중 대다수는 대화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노골적으로 성적인 요구를 했다. 배우들이 전문가의 지침에 따라 반복해서 자신들이 미성년자임을 인식시키지만, 그들은 그 사실에 전혀 굴하지 않는다. 영화 내내 보이듯 수많은 남성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고, 포르노 영상을 보내며, 강압적인 태도로 몸 사진과, 자위행위를 강요한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던 10일 간, 3명의 페이크 계정에 연락을 취한 사람은 무려 2458명이었다. 그리고 그 중 건전한 대화를 위해 채팅에 참여한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이마저도 그 의도가 의심스럽지만)

 

제작팀은 촬영 후, 체코 경찰에게 영상을 제출했다. 배우와 제작진의 끈질긴 추적에 따라 카메라에 담아낸 모든 과정들은 수사의 결정적인 증거 자료로 사용되었으며, 후에 범죄자들은 체코에서 검거까지 이루어졌다.

 

*


한국사회의 디지털 성착취는 너무나 만연하고, 그래서 다큐멘터리에서 가해자들의 적나라한 모습과 마주하는 것이 사실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놀랍지 않을 만큼 익숙한 상황이라고 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하는 게 가능하지는 않았다. 12살의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욕구를 배출하고, 동시에 아이들에게 마치 선택권을 부여하는 듯한 말들로 책임을 회피하는 똑같은 태도의 수많은 영상은, 영화 도중 몇 번이고 나가고 싶은 마음을 솟구치게 했다.

 

감독은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결정에 의해 만들어지는 결과를 촘촘히 가늠할 수 없어 이러한 범죄에 훨씬 더 취약하고, 성에 관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영향은 더 크다. 영화는 아이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이 상황에서, 우리가 어른으로서 과연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게 한다.

 

영화가 끝난 후, n번방을 최초로 취재했던 한겨례 소속 기자분들과 함께하는 GV가 있었다. 수많은 대화가 전부 인상 깊었지만, 그중 기억에 유독 남은 내용이 있다. 동서양에서의 부모의 역할에 관한 논의였는데,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미국 아이들의 경우 주변인이나 부모님이 이 일을 알게 되는 것은 일종의 구제와 같다고 했다. 당연히 그들이 아이를 이 상황에서 꺼내줄만한 가장 믿을 만한 구원자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부모님이 알게 되는 것은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그 이상의 나쁜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알리겠다’는 말은 더욱 더 아이들을 판단중지 상태로 만들며, 너무나도 효과적인 협박기제로 작용한다.

 

이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부모의 역할인 동시에 사회적 역할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당장 아무 성범죄 관련 기사를, 그 댓글 창을 열어보면, 피해자를 2차 가해 하는 댓글이 머리가 아득해질 정도로 많다. “그러게 왜 그런 옷을 입었어?” “왜 따라갔어?” “너도 사실 원했던 거 아니야?” “꽃뱀이네” 엔번방 사건이 공론화 되었을 때도 똑같았다. 끔찍한 사건이네, 그런데 “너네가 밝혀서 일어난 일이잖아” 이 같은 논의는 정말로 끝도 없이 많았다.

 

이 논의들이 애초에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일단 제쳐두고서 얘기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이 파생시키는 문제가 한둘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런 말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분위기가 협박의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이고, 범죄를 뿌리 뽑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범죄의 다음 진행에, 그 다음 진행에, 그리고 범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데에는 계속해서 같은 담론이 사용된다. 또한 피해자가 성범죄를 공론화 하는 것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든다.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불가능해진다.

 

우리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더 명확히 구분 지을 필요가 있으며, 경제적이고 정서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을 간파해 성을 착취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기울어진 조건을 이해해야한다. 그리고 우리의 말들에 담론을 견고하게 하는 무게가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


사실 나는 아예 최근까지도 어쨌든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 같은 이유로 분노하던 우리 대부분이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일 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아직 잡히지 않은 가해자들이 많다는 것에, 구매자들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심지어 그들의 잘못은 논의되지 않는) 현실에, 그리고 끝도 모르고 쏟아지는 유사한 사건들에,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피해자는 계속 발행한다는 끝없는 무력감이 몰려왔다. 번아웃 상태가 되어 감정을 쏟아 내는 게 더 이상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추척단 ‘불꽃’에 의해 엔번방이 언론에 알려진 이후에도 쉽게 공론화되지 않았던 기사들은, 여성 커뮤니티, 트위터 등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공유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건이 이대로 묻히지 않기를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모이고 모여 마침내 이슈화됐다. 그리고 2020년, 국민청원에 청와대가 답했고, 경찰 수사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조주빈 일당은 검거되었고, 관련 법률은 조정되었으며, 동일 범죄에 더 높은 형을 선고받게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사실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면 세상은 바뀌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여성에 대한 성 착취가 용인 되지 않기를 바라는,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바로잡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리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은, ‘#위왓치유’ 시사회에 참여한 많은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모두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침묵하지 않고 연대할 것이며, 우리의 연대는 그들의 공모보다 강하다.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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