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둠이 내게 가르쳐준 것 - 만나고 싶은 자를 온전히 만나다

글 입력 2021.05.3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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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 자신이자 주인공인 레오노르는 엘 그레코 미술관에 도착한다. 그녀는 이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화가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에세이를 써야한다.

 

특히 지금 이 순간을 매우 고대했는데,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이 미술관 저 미술관을 계속 데리고 다니던 와중에 보았던 엘 그레코의 미술 작품이 본인의 심금을 울렸었기 때문이다. 지루하다고만 느꼈던 미술관에서 한 줄기 생기를 얻은 듯한 느낌으로.


그리고 그렇게 엘 그레코의 미술관에서 하룻밤 시간을 보내며 그의 일대기를 그리며 그를 만나기를 소망한다. 불빛도 꺼진 어두컴컴한 미술관 안은 어둠 밖에 없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선 잡생각도 많아지지만, 느껴지는 하나의 느낌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과연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인물을 결국엔 마주하게 된다.

 

 

 

2


 

도메니코스는 16세기 크레타섬에서 태어났다. 자신의 작화와 실력에 큰 자부심이 있었다. 본인이 살고 있는 이 크레타섬은 자신의 그릇을 담기엔 너무 작다 생각해 예술의 본고장 베네치아로 떠날 정도로. 그리고 그는 정말로 베네치아에서 성공한 화가가 되어 궁중화가까지 되었다.


하지만 그의 화풍은 당대에는 평가절하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그 진가가 발휘하게 되고, 다른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었다.


내가 예술가들을 많이 알고 있는 편은 아니기에 도메니코스는 사실 처음 들어본 화가였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찾아본 도메니코스의 작풍은 '여태까지 왜 모르고 살았지' 할 정도로 굉장했다. 현재 작품 활동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을만큼 지금 봐도 세련된 그림이었다. 자부심을 가질만 한 실력이었다.

 

 
잊지 않기 위해 세부 사진을 몇 장 찍는다. 그러나 플래시가 터져 캔버스에 충격을 주고, 사진에 하얀 자국들을 남긴다. 나는 이 밤의 매 순간을 기억하고, 불잡아두고 싶었다.
 

 

 

3


 

도메니코스는 한 명의 화가로서는 분명히 입지도 단단하고 대단한 사람이지만, 한 명의 사람으로서는 그다지 좋은 사람같진 않다. 원래 다른 사람의 일화를 듣는 것은 물 흐르는 듯한 느낌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아리아나와의 관계에서 특히 그러했다. 연인 관계에, 본인 아이까지 가진 사람이 유산했는데 옆에서 다독여주지는 못할 망정 마치 이를 빌미로 그 섬에서 도망쳐나온 이야기를 들었을 때 책을 덮고 싶었다.

 

사랑보다 꿈을 선택하는 신념을 비난하진 못 하지만, 그 선택 과정이 영 깨끗하지가 못 했다.

 

 

 

4


 

엘 그레코, 도메니코스의 일대기를 소개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위인전을 소설로 풀어나간 느낌.


엘 그레코의 미술관에서 하룻밤 보낸다는 설정은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자, 작가 본인이 도메니코스의 열렬한 팬이라서 그를 만나고 싶단 표현을 한 게 아닐까 싶다. 우리도 국어 시간에 시나 소설 작품을 통해 해당 작가들을 만나본다고 하는 것 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작가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건 좋은 것 같다. 나 역시 좋아하는 일러스트 작가분들과는, 소위 말하는 '영접'을 해보고 싶다. 또한 그렇게 심금을 울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역시 좋은 것 같다. 그리하면 삶의 원동력도 조금은 얻을 수 있을테니까.

 

 
나는 이해력과 성찰의 힘을 길러주는 시선의 교육을 믿는다. 앞선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를 다시 밟는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새로운 길을 만들 거라고 기분 좋게 상상하며, 지금껏 건너온 길과 앞으로 갈 길을 내포하는 의미 있는 현재를 창조하는 데 꼭 필요한 시간 속에서의 앎을 높이 평가한다.
 

 

입체 (1).jpg


 

레오노르 드 레콩도 지음

 

최정수 옮김

 

분야 : 예술_미술

 

서명 : La leçon de ténèbres


160p

 

값 13,000원

 

ISBN 979-11-6111-069-1 04630

 

발행일 : 2021년 5월 4일

 

 
레오노르 드 레콩도(Léonor de Récondo)
 
작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1976년에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리브레르 상과 RTL-리르 문학 대상을 수상한 《사랑들Amours》, 《피에트라 비바Pietra Viva》, 대학생들이 뽑은 프랑스 퀼튀르-텔레라마 소설상을 수상한 《기점Point cardinal》, 《마니페스토Manifesto》 등 6권의 장편소설을 썼다.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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