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인분의 외로움을 먹고 있는 당신에게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2021
글 입력 2021.05.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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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했을 때 마이크를 잡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내게도 큰 울림이 되어 클립영상으로 수없이 돌려봤던 그 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봉테일(봉준호 + 디테일)이 되기까지 큰 영향을 준 마틴 스콜 세이지 감독이 한 말이다. 어제가 오늘 같고, 또 오늘이 마치 어제 같은 나날들을 지켜가면서 그 일상들을 무감각하게 지나치지 않는 예술인들이 있기에 그 속에서 위로를 받고 또 치유해 나간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나오는 주인공 진아는 전화 상담원이다. 직업병인지 아니면 세상이 진아의 감정 통에 있는 물을 빼내고 있어서인지, 그녀에게는 어떠한 촉촉한 수분도 활력도 보이지 않게 건조하다. 콜센터로서 정해진 일을 실수 없이 완벽하게 진행하지만 그 누구랑도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밥도 스마트폰에 의지하며 혼자 먹는 것에 익숙하며, 누군가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것조차 불편해하고 꺼려 한다.

 

그렇게 회색빛으로 물든 일상을 보내던 중 상사는 진아에게 신입사원 교육을 제안한다. 진아는 일이 더 많으면 많았지, 죽어도 하기 싫다는 표현을 온몸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사회생활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는 것을 보여주듯 그녀에게 업무가 가해진다. 발랄하고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신입사원 수진은 진아의 옆자리에 앉아 어색한 기류 안에서 통화 연습을 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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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의 사수로서 진아는 의욕도 없고, 다정한 말 한마디 해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진아는 꿋꿋하게 수진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아빠가 보내준 구강 스프레이라며 선물도 건네주고 점심을 함께 먹자며 살갑게 다가온다. 그러나 사람과 세상에 자신만의 선이 뚜렷하게 그어져 있는 수진은 그저 불편하게 생각하며 부담스러워하는 티를 팍팍 낸다.

 

처음 입사한 진아의 생기 있는 표정과 말투는 점점 사라지고 주눅 들기 시작한다. 업무에도 지장이 가며 실수도 하고 의욕은 금세 꺾여 자신감을 잃는다. 그러다 정신세계가 특이한 남성분에게 전화 한 통을 받는다.

 

 

“타임머신을 개발해서 2002년으로 가려 하는데 그곳에서도 카드를 쓸 수 있을까요?”

 

 

진아였다면 마치 로봇처럼 죄송합니다만, 그런 상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할 테지만 수진은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그에게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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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꼭 2002년으로 가려고 하세요?”


“아~~ 2002년 때 얼마나 행복 했다고요! 사람들이랑 같이 응원도 하고 한마음이 되어서 함께 뛰고, 진짜 행복했었거든요!”


“저도 데려가시면 안 돼요? 2002년으로 저도 가고 싶어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고 했던가. 그저 웃고 넘어갈 수 있었던 이 대사는 적어도 나라는 관객이 있어 잊지 못할 대사로 남았다. 괜히 부끄러워서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았던, 나만 알고 있는 내 행동이 있다. 상당히 지친 날이거나 답답하면 2002년 월드컵 노래를 꾸준히 듣는다는 것.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등학생 때 친한 친구에게 빅뱅&트랜스픽션의 승리의 함성의 노래를 들려줬더니 웃으면서 “우와 너 진짜 독특하다.”라는 말을 들었던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또한 윤리 선생님이 수업 자료로 들고 온 한일 월드컵 영상 자료를 따로 이메일로 달라고 했을 정도니까 이 글에 신뢰감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현재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혁오의 2002 World Cup>, <클론의 월드컵 송>, , <클론의 발로 차>, <크라잉넛의 오! 필승 코리아> 등 기억도 나지 않는 2002년의 시대를 꽉 채우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한일 월드컵 대한민국 하이라이트를 모아놓은 영상도 유튜브로 챙겨본다.

 

나도 내가 왜 과거의 어떤 시점에서 머물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지금도 여전히 이 특이한 의문점은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 개인적인 좋은 경험 때문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것도 아니고, 5살도 채 되지 않아 가족들과 함께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찍힌 사진을 추억하는 것밖에 기억나지 않는데 이토록 2002년을 갈망하고 그리워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스스로 인정하기 싫지만 어딘지 모르게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어서라고 판단했다. 이 갈증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 생겨난 원인은 단언컨대 아니다. 그 이유를 지레 짐작해보자면 이렇다. 원래 담백하고 정 없는 성격이 아니었던 나 자신이 선천적으로 이런 성향을 갖고 태어난 것 마냥 살고 있는 지금 상당히 괴리가 느껴진다.

 

이러고 싶지 않은데, 나는 내 본연의 성격을 잘 아는데, 그것들을 자의로 막고 있다는 강박에 시달릴 때 고민이 많아진다. 그래서 2002년처럼 순수하고 우리나라의 승리를 한마음 한뜻으로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순수한 영혼이 물들어 있는 얼굴과 행동을 보고 있으면 그 속에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아직도 종종 아빠와 엄마한테 말하곤 한다. “아~ 나도 2002년 때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 모두는 진아처럼 지금 이 시간에도 1인분의 외로움을 먹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바뀌는 성격이 타고난 성향으로 되어가는 혼동 속에서, 이것만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며 실행하는 행동을 마치 정답이라는 듯 살아가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영화로 본 진아를, 아니 나를 관찰해보고 있자니 안전은 해 보인다만 결코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희로애락이 너무 없는 삶은 우선 재미가 없고 오히려 더 크게 지칠 수 있다. 이는 혹여나 넘어졌을 때 다시 걸을 동력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내 인생을 지탱해 주는 것들에 몇 가지 예시 문장이 쓰여 있었다. 친구와의 유치한 대화, 오랜 친구에게 연락 왔을 때, 저번 달에 다녀온 여행, 야식, 음주 가무, 커피. 이 모든 것들은 혼자 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동반할 때 그 가치와 행복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번외로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극장에 혼자 가서 보기를 추천한다. 진아가 우리 둘만 알고 있는 이야기를 소곤소곤 들려주고 보여줄 것이다. 그것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잠시 혼자가 되어도 좋다. 그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 친구관계 등 현재 포지션에 대한 자세를 어떻게 수정하고 활동적이게 발전시켜야 할지 생각해 보며 2시간가량의 고요한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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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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