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생애 첫 오페라 '토스카'를 보고

대극장이 주는 새로운 감상
글 입력 2021.05.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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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토스카>는 오페라의 거장 '자코모 푸치니'의 대표적인 명작으로 프랑스 대혁명 이후 나폴레옹 전쟁 시대의 로마가 배경이다. 그리고 우리가 늘 오페라에 선입견이 있는 것처럼 <토스카>는 사랑을 다룬다.

 

나는 생애 처음 오페라를 생생히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음악회도 가본 적이 손에 뽑으며, 또 뮤지컬도 직접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오페라에 대한 지식은 없다. 오페라를 접했던 적은 아마 고등학교 시절 음악 시간에 배웠던 지식이 전부고 내가 보았던 오페라도 선생님께서 수업 내 시청각 자료로 보여주신 오페라의 유령이 전부다. 내 기억으론 다들 쓰러져 잠든 것 같았는데, 개인적으로 고전문학이나 오래된 이야기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보는 나는 흥미롭게 봤다. 하다못해 이런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이라도 즐겨봤다.

 

그것도 오래된 기억이라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카르멘>, <아이다>, <투란도트>, <피가로의 결혼> 등이 있다. 막상 또 줄거리를 말해보라 하면 얼마 말 못 할 것 같은데, 이것의 영향 덕분인지 옛것이 좋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학생들을 위해 쉽게 만화나 글로 접할 수 있었다. 어릴 적 읽었던 책들이 준 영향인지 오페라를 처음으로 맞이하는 나는 긍정적이었다. 아니 설렜다. <토스카>는 단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총 3막으로 연기한다. 나에게 어떤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지 무척 궁금했다.

 

 

 

나의 첫 오페라는


 

이번 오페라 <토스카>는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제12회 2021 대한민국오페라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예술의 전당과 국립극장에서 5월 1일부터 6월 6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된다. 총 6가지 작품 중 하나인 <토스카>는 노블아트오페라단이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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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처음 오페라를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줄거리를 꼭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외국어로 노래를 하고 자막을 읽게 되는지라 시선이 분산되어 작품 감상이 자막에만 치중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공연 시작 전 입구 근처에서 프로그램 북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니 시간이 남는다면 사서 읽는 것도 좋다. 그 외 오페라 관람 시 무대 예절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꼭 정답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르는 것보다 낫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보는 맛도 있지만, 뭐든 알고 보면 더욱 사소한 부분도 얻는 것이 크더라.

 

개인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에 대한 설명과 내가 한 번도 찾아보지 않았던 출연진과 오케스트라에 대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좋았다. 한 번도 보지 않았던 분야를 접하는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총 3막으로 구성된 <토스카>의 대본도 이탈리아어와 함께 기록되어 있다. 인터미션 시간 때, 대사를 곱씹어보며 다시 읽어보는 재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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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페라는 어땠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려했다. 대극장이 주는 웅장함이 살아있다. 대규모에도 불구하고 화려했고 우아한 품위를 잃지 않아 좋았다. 비유하자면 블록버스터 영화가 그냥 커다란 프랜차이즈 카페 같고, 연극이 어느 골목길의 귀여운 카페 같다면, '오페라'라는 부류는 어느 개인 창업자가 매우 크게 성공해 몇 층 짜리 규모로 지은 듯한 그런 카페 같다.

 

1번밖에 접하지 못했기에 오페라의 매력을 제대로 담아 비유한 지 정확히 판단이 서지 않지만, 가수의 엄청난 성량과 화려한 무대가 눈을 뗄 수 없다. 그리고 무대 바로 아래에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도 흥미롭다. 알맞게 예뻤다. 아직 어떤 게 좋은 것이고 아닌지 배우질 못했기에 실력이 이렇다 작품이 저렇다고 말할 수 없지만, 성악가의 아리아가 끝나거나 막이 내릴 때면, 박수가 절로 나오는 것 보면 긍정적인 게 아닐까 싶다. 여기저기서 브라보! 브라바! 라는 탄성이 튀어나오는데 말로만 듣던 환호를 무대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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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이 끝날 때까지 느낀 그 기분이 아직도 생경하다. 140분간의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막이 올랐던 첫 순간의 기분이 끝나지 않았다. 아마도 화면 속으로 보고 듣는 노래가 아니라 실제 내 귀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성악가의 노래가 주는 차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오페라가 주는 매력은 참으로 새로운 바람과도 같았다. 편견을 버려라. 오페라에 눈길을 두지 않는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

본 내용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오페라 <토스카>



 

1800년 로마, 자유주의 화가 카바라도시는 정치범으로 수배되어 쫓기고 있는 친구 안젤로티를 작업 중이던 성당에 숨겨준다. 마침 성당을 찾아온 카바라도시의 연인 토스카는 어딘가 수상한 모습에 그의 바람을 의심하고, 그때 도망자를 추격하던 경시총감 스카르피아가 들이닥친다.

 

평소 토스카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스카르피아는 눈엣가시였던 카바라도시를 체포하여 갖은 고문을 일삼고 목숨의 대가로 토스카에게 하룻밤을 요구한다. 카바라도시와의 도피를 위해 거래를 요구한 토스카는 결국 스카르피아를 살해한다. 하지만 카바라도시는 총살당하고,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토스카는 괴로워하며 성 위로 뛰어 올라가 몸을 던진다.


오페라 <토스카> 시놉시스

 

 

내가 본 공연은 5월 23일 일요일 오후 4시에 진행된 공연으로 소프라노 서선영(토스카 역), 테너 박성규(카바라도시 역), 바리톤 정승기(스카르피아 역)에 주연을 맡았다. 웅성거리던 공연장에 오케스트라들이 자리를 잡았다. 총 지휘를 맡은 장윤성 지휘자가 나와 인사를 했다. 그리고 막이 열리며 주위는 어두워졌다. 막이 열리자 높게 솟은 3개의 기둥과 커다란 초상화가 보인다. 마무리로 맨 앞의 성모 마리아상과 함께 어느 한 남자가 나타난다. 1막의 첫 배경은 1800년대 로마 성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으로 수배 중인 정치범 안젤로티가 몸을 숨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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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큰 만큼 무대는 많이 바뀌지 않는다.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노래하고 연기한다. 층별로 나뉜 대극장의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마리오 카바라도시 1명 혼자 꽉 채운 무대는 움직임이 없다. 성당 지기와 아타반티(안젤로티의 여동생)에 관한 만담을 나눈 그는 안젤로티를 숨겨주었으며 그리고 그가 그리고 있는 성모 마리아 초상화를 마저 그린다. 그리고 그는 그림이 그의 연인이자 만인의 가수인 토스카를 떠올리며 '오묘한 조화'를 부른다. 그리고 노래 속에서 토스카의 성격과 생김새 등 인물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때맞춰 등장한 토스카는 카바라도시의 대사에 부합하는 그만한 성격을 가졌으며 감정에 솔직한 그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1막의 이야기는 절정으로 가기 위한 전개를 보여준다. 악역인 스카르피아의 등장과 그의 술수까지 주인공 토스카와 그녀의 사랑인 카바라도시에게 지독한 시작을 암시한다. 그 외 한울 어린이합창단과 어우러져 부르는 노래는 청량했다. 위에서 내려온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십자가는 압도적이었으며, 그 시대를 굉장히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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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은 스카르피아의 주 무대인 파르네제 궁전이다. 스카르피아의 꿍꿍이를 알 수 있다. 안젤로티를 잡는 것도 우선이지만 그는 호색한이고 상당히 야욕 적인 인물이다. 전형적인 악역이 가질 만한 조건들은 전부 갖췄다. 그리고 그는 유명한 가수인 토스카를 탐한다. 그러기 위해 카바라도시의 생명을 쥐고 놓지 않는다.

 

2막은 스카르피아의 속마음을 알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토스카의 입체적인 면모도 알 수 있다. 시대상 억압당하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스카르피아를 대적하며 사랑만을 위해 사는 평면적인 인물에서 카바라도시를 구하고 데려가기 위해 그에게 목청을 높이고, 끝내 그를 처단한다. 그리고 그녀의 사랑 마리오를 구하기 위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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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은 2막보다 짧다. 2막도 1막에 비해 상당히 짧은데, 3막은 딱 이야기의 끝을 보여준다. 사실 전개가 예측할 수 있지만, 성악가들의 연기와 노래로 그 간극을 좁히며 짧은 마지막 막을 빈틈없이 채운다. 높은 성벽과 감옥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는 높낮이를 조절하며 높이 감을 나타냈다.

 

단순히 공간의 이동을 나타내기 위해서보다도 높이 감을 주어 관객들이 극에 더 흡수될 수 있었고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오페라 <토스카>는 토스카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끝이 난다.

 

 

 

오페라 <토스카>를 본 끝에


 

프로그램 북을 봤다면 한 번쯤 생각해볼 주제다. 그 시대 작품들은 굉장히 클리셰적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렇다. 역할이 다양하지 '못'했고, 시대가 흐른 만큼 누구보다 유동적이고 변화를 맞이한 지난 역사는 변화가 찾아올 때마다 보수파와 진보파의 대립이 강경했다. 그러니 변화를 맞이하는 입장 중 항상 약자에 서 있었던 여성의 위치는 그 시대의 남성들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할 수 있는 능력도 떨어졌으며 그리고 교육을 받을 기회도 별로 없었다. 그것은 아마 아주 오래전 구석기 시대 때부터 내려져 오는 특징으로 인해 그러리라.

 

당대에 본인이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을 직접 당당히 선택한 토스카는 스카르피아를 향해 "신 앞에서 만나자"라고 외치며 성벽에서 뛰어내린다. 그를 물리쳤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의 계략을 이기지 못했던 토스카가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삶의 목적을 상실한 채 선택한 죽음은 결코 절대 스카르피아에게 무너지지 않겠다는 약속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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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러한 흐름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하다. 그런데도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보통 영화나 연극을 볼 때, 짜임새나 연출, 스토리에 초점을 두는 나에게는 상당히 진부한 전개를 보여준다. 그런데도 오페라 <토스카>의 커튼콜까지 완주하였을 때, 박수를 멈출 수 없었다. 몇십 명의 오케스트라와 그들의 악기, 또 무대 연출, 그리고 성악가, 합창단의 노래와 연기와 드레스 옷자락 하나하나까지도, 커다란 존재들이 한 곳에 뭉쳐 조화를 이루는 규모에 압도당했다. 이는 위에서 말한 것과도 같다. 연기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는 오페라는 자체의 매력을 가지고 있고 내가 말하는 것들이 부수적으로 오페라를 돋보여준다. 이탈리아 원어로 연기함에도 연주와 함께 노랫말로 아름답게 들린다.

 

실제로 노블아트오페라단 신선섭 단장은 "2021년 대한민국오페라 페스티벌 <토스카>를 통해 오페라의 대중화는 물론 많은 젊은 음악인들의 활로를 열고 그로 인한 극장 산업의 활성화 및 한국오페라의 발전을 주도하는 민간 오페라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했다. 단순히 오페라가 노래하는 고급스러운 연기라 생각하지 말고 모든 요소가 융합하여 복합적인 새로운 미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에 집중해보는 것이 어떨지, 한 번쯤 시도하는 것이 어떨지 조심스레 추천해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언가를 섞어 새로운 창조를 한다는 것은 간단해 보이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의 협력과 의견들이 조합된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를 적절히 섞어 조화롭게 만들어낸 관리자의 역량 또한 살펴볼 수 있다. 무엇보다 복합적인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감상을 심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가?

 

노블아트오페라단은 2007년에 창단하여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노블아트오페라단은 2021년 10월, 서울시 민간축제, 서울대표공연예술제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제6회 '서울오페라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으며 다시 찾아올 것을 예고한다. 또한 이번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은 5월 7일부터 6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등 여러 곳에서 진행한다.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니 한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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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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