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단어들 -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

글 입력 2021.04.2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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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사진 앱 한켠에 예쁜 영어 단어라고 적어놓은 것들을 캡처해놓았다. 그리고 SNS나 그림에 들어갈 문구로 가끔 사용한다. mellifluous(달콤한), near and dear(소중한), pia-a-pat(두근두근)과 같은 단어들이 저장되어있다.

 

아니면 허무맹랑하고 "정말 이런 단어들이 있다고?" 하는 것들도 캡처하여 써먹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단어로는 'senioritis' 학문에 흥미를 잃고 졸업만을 생각하는 증상이나 'calientacabezas' 강의를 알아듣지 못하면서 듣고 있는 학생 등이 있겠다(대학생 때 사용했어야 했는데 이미 졸업하고 난 뒤에 접한 단어라 아쉬울 따름이다).

 

이런 단어들이 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인 단어인지까지는 확인하지 못 했지만, 논문과 같이 정제된 정보들로만 응집된 곳에서 사용하려는 게 아니니 좀 유하게 넘어가려고 한다.


남들이 보면 부끄럽고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런 단어들을 어딘가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SNS에 사진을 올릴 때, 내용에다 사진 속 장소와 당시의 느낌·감정을 나열할 수도 있겠지만 간결한게 좋아서 그런지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을 한 단어로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MBTI에서 나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늘 축이 치우쳐져 있는데 그래서 그런걸지도.

 

그래서 가끔 이런 예쁜 단어를 만들어준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2


 

사람과 사람, 심지어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조차 사용 가능한 의사소통의 수단을 뜻하는 언어. 그런 언어의 대단한 점은 여러가지일텐데, 나는 단어의 조합으로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끝도 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좋지 못한 현상-언어폭력이나 은어, 욕설과 같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언어를 통해 최소한의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가끔 언어를 사용할 때 답답한 순간이 있는데, 어떤 현상이나 상황을 표현하는 한 단어가 없어 줄줄이 풀어 써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을 때다. '별다줄'처럼 별걸 다 줄이는 단어가 아닌, 진짜로 말로 설명하기에 어떤 긴 뜻을 짧고 간결하게 품고 있는 단어 말이다.


(조금 이상한) 예를 들자면 '주말 오후에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노곤노곤 잠이 드는 모습'-단순히 낮에 자는 낮잠과는 다른-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읽는 사람도, 말 하는 사람도 편할 것이다. 만약 이 표현을 나 혼자 ○○이라는 단어로 칭해서 부른다 하더라도 이는 언어의 규칙을 무시하는 격이기에 통용될 수 없다.

 

그렇다면 내가 느낀 점이나 감정들을 단어가 아니라 줄줄이 풀어써야만 하는걸까?

 

 

 

3


 

그런데 우리 모두 피부색만 다를 뿐인 인간이어서일까,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은 듯 싶다. 도서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에는 앞서 말한, 말로 설명하기 힘들거나 긴 뜻을 함축적으로 담은 단어들이 많이 적혀 있다. 처음 보는 국가와 언어들이 많았는데, 그만큼 다양한 곳에서 예쁘고 아름다운 다양한 단어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기왕 사는거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하며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사이서리즘psithurism은 나무 사이로 속삭이는 바람 소리, 페트리커petrichor는 오랫동안 덥고 메마른 날씨가 계속되던 끝에 비가 내릴 때의 향긋한 흙냄새를 가리키는 명사이다. - 본문 中
 


책에서 소개해주는 단어들 중에 너무나도 맘에 들어 머릿속에 저장하고 싶은 것들이 몇 개 있었다. 이키가이生き甲斐(일본어 - 존재의 이유, 살아가는 목표와 보람), 세니SENY(분별, 상식, 성실성 - 카탈루냐어), 기길GIGIL(귀엽고 소중한 아기를 꼬집고 싶을 때처럼 억누를 수 없는 상태의 - 타킬로그어), 윔지WHIMSY(장난스럽게 하는 별나거나 기발한 행동 또는 농담 - 영어) 정도.

 

선택한 단어들은 주로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거나 혹은 바라는 이상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키가이나 기길은 가족이나 애인, 귀여운 동물, 또는 좋아하는 캐릭터가 될 것이다. 또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좋아하는 활동도 포함될 것이다. 세니는 살아가면서 필요한 교양, 성향이 될 것이다. 윔지는 힘든 삶 속에서 조금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는 웃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네 가지 단어들은 내가 살아가는데에 있어 행복을 느끼는 데에 필요한 단어들이다. 심정과 느낌을 대변해주는 단어들이 세계 각지 곳곳에 있었다는게 신기하다.

 

 

 

4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에 나오는 단어들을 보면 행복이란 것이 그다지 거창하지 않다. 살아가면서 행복한 감정이나 경험을 느꼈던 아주 찰나의 순간을 표현하는 단어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나누는 시간, 자연에서 무언가가 시작되는 순간,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올 때, 지평선 저 멀리 아무 방해 없이 내다볼 때 등등.

 

나 역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예쁜 풍경과 하늘을 볼 때면 행복이 그렇게 멀리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행복에 관한 단어들로 자아낸 이야기에는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는 놀라운 힘이 있다. 인간의 삶은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그것을 이해하는 유일한 길은 단어로 이야기를 엮어 다른 사람과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방법밖에 없다. 삶에 풍파가 찾아왔을 때조차도 이야기라는 연금술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한 결말을 엮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본문 中
 

 

지구언어 입체-웹용.jpg


 

메건 헤이즈 지음

 

최다인 옮김  

 

쪽수 192쪽

 

가격 15,800원

 

 발행일 2021년 4월 7일

 

ISBN 979-11-90147-57-6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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