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다정다감한 안내서, 다정한 클래식 [도서]

글 입력 2021.04.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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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즐기는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 '특별하게' 다가와 궁금해지고, 더 알고 싶어지고,

친해지고 싶어지는 음악은 있습니다.

 

- <다정한 클래식> 프롤로그 -

 

 

나의 첫 클래식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피아노 버전이었다.

 

종종 부모님을 따라간 클래식 공연에서도 음악을 즐기기보단 몸을 틀며 지루해하던 초등학생이었는데 '왕벌의 비행'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빠라바라바라바라밤"하면서 시작되는 음악을 듣고 있자면 눈앞에 빠르게 날개를 움직이며 비행하는 왕벌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다. 혹은 내가 그 왕벌이 되어 열심히 꿀 따러 다녀야 할 것 같은(?) 느낌에 빠지기도 했다. 이 생경한 경험은 직접 악보를 구해 연주에 도전할 정도로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물론, 연주에는 실패했다)

 

<다정한 클래식>의 저자인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는 유명 클래식 유튜버이다. 해당 채널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등 이름과 멜로디가 익숙한 클래식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영상 콘텐츠로 자리를 잡아 현재는 1.5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나 또한 명석한 유튜브 알고리즘의 안내에 따라 종종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의 영상을 보곤 했다. 매 영상마다 한 곡, 한 작곡가에 집중해 풀어내는 이야기가 단순하고 친절하다고 느꼈다. 그런 유튜버의 콘텐츠가 책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주저 없이 향유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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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클래식>은 은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은 유튜브 콘텐츠와 가장 비슷한 형식으로 저자의 인생 이야기와 클래식 음악을 하나씩 엮어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처음 클래식을 접한 순간을 시작으로 유튜브 채널을 만들기까지 인생에 주요했던 순간들에 존재했던 클래식 음악들을 소개한다.

 

마치 영상 속 목소리가 들리는 듯 편안한 구어체로 서술되어 있고 광고나 드라마를 통해 한 번쯤 접해봤을 음악들로 구성되어 있어 술술 읽히는 부분이었다. 사실 처음 책을 받았을 땐 이름과 달리 다정하지 못한 두께에 당황했는데 1 막을 읽으며 두께에 겁먹을 필요가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2막은 클래식 입문자가 좀 더 본격적으로 클래식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클래식에 사용되는 악기와 종류, 다 읽는 것조차 버거운 어려운 클래식 음악 제목을 읽는 방법 등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데 필요한 기초 지식과 음악을 즐기는 단계적인 방법들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3막은 관현악, 피아노곡 등 여러 클래식 음악 종류 별로 저자가 추천하는 음악들을 담았다. 저자가 성악을 전공한 만큼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나 슈만의 《시인의 사랑》과 브람스의 《왈츠에 붙인 사랑의 노래》와 같은 가곡과 독일의 시, 오페라 아리아까지 애정을 가지고 소개한다.

 

이 중 다시 만나 특히 반가웠던 곡이자 저자의 의도대로 '잠깐 책은 덮고 음악이나 찾아 들어볼까?'하게 만들었던 곡을 소개해보자 한다.

 

 

 

위로를 주는 음악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 Op.18




 

저자는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연극영화과에 지원했으나 번번이 떨어진 시기에 위로가 되어주었던 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소개한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어린 나이부터 인정받았던 라흐마니노프는 교향곡 1번으로 인해 처음 실패의 쓴맛을 본다. 사람들의 충격적인 평가에 자신감을 상실한 라흐마니노프는 이후 몇 년 간 작곡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는 "곧 새로운 협주곡을 작곡할 것이며 그는 대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자기암시법으로 우울증 치료에 임하며 다시 작곡을 시작할 수 있었고 이런 라흐마니노프의 부활을 알린 곡이 바로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다.

 

피아노의 강렬한 독주로 시작되는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느꼈던 절망과 좌절부터 이를 극복하고 희망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곡으로 평가받는다. 나 또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큰 힘이 되었던 순간이 있다. 바로, 사랑니를 뽑던 순간이다.

 

저자나 라흐마니노프가 겪은 실패의 순간에 비해 너무 사소해 조금 민망하지만 매복 사랑니 발치의 두려움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사랑니가 아직 잇몸을 뚫고 나오지 않은 완전 매복 사랑니의 경우, 잇몸을 절개한 후 드릴로 사랑니를 깨고 그 조각들을 빼내는 무지막지한 과정을 통해 발치가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공포를 제공하는 요인은 바로 소리이다. 눈은 감으면 그만이고 통증은 마취주사 덕분에 느껴지지 않지만 이를 깨고 부수는 소리를 가리기에 병원에서 틀어주는 음악은 역부족이었다.

 

이때 의사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들은 음악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비장하게 시작하는 피아노의 도입부는 왠지 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준다. 이어지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윙윙거리는 드릴 소리를 가리기에도 적합하다. 라흐마니노프가 표현해낸 좌절과 절망의 구간을 지나 이어지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극한의 긴장을 가라앉히고 있으니 생각보다 금방 발치가 끝났다. 만약, 사랑니 발치를 앞둔 분이 계신다면 피아노 협주곡 2번과 함께하길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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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발치 이후엔 이 곡을 굳이 다시 찾아듣지 않았는데 책을 읽고 느낀 미묘한 반가움에 오랜만에 이 곡을 다시 들었다. 사랑니를 뽑을 때 들었던 것보단 덜 비장했고 그땐 들리지 않던 선율의 아름다움이 더 잘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이 곡을 쓴 라흐마니노프가 당시에 겪었던 좌절과 우울, 그리고 자기암시를 통한 극복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 후 들으니 좀 더 음악이 표현하는 분위기나 느낌에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어 즐거웠다. 수많은 실패와 낙담을 겪어내야만 하는 취업 준비 시기에 이 음악을 다시 만나게 된 것도 참 인연인 것 같다. 다음엔 성공할 것이라는 자기 암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낸 저자와 라흐마니노프를 본받아 이 힘든 시기를 잘 건너가보려고 한다.

 

적절한 순간에 만난 음악은 큰 위로를 전해주기도 하고 실패와 우울을 이겨낼 힘이 되기도 한다. 이는 장르를 떠나 모든 음악이 지닌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클래식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어떤 작곡가와 어떤 시대인지를 면밀히 살피며 감상하기보단 그 음악이 주는 감정을 충실히 느껴보는 게 입문자가 클래식과 친해지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첫 단계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의 <다정한 클래식>은 쉬운 문체, 탄탄한 설명, 그리고 음악에 얽힌 저자의 경험과 감상으로 다정다감하게 입문자들을 첫 단계로 이끌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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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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