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박화영,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가출 청소년 이야기 [영화]

글 입력 2021.04.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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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악한 날것, 울타리 밖에 존재하는 청소년의 세상>

 

감독 이환 

출연 김가희 강민아 이재균 이유미 

개봉 2018년 7월 19일 

상영시간 9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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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화영>은 우리에게 날 것을 보여준다. 한 개도 정제되지 않았다. 그것도 우리들이 소화하기 불편한 부정적인 날것을 여과 없이 전달한다. 감독 이환은 이를 하이퍼리얼리즘을 담았다고 표현했으며, 단지 대상이 가출 청소년의 실태였을 뿐이다.

 

그렇다고 감독이 10대 가출 청소년의 무서움만 가득 담아 전달하려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박화영>의 박화영은 우리 일상 속에 쉽게 접할 수 있다. 쉽게 정리하면 이와 같다. 사랑받기 위해 스스로 낮아지길 자처하는 사람, 관심받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사람, 의지하기 위해, 자신이 의지가 되길 자처하는 사람.

 

속을 들여다보면 이와 같지만, 속을 말고 겉만 보았을 때, 박화영은 인간적이고 자신이 바라보는 사람에게 한없이 내어주는 사람이다. 단지 이를 알아봐 주고 가치를 인정하고 나눌 줄 아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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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화영>에 나오는 인물은 나와 같은 세대다. 오래된 카카오톡의 UI가 딱, 갤럭시노트2가 유행하고, 아직도 2G폰이 쓰는 사람이 간혹 존재했을 때다. 학교에 갔다면 국어 시간에 저 시를 배웠을 것이다.

 

극 중 박화영은 예쁘지 않다. 살도 많이 쪘다. 학교도 안 나간 지 오래됐다. 가난하다. 멋지고 예쁜 것들을 좋아하는 10대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조건이 아니다. 그래도 호탕한 행동으로 아이들을 웃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은 혼자 사는 집 하나다. 그리고 라면을 기가 막히게 끓인다. 또, 전화로 온갖 욕설을 하고 칼을 들고 찾아가 협박을 하면 돈을 쥐여주는 엄마가 살아있다.

 

박화영의 주변은 집을 나온 가출 청소년과 선택적으로 집에서 나와 생활하는 청소년이 있다. 박화영은 가출팸의 엄마가 되어 집을 내어주고 라면을 끓이어준다.

 

 

"너넨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 박화영

 

 

박화영의 저 한마디는 영화 끝까지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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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마침 금요일이었고, 퇴근 후 일정이 없어 오랜만에 집에 바로 들어와, 깨끗하게 청소도 하고 주말에 먹을 밑반찬도 했고, 운동도 했으며, 나를 위한 공부도 조금 했던 보람찬 날에 이대로 자기 아쉬워 선택한 영화였다.

 

예상은 했지만, 페트병에 쌓여가는 담배꽁초가 뱉어내는 가래침은 견디기 어려웠고 가출팸의 우두머리인 영재의 폭력성은 숨김없이 드러났으며, 화영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멋대로 버렸다 주웠다 하는 아이들의 이중성에 진저리가 났다.

 

모든 가출팸이 보는 가운데 항상 얻어맞고 모욕을 당하는 화영은 이들을 놓지 못한채 계속 기다린다. 그리고 가장 예쁘고 그나마 무리 중에서 아껴주는 미정에게 온갖 애정을 쏟는다. 미정은 그런 화영을 필요할 때 줍고, 쓸모 없을 때 외면하고 버린다. 자신에게 '엄마'라며 진심을 조건적으로 보여주는 미정은 화영에게 전부다.

 

 

 

그래서 박화영이라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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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지 않으면서도, 지난 날의 누군가를 투영하는 어린 모습에 이해간다. 사랑받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든 모습들이 모든 사람의 한 구석을 닮았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고, 집안에 모든 것들을 가출한 아이들에게 내주고 북적거리는 인파 속에서 집안일을 하는 화영은 행복하다. 남을 위해 기가 막힌 라면을 끓여주고, 본인은 생라면을 부셔먹는 등, 혼자 먹는 라면에, 소주, 그리고 감기약을 대충 섞어 먹는 화영은 코를 훌쩍인다.

 

자신이 오랜만에 등교한 날, 교무실에 들어가니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아, 담배를 무는 화영의 에피소드는 아이들의 입에서 무시당하며 교묘히 까내려져간다. 그럼에도 화영은 그런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울리지 않는 핸드폰만 바라본다.

 

화영과 친엄마의 이야기는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담배를 꼬나무는 엄마는 화영에게 집을 구해주고 떠난다. 왜 떠났는지, 떠났으면서 왜 근처에 살아 서로를 괴롭히는지, 영재에게 무참히 맞아가면서 자신을 쉽게 버리는 미정을 갈구하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감독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화영을 통해 느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화영은 엄마가 필요해서, 자신이 엄마가 되었고, 그런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은 이런 엄마가 됐다. 절대 누군가를 쉽게 버리지 않고 모든 것을 내어주는 지지대가 되어주는 커다란 고목 같은 사람이 되고픈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박화영>이라는 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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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영화답지 않게, 온갖 불행을 담고 있다. 누군가는 거북해서 보기 힘들만큼 소위 기 빨리게 만드는 영화다. 자극적이어서 시선을 뗄 수 없다와는 또 다른 감정을 전달한다. 누군가에겐 눈쌀이 찌푸려지는 장면이 많아 눈을 가릴 정도다. 분명 노출이 많은 것도 아니고, 잔인하지도 않은데 보는 내내 내 안의 무언가가 소비 당하는 기분이다.

 

대사 절반이 욕으로 시작할만큼 10대 청소년들의 현실을 그대로 담았다. 우리가 모를 '일진'들의 세상과 더 나아가 '가출팸'이라는 소재는 그들의 서열 세계를 확연히 보여준다. 인물의 개연성은 간혹 이해가 안 갈수 있다. 10대가 괜히 10대인가, 나도 이제 이해 못하는 어른이 되버린 것 같더라.

 

날것과 같은 표현때문에 호불호가 극과 극을 달리지만, 나는 영화 <박화영>이 '가치'가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상업적인 영화가 아니다. 한 포털 사이트의 웹툰에서 심각한 일진 미화로 한동안 이슈도 있었는데, 전혀 그런 점이 하나도 없다. 불행하고 불쌍한 인생 그대로다. 나쁘게 말하면 정말 쓰레기같은 현실에서 살아가는 쓰레기와 같은 인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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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라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현실과 닮아 위에서 수 없이 말한 '거북함'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실태를 그대로 담아 여과없이 보여줄 수 있는 감독의 용기와 마지막 성인이 되어 재회한 미정와 화영의 장면은 현실 그대로를 담았다.영화 끝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그제야, 영화라는 것을 깨닫고 끝이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뒤이어 실감나는 연기를 한 배우들은 괜찮을까 싶었다.

 

나는 감독이 영화 <박화영>에 하이퍼리얼리즘을 담고, 또 박화영이란 인물을 통해 우리들이 뼈저리게 태초부터 새긴 서열의 존재, 또 어른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알리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날 혼자 꾀죄죄한 그런 기분에 빠지고 싶을 때, 한번씩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된다.

 

*

 

올해 21년 4월 15일, 이환 감독은 박화영에 이은 두번째 장편 작품 <어른들을 몰라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작인 <박화영>같은 신박한 센세이션을 몰고올 작품으로, 이는 연계된 두번째 스토리보다 스핀오프 격인 '세진'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EXID 하니인 배우 '안희연'은 가출 4년차 주영이라는 역을 맡았고 박화영에서 세진 역을 맡은 '이유미' 배우가 그대로 세진을 연기한다고 한다. 2020년 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메가박스상, KTH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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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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