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예은이 노래하는 3월의 겨울 [노래]

겨울을 살아가는 사람이 봄을 흉내내듯이
글 입력 2021.03.25 17:1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음악 장르, '안예은'


 

131.jpg


 

안예은이라는 가수를 아는가. 한국인들은 안예은을 통해 전생 체험을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그녀의 노래들은 예스러우면서도 독특한 선율로 듣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러나 그녀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구슬픈 가사와 몽롱한 리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안예은의 모든 노래를 사랑하는 나는 그녀가 노래하는 '봄이 온다면'과 '홀로 봄' 속 봄의 두 가치 측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3월이 넘어가는 시점, 코앞에 다가온 봄이 누군가에게는 당신과 다른 의미가 다가올지도 모른다.

 

 

 

봄이 온다면, 예쁜 빛을 선물할거야


 

이 노래를 들으면 마치 자신이 과거 농민 봉기를 일으키는 군중이 된 것 같다는 평가가 많다. 가사 또한 변화와 혁명을 노래한다. 현재 시점이 겨울이라면, 곧 다가올 봄은 시린 눈과 어둠을 녹이고 모두가 웃고 떠들 수 있는 행복한 계절로 묘사된다.

 

봄은 예쁜 빛이자 수줍은 꽃망울이 피어나는 때이며, 사람들이 만세를 부를 만큼 따사롭다. 어둠에 취한 사람들은 봄이 오면 새벽 내내 흘렸던 눈물을 거둔 채 거리에 나와 노래한다. 드디어 봄이 왔다고, 나비가 날아오듯이 우리에게도 행복이 찾아왔다고.

 

 


 

이것은 마치 실패나 고난을 겪은 사람이 기나긴 고통을 견디고 맞이하게 되는 행복한 순간을 표현한 것과 같다. 보통의 문학이 그렇듯, 겨울은 '절망', 봄은 '희망'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벚꽃 아래에서 눈물을 흘리겠는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자연적인 순환이 막는다고 막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태양이 뜨기 바로 직전 가장 어두운 순간 저 멀리 보이는 미래를 축복하는 노래이다. 아마 '봄이 온다면'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 나의 겨울이 곧 끝날 것이라고 위로하는 곡이겠구나'라고 예상할 것이다.

 

 

 

봄이 오고 있어서 나는 나갈 수가 없어



나는 이 노래보다 '봄이 온다면'을 먼저 알았다. 그래서 '홀로 봄' 또한 비슷한 의미의 계절을 다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서 봄은 두려움의 상징이었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봄이 따스함과 희망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봄이 되어 노래하고 서로를 축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누군가는 방 안에서 아직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에게 봄은 오히려 고통의 계절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눈이 녹는 것, 날이 개는 것, 따뜻한 것 모두 밤의 한 가운데 선 사람에게는 의미가 없다. 구름 사이로 숨어버린 푸른 아침은 오히려 치명적인 칼날이 되어 가슴 속 깊은 상처를 새긴다.

 

 


 

곰들은 겨울이 오면 겨울잠을 잔다. 그리고 봄이 왔을 때 깨어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자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홀로 봄'에서의 화자는 봄이 와도 깨어나지 못하는 북극곰과 같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 북극곰은 자신만의 동굴 속에서 밖으로 고개조차 내밀지 못하고 겨울에 머물러 있다. 왜냐하면 봄이 항상 희망을 노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감정의 순환으로 치환되는 자연의 규칙은 아직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괴로움이 될 수 있다. 어두움에 익숙한 사람이 빛을 보면 눈이 멀듯이, 팔에 화상을 입듯이 말이다.

 

 

 

3월의 겨울


 

나는 후자의 봄을 노래하기 위해 이 글을 작성했다. '봄'이 희망과 밝음으로 느껴진다면 당신은 다수의 사람들 사이에 속해있다는 뜻이므로. 슬픈 가사와 대조적으로 '홀로 봄'의 리듬은 산뜻하면서도 경쾌하다. 마치 겨울에 살고 있는 사람이 봄을 흉내 내기 위해 애써 밝은 척을 하는 것처럼.


때로는 '무슨 일 있니?' 라고 물어오는 것조차 부담이 되는 날들이 있다. '네'라고 대답할 만큼 가벼운 우울이 아니거나, '아니오'라고 대답할 경우 아직 어둠만이 익숙한 화자에게 강제로라도 빛을 바라보라며 끌고 나가는 비극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3월은 봄이다. 그러나 때로는 겨울일 수도 있다.

 

 

 

허향기.jpg

 

 

[허향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