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도 모르게 '베이비토크' [사람]

글 입력 2021.03.2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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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누가 여성처럼 혹은 남성처럼 보이는가?

 

A: 안녕하떼요 아무개입니당 잘부탁드립니당~~ ㅎㅎ

B: 안녕하세요, 아무개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사용 해오던 베이비토크


 

베이비토크란 나이에 상관없이 겉으로 어려 보이는 화법을 말한다. (의식적으로) 혀 짧은소리, 비음 섞인 목소리, 애교 있게 말하기 등 화자가 청자보다 실제로 어리거나 권력이 없다고 판단될 때 나타난다. 쿠션어와는 다른 것으로 주로 젊은 여성에게서 발견된다. 이 현상에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분위기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오피니언 <여태껏 들어온 말>에 연장선이다)

 

여자로 태어나 살아오면서 들어야 했던 말들이 있다. “너는 부드럽고 착해야 한다. 기가 세면 안 된다. 그렇게 거칠어서 어떡하느냐. 여자치고 무뚝뚝하다.” 이런 말을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방어기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몸가짐을 단정하게 가꾸고 말투와 생각도 이에 따라 후천적으로 결정된다. 다행히도 그때와 비교했을 때 필자와 사회의 젠더줏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시간 속에 콕콕 박혀있는 위와 같은 말들의 기억들도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니다. 아니, 확실히 아직 내재하여있다.

 

모든 카테고리의 역주행이 유행인 만큼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과거 예능을 자주 접한다. 그 속에서 여자아이돌이 애교를 강요받는 예능의 장면은 낯설지 않다. 애교 빼면 시체, 애교 타임, 000식 애교 등. 애교가 마치 무기인 양 다뤄진다. 이에 비해 남성의 혀짧은 소리는 이른바 ‘이상한 것’ 혹은 나아가 ‘징그러운 것’으로 유머로서 여겨지기도 한다.

 

2018년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에서 발표한 하라다 시즈카의 논문 ‘한국 대학생들의 말하기를 통해서 보는 젠더아이덴티티와젠더 이데올로기’를 참고해보자. 이 논문은 한국인 대학생들의 상호작용에서 흔히 나타나는 ‘애교’에 주목하여 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한 것이다. 연구자는 애교라는 행위를 어떻게 자신 혹은 타자의 젠더와 연결해 말하는가에 집중하였고 그 속에서 나타나는 젠더화된 말하기를 분석한다. 연구 결과, 남학생에게 애교는 완전한 객체로 여겨졌다. 반면에 여성은 애교를 주체적으로 바라보았고 여자로서 필요한 것, 때때로 갖고 싶은 것으로 평가했다.

 

‘젠더하기’는 일상생활 속의 행동이나 상호작용에서 형성된다. 여기서 언어는 젠더아이덴티티가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과정에서 베이비토크는 여성으로서의 말하기에 더 가깝다. 누군가는 애교로 상사에게 예쁨을 받을 기회가 여성에게 주어진다는 둥 장점으로 바라볼지도 모르지만, 이는 철저히 위계질서가 형성되어있을 때 나타나는 것이기에 갑과 을의 관계를 역설적으로 더욱 강하게 만드는 기제이기도 하다. 어쩌다 실보다 득이 큰 경우가 생기더라도 그 자체로서 또 하나의 문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사회에서 애교를 위와 같은 시선으로 보고 여긴다면 동시에 자신만의 한계를 단정 지어 버리는 것과 같다. 화자와 청자 간 사회적 권력의 관계를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상사-부하 직원, 교수-학생 등 자신보다 힘, 권력이 없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는 베이비토크를하지 않는다.

 

 

 

쿠션어


 

쿠션어는말 그대로 푹신한 쿠션을 깔아주는 것 같은 역할을 한다. 주로 “죄송하지만, 실례지만, 바쁘시겠지만” 등으로 시작된다. 이는 콜센터에서 빈번히 사용되며 그들의 직원 성비는 압도적으로 여성이다. 실제로 필자가 다니는 회사의 전담 상담원분들도 모두 여성이다. 이에는 친절이 곧 여성성으로 직결되는 루트가 한 몫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콜센터 텔레마케터 여성비정규직 인권 상황 실태조사를 참고해보자. 콜센터 상담업무는 기존 고객 혹은 잠재적 고객과의 직접적인 전화 통화를 통해 고객 유지 및 상품판매 등 기업이익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통화과정에서 고객유지, 상품판매 혹은 홍보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고객이 느끼는 감정의 흐름이 중요한 고려요소이다. 그래서 상담원이 상품정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통화 중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표현으로 제공해야 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상담원은 항상 고객의 감정상태에 예민해야 하고 자신의 감정을 통제해야 하는 감정노동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항상 친절하고 상냥한 목소리를 들려줘야 할 뿐 아니라 통화관계의 주도권이 고객에게 있고 자신은 고객의 결정에 따라 복종할 수밖에 없는 지위에 있음을 고객이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상담원의 역할은 통상적으로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사회적 인식과 연결되어 상담업무의 여성화라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연구가 이뤄진 2008년 상담원의 성별 비율을 살펴보면 여성이 89.2%로 압도적이지만 남성은 10.8%에 불과하다.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작년 기사에 따르면 이승윤 이화여대 교수는 `콜센터하청부노동자의 불안정한 고용관계와 사회보장제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에서 콜센터 및 텔레마케팅 서비스업 성별 종사자 수 추이를 분석했다. 2016년 기준 7만5765명이 해당 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이 중 5만8767명(77.6%)이 여성이었다. 더하여 사무금융노조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 응답한 콜센터 노동자 112명 중에서는 6명을 제외한 106명(94.6%)이 성별을 여성이라고 답했다.

 

사회적인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개인의 무의식들이 커지면 이토록 방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친절이 죄냐, 애교가 죄냐, 싹수없게해야 하나, 예의의 문제”의 얄팍한 개념이 아니다. 배우 하연수 님의 이른바 ‘페이스북 말투 논란’을 봐도 그렇다. 많은 타인의 경험과 필자의 경험으로서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당연히 확신할 수 있으며 ‘친절한 여성’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 억지로 언어습관을 버리지 말자는 것을 소리 내고 싶었다. 성별에 따른 말하기라는 건 없기에 이에 상응하는 비난도 있어선 안 된다.


 

어투는 성향의 문제로 젠더적으로 이분법적으로 구별은 안 되지만그런데도 애교, 베이비토크에 대한 담론이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나는 만큼 논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 조수선,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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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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