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 지배된 세상이 너무 무섭다.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 그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만일 내가 감염되었을 때 주변에 미칠 영향, 무엇보다 가장 큰 두려움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함이다.
수많은 두려움과 공포가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그렇다고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므로,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나 역시, 학기가 시작되어 수업을 듣고, 취미 활동으로 독서를 하고, 무료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흥미로운 영상도 즐겨보고, 지금처럼 내 경험과 감정을 글로 쓰고 있다. 방역수칙을 지키는 선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며 살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지난주 읽었던 한 권의 책, 흥미롭게 본 한 편의 영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난주, 내 머릿속에는 인류 역사에 손꼽히는 치명적 범유행 전염병이 지배한 세상만큼 무서운 세상이 그려졌다.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 소개를 먼저 하자면, 구병모 작가의 ‘한 스푼의 시간’이라는 장편소설이다. 한 로봇이 어느 동네의 구성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로봇은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어 경험을 통해 학습된 데이터로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간다.
소설의 배경은 로봇의 주인이 운영하는 세탁소이다. 이 로봇은 주인에 의해 학습된 데이터를 이용하여 세탁소 업무를 함께 도맡아 한다. 이 점부터가 우리에게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던져주었다. 사실 로봇이 일하는 세상은 이미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3D업종에 사용될 로봇은 꾸준히 개발 중에 있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설치된 정보단말기인 ‘키오스크’ 역시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로봇 및 인공지능의 개발이 일자리를 앗아가 생계의 어려움을 주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있다. 이 문제는 로봇 윤리학자들 사이에서도 화두가 되는 주요 쟁점 중 하나인데, 이 소설을 보며 내가 걱정한 부분이 이 문제는 아니었다.
소설 속 이 로봇은 인간의 ‘감정’에 대한 부분도 학습해나가기 시작했다. 듣고 보는 것이 많아질수록 저장된 데이터도 늘어갔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져 갔다. 어떤 대화든 입력된 사전적 의미에만 입각하여 의사소통하던 것이, 상황과 문맥을 판단하여 선택할 수 있는 정도까지 올라선 것이다.
물론 소설에서는 이 모든 것이 어디까지나 학습된 데이터를 통해 일어나는 일이라 표명하고 있고, 과학적으로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로봇의 감정에 내 감정을 이입하고 있었다. 소설 속에서는 이러한 인공지능 로봇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중한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인간보다 일도 잘하고, 인간만의 것이라 느껴왔던 인간의 감정도 공유할 수 있는 로봇이라면, 그래서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사라진다면, 과연 존엄성을 비롯한 인간의 기본 권리의 의미가 있을까? 인간 존재 이유의 정답은 없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극단적인 생각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드라마가 있다.
2015년 시즌 1을 방영한 영미 합작 드라마 ‘휴먼스(Humans)’ 속에도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들이 등장한다.
이 로봇들은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주기도 하고, 누군가의 애인이 되어주기도 한다. 나도 아직 리뷰 및 클립 영상만 보았을 뿐, 본편을 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정말 저런 세상이 온다면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 존재 이유를 잃어버리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내 머릿속을 가득 메꾸었다.
그렇다고 해서 로봇 및 인공지능의 개발을 멈추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이것들이 인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요소도 분명히 있다. 결국, 로봇 및 인공지능과 함께 공존하여 상생하는 방향이 최선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위의 소설과 드라마 속에서처럼 학습된 데이터를 통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동안 인공지능에 입력되지 않은 새로운 데이터를 생각해내고,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다. 학습은 우리보다 로봇이 더 잘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것은 아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어떠한 변화와 환경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을 ‘용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