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의 기쁨'을 떠올리며 [미술/전시]

글 입력 2021.03.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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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회화 작가가 있다. 여행 중 전시를 보고 완전히 매료됐던 앙리 마티스이다. 나 자신이 예술인으로서 색 쓰는 것이 약한 편이라, 마티스의 다채로운 색들은 가히 경이롭게 다가온다.

 

마티스의 전시를 보러 갈 예정인 지금, 문득 그런 생각을 하였다. '앙리 마티스의 작품 중에서도, 색의 다채로움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을 심층적으로 다뤄보자.' 그래서 이번에는 이 작가에 푹 빠지게 된 계기인 <삶의 기쁨>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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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삶의 기쁨>, 1905-1906, 캔버스에 유화

 

 

<삶의 기쁨>을 실제로 보았을 때 나의 키를 훌쩍 넘는 그림의 크기와 화려한 색채에 압도당했었다. 그의 그림들을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가위 드로잉과 같은 말기 작품들을 떠올리며 ‘아주 단순화된 형태와 화려한 색채 위주의 작업을 하는 작가, 추상화된 드로잉만으로도 느낌을 압도하는 작가’라고만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마티스가 일생을 걸쳐 완성한 작품들 중 극히 일부였다. 때문에 <삶의 기쁨>은 내 머릿속의 마티스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주었다.

 

이 그림은 실물로 보았던 그 어떤 작품들보다 생동감 있었으며, 에덴동산을 보는 것과 같은 몽환이 느껴졌다. 또한 아름답고 파격적인 색 사용으로 마치 색들이 축제를 벌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그림에 대한 감상의 효과가 배가 되었다. 당시 그림 속의 사람, 혹은 사람 형상을 한 인체들이 나른하게 누워있거나 춤을 추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런 이상향을 상상하며 한참 동안 작품 앞에 서 있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 작품은 현재 대작으로 평가되며, 마티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써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나는 자연을 비굴하게 모사할 생각이 없다. 자연을 해석하여 그것을 회화의 정신에 복종시켜야 한다. 내가 모든 색조에서 찾아낸 관계는 색들의 살아있는 조화, 음악을 작곡할 때의 그런 조화를 낳아야 한다. … 나는 과학적인 이론에 근거하여 색을 선택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관찰, 감각, 체험을 통해 선택한다.” <삶의 기쁨> 속의 대상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동산과 인체들처럼 보이지 않는다. 작품 속의 곡선적인 형의 왜곡과 실제 자연의 색보다 훨씬 강렬한 원색은 전통 회화에서 강조하는 정확한 모방과는 거리가 있다.

 

이는 낭만주의 사상과 밀접한 표현론과도 직결되어 있는데, 이때의 작품들은 더 이상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예술가의 내면에 집중하게 된다. 정확한 묘사가 의미 없어지자 그림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나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 훨씬 더 중요한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삶의 기쁨>은 서사가 있는 특정한 신화나 인물들을 그리려 한 것이 아니다. 오직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대상들을 표현함으로써,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마티스 내면의 세계로 감상자를 이끈다.

 

마티스는 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느끼는 영감에 오로지 초점을 맞추었다. 그 때문에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형식을 찾았고, 그중에서도 ‘색’이라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자신의 세계를 감상자에게 전달했다. “나는 내 감각을 잘 표현하는 색을 쓸 뿐이다. 색조의 균형을 이루려는 충동은 인물의 모습을 바꾸게 하거나 구성 자체를 바꾸도록 몰아간다.” 이처럼 마티스는 색채를, 효과적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작품 구성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마티스의 작업 과정은 본인이 포착한 대상을 자신만의 직관적인 영감을 토대로, 색채를 주로 사용하여 어떻게 효과적으로 드러낼 지에 대한 실험이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색들, 그리고 그와 조화를 이루게 되는 선, 명암, 공간 등의 배치를 시도한 것이다. <삶의 행복>을 다시 바라보자. 가장 눈에 먼저 포착되는 것은 비비드 한 노랑, 초록, 주황, 빨강 등의 풍요로운 색채이다. 또한 물을 많이 머금은 듯한 선과 면 들은 부드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긴 곡선들은 나무, 풀, 인체들을 그리며 몽환적이고 이완된 리듬감을 선사한다. 이런 색과 선, 질감 등 작품 내 형식의 조화를 보며 사람들은 아름다움과 함께 마티스가 표현하고자 한 환희를 느낄 수 있다.

 

<삶의 기쁨>은 특정한 주제나 대상, 그리고 작가가 말하는 그림에 대한 정해진 해석이 없다. 물론 작품의 뒤 배경을 참고하여, 마티스가 아프리카 알제리를 여행하며 얻은 영감을 통해 더욱더 원시적인 색채와 숨어 있던 감정들을 더욱 드러내게 된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맥락을 모른다 하여도 작품 감상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우리는 <삶의 기쁨>을 보며 배경지식 없이 작품 내에 보이는 요소들을 가지고도 충분히 작가에 이입하여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앙리 마티스는 “내가 꿈꾸는 미술이란 정신노동자들이 아무런 걱정, 근심 없이 편안하게 머리를 누일 수 있는 안락의자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감정 그 자체로 예술을 대했고, 이것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색채로 드러났다. 그리고 고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누구나 엘리트적인 지식 없이 마티스의 작품을 즐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위의 인용문처럼, 마티스는 그의 작품을 통해 감상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안락의자 같은 미술을 실현시킨 것이라 생각한다.

 

<삶의 기쁨>을 포함한 마티스의 그림들은 굉장히 강렬한 동시에 아름답다. 그리고 나는 마티스의 그림이 ‘폭발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말하고 싶다. 그는 20세기에 들어서 기존에 답습되었던 회화의 정신을 뒤바꾸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스타일로 프랑스를 놀라게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작품은 예술사적인 흐름의 변화를 주도한 것과 동시에 시대와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걸작이 되었다.

 

현재도 현대 예술계에는 과거를 염두에 둔 새로운 개념과 작품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나를 포함한) 예술가들에게, 기존을 틀을 깨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 마티스의 작품 정신과 색채에 대한 평생의 사랑은 충분히 좋은 스승이 될 것이다. 아직도 마티스의 강렬한 작품들을 처음 마주하였던 당시를 잊을 수 없다.

 

 

참고 자료 : <화가의 노트>, XavierGirard, 이희재 역, <마티스> 중,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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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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