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방구석 1열 관람미술관 - 63일 침대맡 미술관

누워서 보는 루브르 1일 1작품
글 입력 2021.03.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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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출장이라는 것이 전면 중지됐지만, 이전에는 유럽출장을 가게 될 때면, 필수코스로 미술관을 당연시 찾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3대 미술관이 있다. 루브르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루브르미술관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림을 다 알아서 좋아한다기보다 유명한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고, 그 공간이 주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압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아쉬운 건, 넉넉지 않은 시간에 쫓기는 일정이다 보니 일일이 가까이서 그림을 다 볼 수가 없었고, 사람도 많거니와 그 분위기 정도만을 감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그럼에도 루브르 미술관의 장엄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잊을 수 없어서 줄곧 미술사 책이나 유명한 그림을 설명해주는 책을 만나게 되면 본능적으로 소장하거나 구매하게 된다.

 

좋은 기회에 루브르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의 머리말에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는 표현은 스치듯 지나쳤던 수백 개의 그림 속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한 번쯤 제대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루브르 미술관에는 13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 때에 제작된 약 6000여 점의 다양한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책에서는 이탈리아 회화와 프랑스 회화, 스페인 회화, 플랑드르 회화, 네덜란드 회화를 설명하며 5개의 챕터로 나뉜다. 수많은 화가의 작품 중 시대별, 지역별로 꼭 알아야 할 대표작 63 작품을 엄선하여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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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이탈리아 회화 중 하나인 카라바조의 (성모의 죽음)이다. 종교의 색을 지우려 해도 서양미술사에서 기독교적 성격을 배제할 수가 없다.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의 죽음. 붉은 옷을 입은 마리아는 너무나도 평범한 모습으로 죽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 그림에서 붉은 옷의 여인이 마리아라는 것을 알리는 것은 오직 이 작품의 제목뿐이다. 좀 더 생각해보면 그녀를 영롱하게 비추는 노란 불빛만이 예측을 가늠할 뿐이다.

 

그녀를 둘러싼 주변의 제자들은 마리아의 죽음에 목놓아 우는 자극적인 감정을 표현한다기보다 조용히 내면으로 괴로워하는 듯 천장에서 내려오는 붉은 천과 극명한 음영의 대비로 더욱 그들의 슬픔을 강조하는듯하다. 또한, 그녀의 곁에서 오열하는 마리아 막달레나로 짐작되는 여인의 슬픔이 주변의 제자들과 대비를 이루며 마리아의 죽음이 더욱 아프게 느껴진다.

 

반면에 이 그림의 실제 모델은 화가 카라바조의 애인이던 매춘부였다고 한다. 성모 마리아의 죽음을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죽음으로 묘사하여 중년 여인의 뱃살처럼 하복부를 불룩하게 표현하며 다리를 드러냈다. 이러한 극사실주의적 성향으로 표현됨에 이 그림은 산타마리아 델라 스칼라 로마 교회를 위해 주문되었으나 이 결과물에 충격을 받은 성직자들에 의해 거절당했다.

 

그 당시 이 그림을 맞닥뜨린 사람들은 평범하다 못해 하층민을 빗대어 그린 듯한 사실적인 표현에 극도의 혐오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신성시되어야 할 신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배불뚝이 중년의 여성으로 표현하였으니 그 당시의 시대상을 떠올렸을 때, 당연한 반응이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카라바조 스스로 창시해낸 풍부한 명암대비가 표현되어 있다. 이를 통해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성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것으로 그 당시의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고 지극히도 현실적인 단순한 인물표현이란 생각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내면까지도 표현하려 한 카라바조의 예술가적 기질이 잘 나타나 있기에 더욱이 이 작품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죽어도 몰랐을 내용이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미술사 책들이 좋다. 더욱이 좋았던 건 책에는 작품과 그와 관련된 한 페이지 분량의 짤막한 내용의 일화를 담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각의 작품에 짧은 끝맺음으로 더 숨겨져 있을 작품의 일화에 흥미가 돋는다.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자연스레 포털사이트에 검색창을 두드린다. 작품에 관련된 이야기를 더 찾아서 읽어보게 되고 조금씩 공부 아닌 공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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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고리타분하게 많은 것들을 공부처럼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부분을 펼쳐도 그와 관련한 작품들을 손쉽게 엿볼 수 있다. 익숙하지만 잘 모르는 그림이라던가, 그동안 봐왔던 마음에 드는 그림부터 보더라도 이상할 것 없이 친절하고 재밌게 설명돼 있다. 다만, 한 페이지 분량의 짧은 내용의 일화를 설명하다 보니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다 보면 스스로 짤막한 내용에 덧대어 일화를 더 찾아볼 수 있게끔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꽤 좋은 영향인듯하다.

 

완벽하고 깊숙이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이 서양미술사를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러한 서양미술사를 우리가 가까이 접하고 알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우리가 실질적으로 잘 표현할 수 없고 표현하지 못했던 기독교적 즉, 그리스도교적 성향이 그 시대에 끼친 영향, 그러한 시대를 살아갔던 그들의 문화를 이러한 작품을 통해서 조금은 이해를 해보고 싶고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지 않을까. 또한, 이러한 기회를 통해 그 시대를 이해하며 다양한 역사와 그들의 문화성을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에 늘 우리는 서양미술사를 맴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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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일 침대맡 미술관
- 루브르 눕눕 미술관 -


지은이 : 기무라 다이지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분야
미술일반/교양

규격
140*200 / 양장

쪽 수 : 204쪽

발행일
2021년 01월 28일

정가 : 16,000원

ISBN
978-89-475-4686-7 (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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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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