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얼 망설이나? -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시는 내게 살라고, 그리고 사랑하라고 말한다.
글 입력 2021.03.0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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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삶이 ‘표지’를 숨기고 있다고 믿는다.

 

무언가를 오랫동안 갈망하고 준비한 사람만이 표지를 읽을 수 있다. 자연의 선물이자 신의 축복이다. 나는 사랑으로 충만하고 꽃피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자 시는 표지가 되어 내게 나타났다.

 

제목 그대로,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풀꽃 시인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이 직접 엮은 해외 명시들은 먼 이국땅에서부터 불어와 내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시인의 말대로 모르는 나라, 낯선 나라에 대한 동경과 국경을 초월한 공감이 더 끈끈하게 나를 묶어준 것 같다.

 

 

<내 사랑은>

 

시간은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느리게 옵니다

시간은 용기 없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빠르게 옵니다

시간은 슬퍼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길게 옵니다

시간은 기뻐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짧게 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시간은 영원히 올 것입니다. 

 

- 존스 베리

 

 

사랑은 시간 속에 있고, 그 시간 속에 있는 이는 시가 데려온 사랑을 얻으리라. 사랑 속에 있던 이는 시를 노래하고 사랑을 다시 시로 노래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진리. 시는 내게 표지로 다가왔고 사랑을 하라고 부단히도 재촉한다.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마음속에서 풀지지 않는 고민들에 대해

인내함을 가져라.

고민 그 자체를 사랑해라.

지금 당장 답을 얻으려 말라.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 그대로 살아보는 일이다.

그러하면 언젠가 미래에

너 스스로 알지 못하는 그 시간에

삶이 너에게 답을 가져다 줄 것이리니.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릴케의 말이 맞다. 삶은 표지를 숨겨두고 그것을 찾고 구하는 이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참 적절한 때에, 꼭 알맞은 방식으로. 그러한 경험이 몇 번인가 있었다. 그래서 이 시가 내게 참으로 위안이 된다.

 

앞이 캄캄한 길 위에서 시인은 인내하라고 말한다. 모든 것을 살아보고 고민 자체를 사랑하라고 한다. 인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는 알고 있었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연단하라고 한다. 나보다 앞서 이 길을 간 선배가 건네는 응원이다.

 

나는 다만 그의 발자국을 따라 밟는다. 시 한 구절에 발자국 하나. 마음이 따뜻해진다.

 


<봄의 말>

 

봄이 속삭인다.

꽃피워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삶을 두려워하지 마라.


소년 소녀들은 모두 알고 있다,

봄이 말하는 것을.

살아라, 자라나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움트게 하라,

몸을 던져 두려워하지 마라! 

 

- 헤르만 헤세


 

다시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사랑하기로 했다. 그토록 두려웠지만 몸을 던져 삶을 살아내기로 했다. 이 시가 나의 20대를 이끌어갈 것이란 예감이 든다. 꽃피워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삶을 두려워하지 마라. 무얼 망설이나?

 

마음이 왜 이리 간지러운가 싶더니, 벌써 삼월이다. 봄이 오는 신호를 받고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던 까닭이다. 오래전 심었던 씨앗이 마음 밭 사이로 깊이 뿌리를 내렸고, 성장통으로 난 괴로워했다. 인고의 시간을 지나 꽃 몽우리가 맺혔다. 그 속은 사랑으로 충만하다.

 

왜 이리 간질이나 했더니, 터질 듯한 사랑이 피울 준비하며 꽃잎 살랑인 까닭이다. 아니, 그게 아니면 봄바람 때문인가?

 

 

시가사랑을 입체사진.jpg

 


시인 나태주가 국내 명시 114편의 눈부신 위로를 담은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에 이어, 해외 명시 120편의 가슴 벅찬 감동으로 엮은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를 펴냈다.
 
춥고 가난하기만 했던 시절. 1959년의 소년 나태주가 서천중학교 3학년 시절에 교실 복도의 벽 게시판에 붙어 있던 시를 보고 시인의 꿈을 품었던 유장경의 [설야]부터 고교 시절 김춘수 시인의 편집으로 읽은 아이헨도르프의 [산에서], 한 구절 읽다 보면 속수무책 눈물부터 솟게 하는 한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괴테의 [옛날을 생각함], 지금은 곁에 없는 어머니를 향한 고백으로 세상에 남겨진 모든 자식들의 아픈 마음을 대변하는 헤르만 헤세의 [높은 산속의 저녁] 그 외에도 지구 곳곳의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출과 일몰에 대해 태양을 배턴 터치한다고 표현한 다니카와 슌타로의 [아침 릴레이]까지. 나태주 시인의 해설은 시보다 더 시적으로 다가오는 '나태주만'의 청량한 시적 감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시절 사랑의 감정을 품어본 적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잘못 초대된 사람'이라고 감히 말하는 시인 나태주의 울림 가득한 해설은 그 자체로 한편의 시적 잠언(箴言)이며 명상 언어이고 또한 아름다운 생의 금언(金言)이다.
 
시인 나태주는 말한다.
계절이 바뀌면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아니다. 바람이 계절을 바꾼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생을 배우고 자연을 스승으로 삼는다. 그래, 기다려보자. 언젠가는 좋은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오직 이 한마디를 중얼거려 본다.
 
 
*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 바람이 계절을 바꾸듯 곧 좋은 날이 온다 -
 

엮은이
나태주

출판사 : &(앤드)

분야
외국시
명시모음집

규격
117*198㎜

쪽 수 : 264쪽

발행일
2021년 01월 29일

정가 : 14,500원

ISBN
979-11-91209-80-8 (03810)

 

 

 

컬쳐리스트 명함.jpg

 

 

[백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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