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달지 않은 사과, 아삭하지 않은 사과 - 그런데 사과는 왜 까먹었습니까?

타인의 체계의 노예가 되고 있는 21세기 인간들
글 입력 2021.02.2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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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동산에 있던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과학자 뉴턴 앞에 떨어진 만유인력의 사과, 현대인의 손에 주어진 스마트폰 사과(apple)는 인류사에 중요를 넘어서 중대한 사건에 등장하는 ‘사과’다. 무용을 기반으로 열리는 공연 <그런데 사과는 왜 까먹었습니까?>는 인류의 시작부터 사과가 인간 옆에 필요악처럼 있어야만 했던 알고리즘을 열정적으로 표현한다.

 

성경에서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베어 물은 형벌로 낙원을 잃고 세상으로 쫓겨 났다. 그 후 인간들은 과학을 찾아다니게 되고, 과학이 발전되면 될수록 인간은 신에게서 점차 멀어져 갔다. 그러다 보니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게 되고, 이 이상을 넘어 실제인지 거짓인지 직접 보지 않으면 구별하지 못하는 인터넷 세상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알고리즘의 지배를 받고 살아간다.

 

아담과 이브가 사과를 베어 물어 인간의 운명이 바뀌었던 것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도 손안에 달콤하다고 정의 내릴 수 없는 사과를 꽉 잡고 있다. 하루 한 개의 사과가 아니라, 박스에 담겨 있는 사과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배에 쑤셔 놓고 다니는 것 같다.

 

21세기 인간들은 손에 들려있는 사과를 베어 물지 않으면 대체 어디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다른 곳에서 행복을 느낄 욕심은 있는 걸까? 알고리즘이 연결해 준 정보를 온통 사실로 믿고, 그것들만이 진실이라고 느끼며 박탈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인생의 답, 더 나아가서 행복해지는 비결을 자꾸만 작은 화면 안에서 찾으려고 한다.

 

 

사과1.jpg

2020 ArkoCreate / ⓒSang Hoon Ok

 

 

공연이 시작되고, 무용수들의 화려한 몸짓은 시선을 빼앗기기 충분했다. 예술적인 춤 선에 넋을 놓고 바라봤지만, 좋은 의미에서 소름이 돋다고 표현을 하고자 하는 건 춤 선에서 나타나는 넘치는 표현력이었다. 몸과 몸이 만나 알고리즘으로 연결된 이 사회에 벗어나고 싶다는 표현을 하듯, 한 시도 쉬지 않고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인터넷 세상에서 우리는 수많은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있지만, 그래도 빠짐없이 눈에 다 들어와 그 모든 것들이 수집되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허구의 세상을 믿게 한다. 이처럼 무용수들의 몸짓 하나하나도 sns 피드가 새로운 소식이 재빠르게 바뀌는 것처럼, 쉴 틈 없이 다음 동작을 촘촘히 연결한다.

 

인터넷 세상에 한 번 들어가면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집중이 되듯, 김윤정 안무가가 완성시킨 이 작품 또한 ‘사과’라는 콘셉트에 모든 감각을 연결하는 듯했다. 그러나 우리들의 정신은 신속하게 움직이는 무용수의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버거울 수 있다고 느끼는 바였다. 계속해 발전되고 있는 문명은 체계적이고 완성도 있게 우리의 곁에서 조용히 지배당하고 있다. 이에 안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를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인간에게 위험을 가하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지능적으로 서서히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다.

 

알고리즘의 체계는 점진적으로 우리 뇌에 들어와, 가치관과 더불어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까지 바꿔놓는다. 우리는 이에 정신을 차리고, 인터넷 세계를 경계할 수 있어야 하며 일상을 주위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나는 나대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타인의 체계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

 

- 윌리엄 블레이크

 

 

윌리엄 블레이크 말을 바탕으로 더 깊이 있는 행복을 성찰이라도 하듯, 출연진들은 춤을 추며 진실을 마주 보며 연기한다. 지금부터 그들의 말을 최대한 기억해 내 공유해보려 한다.

 

늦은 새벽 혼자만 깨어 맥주 마시며 영화 볼 때, 내가 쓴 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줄 때, 한강에서 라면 기계에 라면 끓여먹고 맥주 마실 때, 생일 케이크를 처음 받았을 때. 지금 이 행복들 말고도 출연진들은 본 공연에서 대사를 쉬지 않고, 행복에 대해 속사포로 터뜨린다.

 

누구보다 일상의 행복에 섬세하게 잘 챙긴다고 생각했던지라, 일반 대화 어투로 빼곡히 공간의 무음을 ‘행복’으로 메꾸어주는 공연을 보고 내 행복에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매일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행위의 모든 것 또한 행복의 일부였는데, 안일하게 놓쳤던 시간과 상황이 많았다는 것을 다시금 인지했다.

 

화자가 글을 마무리하며, 소신껏 내뱉고 싶었던 말이 있다. 화자를 포함한 이 세대의 사람들은 인터넷 세상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세상의 돌아가는 모든 소식이 네트워크의 연결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어주는 연결통로인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없앤다면 소통 창구도 없어질뿐더러, 다양한 혜택을 받지 못해 오히려 바보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인터넷과 연결된 모든 소식창을 없애면 오히려 행복을 받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은 안타깝지만 인정을 하되,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진실을 읽어낼 줄 아는 눈을 길러야 하며 나에게 꼭 필요하지 않는 정보는 때로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그 버린 시간에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흡수하도록 유용하게 써 내려갈 줄 알아야 한다. 알고리즘에 의해서 타의적으로 받아들이는 주입식 정보가 아니라, 나에게 오랜 시간 투자할 만한 다른 정보성 재테크 방법이 무엇인지 탐구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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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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