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잊지말아요. 지금도 [사람]

기억하자, 잊지말자, 지켜주자
글 입력 2021.02.2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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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해야만 하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비단 과거의 것이 아니다. 동시대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우리는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억해야 한다. 소설 <소년이 온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총 열흘간 있었던 광주의 모습과 그 이후 남은 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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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인 너는 친구 정대를 찾기 위해 광장에 갔다. 광장은 이미 네가 알던 곳이 아니었다. 광장엔 수많은 사람의 울부짖음, 총성이 엉켜 있었다. 그곳에 정대가 있었다. 총에 맞아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지만 너는 정대를 두고 돌아서서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정대의 시신을 찾으러 너는 상무관에 갔다. 하지만 정대의 시신은 찾을 수 없었다. 그곳에서 고등학생인 은숙 누나, 선주 누나, 대학생 진수형을 만났다. 너는 그들과 함께 시신들을 수습하는 일을 도왔다. 너는 지금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이유를 모른다. 그저 계속 들이닥치는 시신들 속 정대를 찾을 뿐이다.

 

광장에서 정대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너를 상무관에 머물게 했다. 고작 열여섯, 총알이 빗발치는 무자비한 곳에서 무얼 할 수 있었을까? 네가 그렇게 찾았던 나는 다른 시신과 함께 군인에 의해 트럭에 실려 덤불 숲에 버려졌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살이 썩는 냄새, 들끓는 구더기, 왜 나를 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누가 나를 죽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육체를 잃고 그렇게 울부짖었다.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 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한강 - 소년이 온다 中

 


이렇게 너로 시작된 이야기는 네 주변에 함께 일했던 누나, 형, 어머니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남은 자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떠난 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남은 삶을 살아간다. 아픈 기억이 결국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고, 잊으려 아무리 애써도 잊을 수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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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한테 한번 와준 것인디,

지나가는 모습이라도 한번 보여 주려고 온 것인디,

늙은 내가 너를 놓쳐버렸어야.

한강 - 소년이 온다. 中

 

 

 

약속해줘요, 이 참상을 꼭 세상에 알리겠다고; 택시 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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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만섭과 독일 외신 기자 피터는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찍어 세계에 보도한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정부는 광주 언론을 장악하고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였다. 전화선을 끊고 뉴스를 조작하여 광주 시민 말고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만섭은 광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하루 택시비로 십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혹해 택시를 몰고 기자 피터와 함께 광주로 향한다.


피터가 기자가 된 이유는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점으로 기자로서 사명이 생긴다. 광주에서 만난 정 많은 사람 그와 반대로 무자비하게 사람을 때리고 총을 쏘는 군인들을 보면서 이 잔혹한 참상을 무슨 일이 있던 세계에 알리기로 말이다.


만섭 또한 처음엔 광주의 현실을 믿지 않았다. 정부가 아무 이유도 없이 군인을 대동하여 민간인을 때리고 죽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된 광주의 모습은 그가 들었던 뉴스의 내용과 전혀 달랐다.

 

군인이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때리고 총기를 들고 총을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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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 또한 죽을 뻔했다. 자신이 죽고 나면 딸을 지켜줄 사람이 없기에 광주를 떠나기로 한 만섭이지만 광주에서 만난 사람들은 만섭을 비난하거나 질타하지 않는다. 그저 조심히 가라고, 얼른 가라고 말한다.


만섭은 서울로 향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만섭은 결심한다. 같은 사람이기에,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은 정상이 아니기에 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광주로 돌아간다.




끝나지 않았다…



지나간 죽음과 아픈 기억을 꺼내는 건 쉽지 않다. 남은 자들에겐 이 모든 것이 고통이며 매 순간이 상처이다. 그렇지만 이를 묻어두고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 분명히 일어난 일이며 잘못된 역사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해야 하며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참혹한 역사는 지금도 되풀이 되고 있다.

 

현재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한 근거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 주장하고 국가비상사태를 포함한 군부의 막강한 권한을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후보의 자격요건을 강화함에 따라 집권당의 대표인 수찌 국가 고문이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있다.

 

쿠데타로 인한 유혈사태에 이어 네피토, 양곤 등 휴대폰 서비스(인터넷, 전화선) 중단, 미얀마 국경 봉쇄, 모든 공항 폐쇄, 페이스북 연결망까지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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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서는 안 되며 믿을 수 없는 일이 또 일어난 것이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 아닐지라도 그 시간이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운지 알고 있다. 그리고 양심을 가진 인간이기에 이 사태에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관심을 두고 힘을 보태주기만 하더라도 세상은 변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시간의 아픔을 감히 이해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켜보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노력이라도 그들에게 위로를 가져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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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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