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자격 : 지심 知心

배려하는 글쓰기
글 입력 2021.02.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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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고 천함이 어디있는가? 좋고 나쁨은 또 어디있는가? 그렇게 말하기엔 우리는 매우 많은 자격 검증의 시대에 살고 있다. 각종 컴퓨터 자격증에서부터,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자격증, 요리 자격증, 굴삭기 자격증까지. 모든 음식으로 김치를 만들 수 있듯, 모든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시험이 있을 것이다. 각자의 유용성을 증명하기 위함이고, 각자 희소성을 올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한다.


한편, 그 편이 안전하다. ‘안전’이란, 내가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수치라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자격은 업무와 관련된다. 업무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내포하기도 한다. 네일아티스트가 손님의 손톱을 깨트릴 위험으로부터의 안전, 또는 잘못 꽂힌 주사바늘 때문에 항생제가 투입되는 부위가 퉁퉁 부어오를 위험으로부터의 안전 등, 즉 사람들 사이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일정 수준 이상의 기관에서 공인된 ‘자격’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만화를 그리고, 영화를 찍는 이들의 자격은 어떠한가? 예술의 자유는 예술창작의 자유와 예술표현의 자유가 포함된다(헌법 제22조 1항).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몇 사람만 있으면 무방비 상태 타인들에 그대로 꽂혀 버린다.


글은 많은 문화예술의 기초이다. 글이 영화가 되기도, 만화가 되기도 간혹 그림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글은 곧 생각이다. 글을 내보이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드러내는 것과 다름 없다. 대다수 작가의 데뷔작이 자전적 소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이 부분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도, 사정없이 베어버리기도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의 자격은, 마음(心)을 아는 것(知)이다. 자격지심(自激之心)이란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을 말한다. 자격지심은 ‘열등감’이라는 단어와 함께 쓰이는 것이 보통이다. 나의 부족함을 외면하거나 포기하는 기재에서 발현되는 열등감이라는 단어와 떼어 놓고서는 중심(重心)이라는 단어와 붙여보자.


균형의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의 중심. 부족함을 알고, 인식하고, 노력을 가하는 자격지심 정도야, 어느 정도 있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어차피 이 세상 살면서 변해가는 나라면, 발전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유익한 편 아니겠는가? 그렇게 나의 마음을 보다듬어 주는 것 또한 자격지심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치지 않는 것. 나는 오늘도 내가 모르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것이다. 사과를 하기도, 하지 않기도 했다. 인지하기도, 인지하기도 못했기 때문이다. 몰랐다는 말을 내뱉는다면 책임을 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나는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이 맞다.


그러니 지레짐작 밖에 없다면, 목소리를 내어 물어보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함부로 말이나, 글로 옮기지 않아야 한다. 나의 짐작을 ‘확실하다’는 위험함과 함께 사용해서는 안된다.


검정기관이 아닌 심의위원회가 있는 문화예술에 미약하나마 한 부분에 걸쳐 있는 사람이라면, 심의위원회가 검정기관이 되기 이전에 그 자격을 유지할 품위를 지켜야 한다. 자유를 누리되 다른 이의 자유에도 예민하다면 충분히 문화예술계의 자율성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나의 글의 목적과 영향력을 고려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 글은 나의 손을 벗어나서는 안된다. 읽은 사람이 생겨서는 안된다. 해도 되는 것 이전에 해서는 안되는 것에 대한 초점을 조율해야 한다. 이것이 기본이나, 기본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좋은 글쟁이라고 칭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것이 기본이나, 기본이 가장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자신이 없다. 이미 아픈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지 않는 글을 쓸 자신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책과, 영화가, 공연이, 어느 누구를 학대하고 있다면, 그를 해하는 이를 벌거벗기는 일이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흐름을 만드는 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여한이 없다.

 

 

[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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