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빅 쇼트: 월스트리트와 관객에게 일침을 가하다 [영화]

이것은 단순한 경제 이야기가 아니다.
글 입력 2021.02.0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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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쇼트>, 일침을 가하다


 

최근 들어 주위에 주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다양한 주식 관련 TV 프로그램들과 예능이 쏟아져 나오면서, 나 또한 그 궁금증에 '개미'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씩 주식에 대해 배워가던 중, 주식에 관련된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바로 미국 대침체 사태를 다룬 <빅쇼트>다.


'빅쇼트(The Big Short)'라는 제목에서 'short'는 공매도를 뜻하며, 결국 영화 제목은 큰 공매도, 혹은 중대한 공매도를 뜻한다. 영화에서는 미국의 주택시장의 거품을 알아본 4명의 인물 혹은 팀이 나오며, 그들은 미국 주택시장 하락을 예견하며 신용부도스와프를 매수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빅 쇼트> 속 경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빅 쇼트>는 단순한 경제 영화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편집과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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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쇼트>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화려한 편집과 유머 있는 연출이다. 영화의 전개는 빠른 편집을 통해 급속도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 속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중간마다 할리우드 스타가 나와 경제 상식을 사례에 빗대어 친절히 설명해주며, 금융 쪽 종사자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대략적인 맥락을 파악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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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사실 나는 2등을 했어요'라며 말해주는 중국 수학 천재 처럼, 제4의 벽을 깨는 연출과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스티브 카렐, 크리스찬 베일 등 연기파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통해 유머스러움과 생동감을 덧대며 이 영화는 유쾌하게 흘러가는 듯해 보인다.

 

 

 

빠른 전개 속 <빅쇼트>의 일침


 

점점 영화 속 시간 진행이 대침체에 가까워지면서 영화는 탐욕에 눈이 멀어 커다란 거품을 만들어낸 증권계를 보여준다. 마치 케이퍼 무비 마냥 그런 비인간적인 모습의 은행에 대립하고 분노하는 등장인물들의 스와프 매수에 관객들 또한 그들에 이입하게 한다.


그러던 와중, 벤 이 분노하며 찰리와 제이미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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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맞는다면, 사람들은 집을 잃고, 직장도 잃고, 은퇴 자금도 잃어. 연금도 잃는다고. 내가 왜 은행권을 싫어하는지 알아? 사람을 숫자로 보거든. 숫자로 말하자면- 실업률이 1% 증가하면 4만 명이 죽는다는 거 알아?"
 

 

이 대사가 나오는 순간 찰리와 제이미는 순간 굳어버리고, 나 또한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듯했다.

 

비록 생동감 넘치는 연출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었지만, 동시에 이 영화는 관객들한테 '마냥 즐길 내용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불과 10년 전 일어난 실화이며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았는지를 상기 시켜주는 섬뜩한 일침이었다.

 

결국 <빅 쇼트>는 탐욕에 눈이 먼 미국 증권가 뿐만 아닌, 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에게도 그러한 일침을 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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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침체가 터지고, 등장인물들은 어마한 수익을 올렸지만 영화는 그들의 모습을 현자처럼, 또는 승리자처럼 멋있게 그려내지 않는다.

 

시장의 피해자들을 보여주며 그것을 바라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씁쓸하게 그려내고 있을 뿐이다. 증권계를 신랄하게 욕하던 마크 또한 결국에는 스와프를 팔며 이익을 취하는 똑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의 모순적인 면마저 그려내는 점에서 <빅 쇼트>는 나에게 큰 여운을 남겨주었던 작품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올라오는 텍스트는 결국 미국 시장 시스템은 이토록 큰 역풍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탐욕의 끝은 어디인가, 또한 앞으로 다가오는 위기 앞에선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인가. <빅 쇼트> 는 나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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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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